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춤·느긋함 있는 ‘죽음의 바느질 클럽’
복태와 한군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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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겨울 치앙마이에 도착해 한 남자를 만났다. 덩치가 상당히 큰 젊은 남자는 카페 입구에 놓인 흔들의자에 앉아 크고 두툼한 손으로 바느질을 하고 있었다. 등에는 생후 50일 쯤 된 갓난아기를 업은 채. “바늘과 실이 옷감의 바다 위에서 하얀 파도가 되어 줄지어 오르내렸고, 손가락은 능숙한 서퍼처럼 파도를 타며 넘실거리는 모습은 아름다워” 그녀는 “나도 바느질을 하고 싶다”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가족과 함께 여행을 온 복태는 그렇게 치앙마이 남자 액에게서 바느질을 배우기 시작했다.
지음, 이음, 보음 세 아이와 강아지 열음을 키우는 복태와 한군은 바느질과 수선 기술을 나누며 산다. 구멍 난 양말, 뜯어진 옷소매, 찢어진 비닐봉지 등 온갖 물건을 바느질로 독특하고 아름답게 살려낸다. 워크숍 모임 ‘죽음의 바느질 클럽’(죽바클럽)을 통해 2018년부터 지금까지 약 2000명을 만났고, 그들과 사부작사부작 바느질을 하며 ‘수선하는 삶’에 대해 이야기한다.
복태와 한군이 펴낸 ‘죽음의 바느질 클럽:모쪼록 살려내도록’은 바느질 도구와 감침질, 홈질, 박음질, 블랭킷 스티치, 직조자수 작업 등 바느질 기법, 활용법, 작업 노트가 담긴 책으로 독자들을 ‘결코 멈출 수 없는 바느질의 세계’로 안내한다. 더불어 ‘수선하는 삶’의 가치와 ‘완벽, 욕심, 속도’ 대신 ‘멈춤, 느긋함, 아름다움’이 있는 ‘치앙마이 정신’에 대해 들려주는 책이기도 하다.
바늘과 실, 가위, 실 끼우개 등 책에 소개된 모든 바느질 도구를 갖추는 비용은 5만원 정도다. 박음질 등 기본적인 기법과 함께 다양한 사례를 함께 실어 책을 접한 이들이 한 번쯤은 “나도 해볼까”하는 마음을 갖게 만든다.
‘웬만하면 살려내는’ 두 사람은 엄지가 뚫고 나온 양말, 친구의 구멍 난 런닝화, 집에 한 두 개쯤 있을 끈 떨어진 천가방, 이웃집 아이의 무릎이 찢어진 청바지, 헤진 우산과 소파 등 거의 모든 물건을 수선한다.
수선을 하는 두 사람이 가장 많이 듣는 말 중 하나는 “그렇게까지 아껴서…”라는 말이다. 이에 대해 저자는 “수선이라는 것은 ‘위하는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을 위하는 마음, 인간과 함께 살아가는 존재를 위하는 마음, 지구를 위하는 마음, 조금 더 먼 앞을 내다보는 마음”이라고 말한다. 더불어 “무언가를 소중하게 여기고 아끼는 마음은 비효율적이지 않다. 알뜰함은 귀한 가치이고 바느질은 정성이 깃든 노동임을 수선을 하며 깨닫는다”고 덧붙인다.
책에서는 또 여러 차례 방문한 치앙마이에 머물며 느꼈던 감정과 그 곳에서 만난 따뜻한 사람들의 이야기도 들려준다.
복태와 한군은 음악을 만들고 연주하는 뮤지션이기도 하다. ‘선과영’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그들이 2022년 발매한 정규 1집 ‘밤과 낮’은 제20회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포크 음반상을, 동명의 타이틀 곡은 최우수 포크 노래상을 수상했다. 책의 말미에는 복태와 한군이 바느질을 하며 듣는 ‘죽음의 바느질 클럽 플레이리스트’가 실렸다. ‘모두가 잠든 밤, 잔잔한 그루브 타며 바느질을’, ‘우주를 유영하듯 바느질 하고 싶다면’ 등을 주제로 다양한 곡을 소개하고 있다.
마티가 펴내는 ‘온시리즈’는 책의 만듦새가 일품인데, 이 책 역시 활자부터 사진, 편집 등 예사롭지 않은 구성으로 흥미를 돋운다. <마티·1만9000원>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 직조 자수로 수선한 헤진 백팩. <마티 제공> |
‘웬만하면 살려내는’ 두 사람은 엄지가 뚫고 나온 양말, 친구의 구멍 난 런닝화, 집에 한 두 개쯤 있을 끈 떨어진 천가방, 이웃집 아이의 무릎이 찢어진 청바지, 헤진 우산과 소파 등 거의 모든 물건을 수선한다.
수선을 하는 두 사람이 가장 많이 듣는 말 중 하나는 “그렇게까지 아껴서…”라는 말이다. 이에 대해 저자는 “수선이라는 것은 ‘위하는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을 위하는 마음, 인간과 함께 살아가는 존재를 위하는 마음, 지구를 위하는 마음, 조금 더 먼 앞을 내다보는 마음”이라고 말한다. 더불어 “무언가를 소중하게 여기고 아끼는 마음은 비효율적이지 않다. 알뜰함은 귀한 가치이고 바느질은 정성이 깃든 노동임을 수선을 하며 깨닫는다”고 덧붙인다.
책에서는 또 여러 차례 방문한 치앙마이에 머물며 느꼈던 감정과 그 곳에서 만난 따뜻한 사람들의 이야기도 들려준다.
복태와 한군은 음악을 만들고 연주하는 뮤지션이기도 하다. ‘선과영’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그들이 2022년 발매한 정규 1집 ‘밤과 낮’은 제20회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포크 음반상을, 동명의 타이틀 곡은 최우수 포크 노래상을 수상했다. 책의 말미에는 복태와 한군이 바느질을 하며 듣는 ‘죽음의 바느질 클럽 플레이리스트’가 실렸다. ‘모두가 잠든 밤, 잔잔한 그루브 타며 바느질을’, ‘우주를 유영하듯 바느질 하고 싶다면’ 등을 주제로 다양한 곡을 소개하고 있다.
마티가 펴내는 ‘온시리즈’는 책의 만듦새가 일품인데, 이 책 역시 활자부터 사진, 편집 등 예사롭지 않은 구성으로 흥미를 돋운다. <마티·1만9000원>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