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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용 등 5·18 가해자들 27년만에 다시 법정 세우나
진상조사위, 시민 7명 살해 추가 확인·주남마을 집단살해 가해자 특정
최세창·신우식·최웅 등 12명 내란목적살인·집단살해 혐의 등 고발키로
“공소시효 완성되지 않았다” 판단…당시 작전 수행한 병사까지 첫 고발
2024년 06월 02일(일) 19:45
정호용 특전사령관(오른쪽)이 1980년 5월 27일 오전 전남도청을 사수하던 시민군을 학살한 상무충정 작전 종료 후 전남도청을 방문하고 있다. 정씨는 전두환씨와 육사 동기(11기)로 5·18 당시 광주 시민을 학살한 장본인 가운데 한명이다. <광주일보, 5·18 기록관 공개영상 촬영>
5·18진상조사위가 적용한 혐의

▲정호용·최세창·신우식·최웅 → 내란목적살인

▲ 11공수여단 계엄군 9명→ 집단살해·살인교사 등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진상조사위)가 정호용 전 특전사령관 등 5·18 당시 투입된 계엄군 등을 고발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1997년 대법원의 전두환씨 등 신군부에 대한 12·12 군사반란 및 5·18 내란목적살인죄 재판 이후 27년만에 5·18 가해자들을 법정에 세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5·18 당시 투입돼 직접 작전을 수행한 병사까지 고발 대상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진상조사위는 지난 31일 열린 제128차 전원위원회 회의에서 정호용씨 등 계엄군 12명을 고발하는 내용의 안건 3건을 통과시켰다.

각각 광주재진입작전(상무충정작전) 내란목적살인에 대한 고발건, 주남마을 집단살해죄 등에 대한 고발건, 송암동 집단살해죄 등에 대한 고발건이다. 진상조사위는 고발 대상자의 구체적인 행적을 보완한 뒤 대검찰청에 고발장을 제출할 방침이다.

고발장은 5·18 민주화운동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을 근거로 작성됐다. 이 법은 ‘위원회는 조사한 내용이 사실임이 확인되고 범죄혐의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검찰총장에게 고발해야 한다’는 의무 조항을 두고 있다.

정호용씨와 최세창 3공수여단장, 신우식 7공수여단장, 최웅 11공수여단장 등 4명은 내란목적살인 혐의로 고발된다.

이들은 1980년 5월 27일 상무충정작전 중 전남도청, 광주공원, 광주YWCA 등을 점령하는 과정에서 시민 7명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살해된 7명은 1997년 5·18 관련 재판 당시 확인되지 않았다가 진상조사위가 추가 확인한 희생자다.

진상조사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정호용씨는 작전에 앞서 3공수를 전남도청에, 7공수는 광주공원에, 11공수를 관광호텔과 광주YWCA에 특공조로 침투할 것을 명령했다. 최세창·신우식·최웅씨는 5월 26일 각 대대에 작전을 전파하고 유혈진압을 명령했다.

이들이 교전 및 사상자가 생길 것을 알면서도 살상 행위를 지시하거나 용인했다는 점, 광주 시위를 제압하지 않으면 시위 물결이 전국으로 확산돼 12·12 내란의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웠다는 점 등에서 내란목적살인에 해당한다는 것이 고발장의 취지다.

진상조사위는 광주공원에서 사망한 피해자 중 20사단 소속 계엄군에 의해 사망한 희생자도 있다는 점에서 추후 20사단 계엄군에 대한 추가 고발장을 작성해 전원위원회에 회부할 방침이다.

최웅씨를 포함한 11공수여단 소속 계엄군 9명은 집단살해(제노사이드)·살인·살인미수·살인방조·살인교사 등 혐의로 고발한다.

이들은 1980년 5월 23~24일 외곽봉쇄작전 중 주남마을, 송암동 일대에서 민간인을 집단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11공수는 5월 23일 오전 9시께 광주 외곽에서 관을 구해오기 위해 화순으로 향하던 마이크로버스(14명 탑승)가 접근하자 탑승자들이 항복의사를 표시했음에도 10여분 동안 무차별 발포했다.

이 때 11공수 62대대의 한 하사관은 버스 내에 진입해 10여구의 부상자·시신을 확인사살하고, 인근의 목격자까지 조준사격했다. 11공수 여단본부 소속 장교(소령)는 버스에서 연행해 온 민간인 두 명을 두고 부하에게 “처리하고, 묻어주라”고 명령해 살인을 교사했으며, 이에 62대대 소속 병사(일병)는 두 민간인을 직접 살해했다.

11공수는 또 24일 주남마을에서 송정비행장으로 이동하다 보병학교 교도대대와 오인교전을 했고, 이후 송암동 일대 마을 수색 작전을 전개했다. 이 과정에서 11공수 62대대의 하사관(상사)은 포승줄에 묶인 시민의 머리와 등을 대검으로 찌르고 총을 쏴 살해했으며, 11공수 63대대 소속 하사관(상사)은 산자락 마을에 살던 비무장 민간인을 총으로 쏴 살해한 뒤 확인사살까지 했다.

최웅씨와 62대대 5·6지역대장, 63대대 7지역대장은 부하들이 집단살해를 범하려 하는 것을 알면서도 무기를 분배하는 등 교사·방조한 혐의를 받는다.

진상조사위는 조사 과정에서 송암동, 주남마을 사건 가해자를 특정한 데 따라 고발 조치하기로 했다.

최세창·신우식·최웅씨는 1997년 재판 당시 검찰이 5·18 현장 지휘관을 기소 대상에서 배제한 데 따라 지금까지 5·18과 관련해 처벌을 받은 적이 없다. 최세창씨의 경우 12·12 사태 당시 반란 가담, 상관 살해 미수 등의 혐의에 대해서만 처벌받았다. 정호용씨는 상무충정작전 중 18명을 살해한 사실을 인정받아 유죄 판결을 받았으나 8개월만에 사면됐다.

진상조사위는 각 죄목의 공소시효 만료 여부와 관련해 “시효가 완성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는 법률 자문을 받았다. 내란목적살인, 집단살해죄 등은 헌정질서파괴범죄로서 관련법에 따라 공소시효의 적용이 배제된다는 것이다.

진상조사위는 “범죄사실의 공소시효가 완성된 경우에도 위원회가 조사 결과 조사한 내용이 사실임을 확인하고 범죄 혐의가 있다고 인정한 경우에는 고발조치를 해야 한다”는 법률 자문도 받았다고 전했다.

한편 진상조사위원 중 국민의힘 추천 위원 3명은 별도 입장문을 내고 고발 조치에 반대하는 의견을 냈다. 이들은 “헌정질서 파괴범죄가 아닌 일반적인 살인·강간죄 등은 1995년 공소시효가 종료됐으며, 이들을 처벌하는 것은 형사 불소급의 원칙에 반한다”고 주장했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