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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과 리더 - 윤현석 정치부 부국장
2024년 06월 19일(수) 21:30
대한민국 국보 제141호는 정문경(精文鏡)이다. 청동으로 만들어진 정문경은 다뉴세문경, 잔무늬거울로도 불리는데 제작 시기는 후기 청동기 또는 초기 철기 시대로 추정된다. 지름 21.2cm의 원을 세 개로 나눠 0.3mm 간격으로 선 1만3000여 개를 그려넣었는데, 제작 당시에는 반사도나 선명함이 뛰어났을 것이다.

14세기 유리 제조 기술이 발달하고 19세기 현재의 거울이 대량 생산되기 전까지 거울은 특권층만이 사용할 수 있었다. 거울 뒷면에 수 년, 수십 년에 걸쳐 기하학적인 무늬나 글씨를 새겨넣는 등 제작에 엄청난 공력을 쏟기 때문이다. 단순히 용모를 꾸미기 위한 것이 아닌 통치자나 종교 지도자의 권력을 보여주는 도구였을 것이라는 추정도 여기서 비롯됐다.

단순히 모습을 비추는 거울만 있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형제들을 죽이고 황제에 오른 당 태종은 ‘정관(貞觀)의 치(治)’라는 중국 역사상 유례가 없는 태평성대를 열었다. 당 태종은 세 가지 거울을 가진 것으로 유명하다. 하나는 자신의 모습을 비추는 거울, 두 번째는 자신의 부족함을 깨닫게 해주는 충신, 마지막은 자신의 현재와 미래를 엿볼 수 있는 역사 등이 그것이다.

전남 국립 의대 설립, 광주 군공항 이전 등 지역 내 현안이 수십 년째 해결되지 못하다가 최근에서야 비로소 활로가 열리고 있다. 정부가 전남 내 의견 합의를 전제로 국립 의대 설립을 약속했고, 군공항 이전을 위한 광주시와 전남도의 노력은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하다. 하지만 순천시의 전남도 공모 불참, 무안군의 무조건적인 군공항 이전 반대가 발목을 잡으며 지역민들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임기가 4년인 단체장은 필연적으로 다음 선거를 염두에 둘 수밖에 없다. 정책이나 사업 역시 그 손익을 따져야 하는 것도 어찌보면 당연하다. 다만 지역의 미래, 전남 전체의 발전과 결부되어 있는 사안이라면 넓은 시야에서 다른 입장도 충분히 살펴 결단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다양한 거울로 자신을 비춰 아집과 독선을 버리고 쇠락해가는 지역을 위해 반드시 해야 할 일은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윤현석 정치부 부국장 chadol@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