[동네책방 나들이 시즌 2] <10> 목포 구보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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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책방 나들이 시즌 2] <10> 목포 구보책방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에서 이름 따와
구도심에 서점·카페·게스트 하우스 갖춰
산책하다 들르는 편안한 서점 지향
매출 80%~90%는 여행자가 차지
각종 전시회 브로슈어 모아놓은 공간
다양한 문구류·아기자기 소품 구경 ‘쏠쏠’
2024년 07월 29일(월) 20:30
목포역 인근 원도심에 자리한 ‘구보책방’은 동네 풍경처럼 레트로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서점이다.
동네 책방을 취재하면서 감탄하는 것 중 하나가 서점 이름이다. 긴 시간 꿈꿔왔던 공간이고, 서점의 정체성도 담고 있어야 하기에 아마도 책방지기는 오랜 시간 고민한 후 이름 하나를 낙점했을 터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 이름에 마음을 빼앗겨 미지의 서점에 발을 들이게 되는 것이다.

‘구보책방’이라는 이름을 들은 이들은 아마도 박태원의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을 떠올리지 않을까. 당신의 예상이 맞았다. 서점을 운영하는 김정원, 이선주 부부는 1934년 경성을 걸었던 작품 속 소설가 구보처럼 책을 좋아하는 이들이 조용히 머물다가는 서점, 목포를 천천히 산책하다 잠시 들르는 편안한 서점을 염두에 두었다. 마침 구보책방은 게스트하우스도 함께 운영중이라 며칠 묵어가며 산책은 더 이어질지도 모르겠다.

목포역 인근에 자리한 구보책방은 지난해 3월 문을 열었다. 여관으로 쓰였던 3층짜리 건물은 ‘우미장’이라는 이름을 그대로 달고 있다. 1층은 카페와 서점, 2층은 게스트하우스다.

서점은 시간이 거꾸로 흐르는 목포 원도심의 풍경처럼 레트로한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서점에 놓인 책장과 의자 등은 똑같은 게 없다. 부부가 동네 산책을 하며 발견한 것들을 하나 둘 가져다 놓았다. 메인 책장은 1960년대부터 장사를 하던 의료기상이 문을 닫게 되자 얻어온 것들이다. 동사무소, 약국에서 탁자 등을 가져왔고 버려진 가구를 주워오기도 했다. 나무로 만든 일부 가구와 책 받침대 등은 직접 만들었다.

작은 서재를 갖춘 게스트하우스 ‘구보스테이’,
부부는 목포와 특별한 인연이 없다. 코로나 초창기인 2021년 재택근무가 가능했기에 목포로 거처를 옮겼고, 회사를 그만둔 후 다른 일을 모색하다 주변의 권유로 이 건물을 구입하게 됐다. 원도심의 분위기는 너무 좋은데 마땅한 단독주택이 없어 예전 주인처럼 1층을 안집처럼 사용하는 건 어떨까했던 게 출발이었다. 서울에서 이사를 결정하기 1년 전 쯤 목포를 여행했던 좋은 기억이 지금의 그들을 만들었다.

“태풍 온 다음날 이곳 저곳을 돌아다녔지요. 일제시대 건물부터 1950년~70년대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건물까지 어우러져 있는 모습이 너무 마음에 들었습니다. 사람들이 지금도 살고 있는 점도요. 목포를 걸으며 마음이 편안해졌어요. 늘 똑같았던 일상에서 벗어나 다른 곳에서 살게 되면 조금은 새로운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막연한 생각을 늘 갖고 있었습니다. 마지막까지 후보지였던 곳이 강원도 속초였지요. 삶을 은퇴하는 게 아닌데 좀 더 인프라가 잘 갖춰진 곳이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자영업자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구요.(웃음) ”

두 사람 다 책을 주제로 한 잡지를 제작하는 회사에서 근무했던 터라 책은 언제나 함께였다. 서점, 출판사, 도서관 등으로 취재를 다녔고 목포도립도서관을 방문하기도 했다. 자연스레 책과 함께 하는 일을 떠올렸다. 책을 그냥 집에 두는 것은 의미 없다는 생각에 책들을 함께 나누는 ‘응접실’ 같은 공간을 만들면 어떨까 싶었다. 처음에는 중고책을 판매하기 시작했고, 이후 100만원 어치를 입고하며 소박하게 서점을 시작했다.

구보책방은 책 종류가 그렇게 많지는 않지만 여느 독립서점에서 만날 수 있는 ‘동네책방용’ 책이 별로 없어 책을 고르는 재미가 쏠쏠하다. 좋아서 가지고 있는 디자인 관련 책을 비롯해 이런저런 이유로 판매하지 않는 책은 누구나 꺼내 읽어볼 수 있다. 오래 된 시집을 꽂아 둔 코너도 눈길을 끈다. “특별한 목적 없이 시간의 공백을 채우러 들른 서점에서 산 것들”로 “가방 속 물건들과 부딪치며 닳고 닳아버린, 그만큼 좋아했던 시집들이 누군가의 가방 속에 담겨, 세월의 흔적이 더해가기를 기대하며” 마련한 책장이다.

다양한 책을 갖춘 구보책방,
“특별한 컨셉을 잡기 보다는 저희가 좋아하는 책들을 가져다 두지요. 라이프 스타일에 관심이 많아요. 함께 살아가는 세상이다 보니 사회적인 관심사도 놓치지 않으려합니다. 우리가 갖고 싶은 책이라고 보시면 돼요. ‘규모가 큰 개인 서재’라고 할까요. 주제가 좋아서 가져다 놓은 책, 표지가 예뻐 갖고 싶은 책, 안 팔릴 줄 알면서도 서점에 두고 싶은 책 등 다양합니다.”

손님의 80~90%는 여행객이다. 여행을 시작하기 전, 돌아가는 기차에서 읽기 위해 책을 고른다. 숙박객들 역시 서점에 들러 책을 구입한다. 역시 서점에서 많이 나가는 책은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소전서가). 소설가 이상이 연재 당시 그렸던 삽화까지 어우러진 흥미로운 책이다. 지난해 초반에는 글쓰기 관련 책들이 많이 나갔다.

오다이라 가즈에의 ‘종이의 신 이야기’를 아끼는 책으로 꼽는 그들은 디자인에 관심이 많고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해 전시회 등에 가면 늘 브로슈어 등을 챙겨오곤 한다. 전단지, 포장지, 리플릿 등 종이로 만들어진 것들을 버리지 않고 놓아둔 공간은 마치 보물찾기 하는 것처럼 흥미롭다. 또 다양한 문구류와 아기자기한 소품들 역시 책방지기만의 개성이 담겨 있어 흥미롭다. 서점 바로 옆은 옛날 다방 느낌이 나는 의자가 놓인 작은 카페다. 차 한잔 마시며, 책을 읽으며 쉬어가기 좋은 공간이다.

간단한 차를 마실 수 있는 다방 느낌의 카페.
2층은 게스트하우스 ‘구보스테이’로 2인실 2개와 1인실 1개가 있다. 작은 서재와 소박한 나무 책상, 편안한 빈백이 놓인 203호실에 들어서면 작은 탄성이 터진다. 책을 좋아하는 이들이 반할 수밖에 없는 공간이다. 게스트하우스는 딱히 홍보하지 않아도 입소문이 났다. 도서관이나 목포 동네 책방에서 행사를 진행한 작가들이 머물고 난 후 SNS에 올리며 화제가 됐다.

부부는 지금 서점만의 색깔을 찾아가는 중이다. 평범한 독서모임이나 필사모임 등 다른 서점에서도 진행하는 프로그램이 아닌, ‘구보책방만의 콘텐츠’를 만들어가려한다. 서점을 찾는 사람들은 ‘책’이라는 물성을 좋아하기에 이야기가 담긴 인쇄물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고민중이다.

“서점에 와서 책을 사 가시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아요. 사실 지난해 이 즈음 목표가 1년 후에도 계속 서점을 운영하는 것이었거든요.(웃음) 책을 파는 것만큼 또 책을 구입합니다. 서점 운영이 쉬운 일이 아닌데 저희는 숙소를 함께 하고 있어 다행이지요. 타성에 젖어 게을러지는 것들을 경계합니다. 첫 목포여행 당시 관광지를 ‘점’이라고 했을 때 그 점들을 잇는 골목길을 걷는 게 너무 좋았습니다. 우리 공간에 오시는 분들이 목포 거리를 천천히 걸으며 자신만의 목포를 만들어가면 좋겠습니다. 저희가 ‘구보책방’이라 이름 지은 이유이기도 하니까요.”

취재 중 마치 구보씨처럼 목포를 산책 중인, 대전의 여행객을 만났다. 203호실에 짐을 푼 그녀는 곧장 서점으로 내려와 차 한잔을 마시며 책을 읽고 있었다. 서울로 이직을 앞두고 있는 그녀는 책이 있는 그 방에 꼭 머물고 싶었고, 책을 읽고 목포 구석구석을 하릴없이 거니는 이번 여행이 너무 좋다고 했다. 늘 가지고 다니던 태블릿도 지참하지 않고 떠나온 여행에서 구보씨처럼 목포를 산책하는 것. 그가 구보책방과 구보스테이에서 경험하고 싶었던 일들이다.

/글·사진=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목포시 해안로259번길 41-2 1층

월·화 휴무, 평일 오후 1시~7시. 일요일 오전 11시~오후 6시.



‘책방지기’ 이선주·김정원이 추천합니다

▲별의 시간

태어나서 단 한 번도 진심으로 웃어보지도, 누군가로부터 아낌없는 사랑을 받아본 적도 없을 것만 같은 ‘북동부 출신의 여자’ 마카베아. 그리고 그녀의 삶을 전달하는 작가(화자) 호드리구. 마카베아의 삶은 무표정하다. 그런 그녀가 전직 포주였던 점성가로부터 처음으로 ‘희망’이라는 단어를 듣고 집으로 돌아가게 된다. 별에 살고 있는 많은 삶 중에서 왜 하필 마카베아였을까. 화자는, 그리고 클라리시 리스펙토르는, 왜? <클라리시 리스펙토르·을유문화사>

▲장인의 공부

대학에서 역사학을 공부했지만, 우연한 기회로 나무로 무언가를 ‘만드는 행위’에 즐거움을 느끼게 된 피터. 이후 40여 년간 나무로 가구를 만들어 온 피터는 인간이 자신의 손으로 직접 무언가를 만든다는 ‘창조적 행위’가 가져다주는 순수한 기쁨, 풍요, 그리고 온전한 ‘몰입’에서 느끼는 전율에 대해 말한다. 삶에 변화가 필요할 때, 마음을 정리하고 싶을 때, 다시 몰입할 수 있는 대상을 찾고 있을 때 추천하고 싶은 책. <피터 콘·유유>

▲소설가 구보 씨의 일일

스물여섯 살의 소설가 구보 씨. 그가 1935년 일제 하의 서울(경성)에서 보고, 듣고, 생각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소설의 제목을 들어 본 사람은 많지만, 막상 책을 읽은 사람은 유니콘을 실제로 만났다고 주장하는 사람만큼이나 드물다는 박태원의 소설. 그런 전설의 주인공을 구보책방의 모티브로 삼은 이유는 또 무엇일까?

<박태원·소전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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