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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4 팬텀기 - 송기동 예향부장
2024년 06월 11일(화) 00:00
까마득한 초등학생 시절 기억을 떠올려본다. 난생 처음 보는 전투기가 지축을 뒤흔드는 굉음과 함께 시가지 위로 나타났다. 전투기는 빠르게 비행하면서 기체를 한 바퀴 뒤집는 묘기를 선보이며 시야에서 순식간에 사라졌다.

1975년 12월, 국민들의 성금으로 구입한 F-4 팬텀Ⅱ(방위성금 헌납기) 다섯 대가 전국 10개 주요 도시를 비행할 때 일이다.

지난 5월 중순 F-4E 팬텀기의 고별 비행이 있었다. 기체 옆면에는 ‘국민의 손길에서, 국민의 마음으로 1969~2024’라는 문구가 새겨졌다. 이 가운데 한 대는 1970년대 식으로 얼룩무늬 도장을 했다. 유튜브 영상을 통해 팬텀 편대가 수원기지에서 이륙해 대구~부산~사천~여수~가거도~새만금 등 국토를 횡단하는 마지막 비행을 볼 수 있었다.

‘팬텀’(Phamtom)은 1960년대 개발된 F-4 전폭기의 애칭이다. 미국 맥도널 사가 1940년대 후반 개발한 세계 최초의 함상 제트 전투기 ‘FH 팬텀’의 이름을 이어받았다. 마하 2.5의 빠른 속도와 적외선 유도 공대공 미사일, 강력한 레이더 등을 갖춰 월남전에서 맹활약하며 ‘미그기 킬러’, ‘하늘의 도깨비’ 등으로 불린 당대 최고의 전폭기(전투기+폭격기)였다. 1969년 6월 첫 도입돼 한국 공군 전력을 비약적으로 향상시켰다. 1975년에는 전 국민들이 십시일반(十匙一飯)한 방위 성금 가운데 71억여 원(당시 1443만3000달러)을 들여 다섯 대를 구입했다.

55년 동안 한국 영공을 지켜온 F-4 전폭기가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지난 7일 수원 기지에서 퇴역식이 열렸다. 이는 단순히 한 전투기의 퇴장에 그치지 않는다. L-4 연락기로 시작한 한국 공군의 75년 역사를 상징하는 전투기이기 때문이다. F-4는 남성적인 디자인으로 ‘밀덕’(밀리터리 덕후)들의 사랑을 받은 기체이기도 하다. 앞서 퇴역한 구형 F-4 기체들은 무안 밀리터리테마파크와 고흥 종합문화회관 등지에 전시돼 있다.

앞으로 우리 손으로 개발한 한국형 전투기 KF-21 ‘보라매’가 실전 배치돼 F-4를 이어 한국 영공을 지키는 모습을 기대한다.

/song@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