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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룡 - 김미은 여론매체부장
2024년 06월 12일(수) 22:30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킬빌’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여주인공 우마 서먼의 결투 신이다. 칼잡이들에 둘러싸인 주인공이 재빠른 솜씨로 한 명 한 명씩 해치우는 것이 익숙하다 싶은데, 그녀가 입고 있는 검은 줄무늬의 노란색 ‘추리닝(운동복)’을 보는 순간 바로 이 남자가 떠오른다. 부르스 리(Bruce Lee)로 불렸던 리샤오룽(이소룡·1940~1973)이다. 어린 시절 TV를 통해 넋을 놓고 보았던 영화 ‘용쟁호투’ 속의 그는 뛰어난 무술로 덩치 큰 서양 사람들을 쓰러트리는 영웅이었다.

‘정무문’, ‘맹룡과강’ 등으로 세계적인 스타가 된 이소룡은 ‘영화처럼’ 갑자기 세상을 떠났지만 50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 곁에 있다. 수많은 영화와 게임, 애니메이션 등에는 그를 모티브로 한 캐릭터가 끝도 없이 등장한다.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도 그가 격투를 시작할 때 내지르는 괴성과 엄지 손가락으로 코를 문지르는 모습, 노란 운동복과 쌍절곤은 알고 있다.

워싱턴주립대 철학과를 중퇴한 그는 뛰어난 쿵후 실력과 함께 자신만의 철학을 가지고 있었고, 지금도 ‘이소룡 어록’으로 불리며 회자된다. 영국 BBC가 제작한 ‘Bruce Lee:A Life in Ten Pictures’는 이소룡의 결정적인 순간을 열 장의 사진으로 풀어낸 작품인데, “물처럼 되어라(Be Water). 친구여. 물은 가장 부드러운 물질이지만 가장 단단한 바위도 뚫는다” 라고 말하는 그의 인터뷰가 인상적이었다.

이소룡 사후, 그를 대신했던 배우들이 등장하는 다큐멘터리가 19일 개봉한다. 이소룡의 열혈팬인 코미디언 이경규가 수입한 데이비드 그레고리 감독의 ‘이소룡-들’에는 이소룡을 닮은 외모에 뛰어난 무술 실력을 갖춘 네 명의 배우들이 출연한다. 한국, 대만, 미얀마, 홍콩 출신인 이들은 여소룡, 거룡, 양소룡으로 불렸고 이소룡이 남긴 작품의 속편과 전기영화의 주인공으로 활약했다.

“이소룡만 안 닮았어도 더 유명해질 수 있었을 텐데”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는 이들은 노인이 된 지금도 절도 있는 액션을 선보이며 자신들의 삶을 되돌아 본다. 시대의 아이콘 ‘이소룡’이라는 인물을 탐험하는 또 다른 방법이라 흥미롭다.

/김미은 여론매체부장 me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