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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고용 한도 늘렸는데…기업 신청은 ‘반토막’
상반기 광주·전남 중소기업 412명 신청…지난해의 52%에 그쳐
“일감 없어 직원들 임금 주기도 빠듯…38만원 교육비도 부담” 하소연
2024년 05월 30일(목) 20:45
/클립아트코리아
“외국인 근로자 고용 한도를 늘려주면 무엇합니까. 주문 전화는 한 통도 없고, 일거리가 없으니, 외국인력이 필요하지 않죠….”

담양군에서 재생 유로폼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A씨는 올해 단 한 명의 외국인력도 신청하지 않았다.

정부가 올해 국내로 입국하는 외국인 근로자(E-9비자) 규모를 확대했지만, A씨 자신과는 전혀 상관없는 일이라고 했다.

A씨의 회사는 건축 현장에서 주로 쓰이는 거푸집을 재생해 판매하는 곳이다. 거푸집 하나의 무게는 15㎏ 정도로, 비교적 무거운 중량을 다뤄야 해 내국인 인력을 구하기 힘들다. 이 때문에 A씨는 고용허가제를 통해 매년 많게는 3명가량의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해 왔는데, 올해는 신청안내서조차 읽어보지 않았다고 했다.

A씨는 “재생 유로폼 주문은 건설경기에 큰 영향을 받는데, 건설경기가 좋지 않다 보니 회사 사정도 나빠지고 있다”며 “최근 2년 새 매출이 30% 가까이 급감해 지금 있는 직원들 급여 주기도 빠듯하다”고 한숨을 쉬었다.

정부가 기업들의 원활한 경영 활동을 위해 외국인력 도입 규모를 늘렸지만, 정작 깊어진 경기침체로 외국인력을 고용하려는 기업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30일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해 말 올해 고용허가제 외국인력(E-9) 도입 규모를 16만5000명으로 확정했다. 지난해 12만명에서 무려 38% 늘어난 규모다.

정부는 제조업 7만7440명, 조선업 5000명, 농축산업 1만4030명, 서비스업 1만2970명, 어업 8650명 등을 배정했다.

그러나 커진 고용인력 규모와는 달리, 최근 고용자들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한 상황이다.

당장 중소기업중앙회가 올해 회원사를 대상으로 상반기 외국인 근로자 신청을 받았지만, 신청건수는 작년에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중앙회 광주전남지역본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회원사가 신청한 외국인 근로자는 918명으로 전년 1924명보다 52%(1006명)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신청업체수도 지난해 832개 기업에서 412개 기업으로 50.5% 감소했다. 하반기의 경우 상반기보다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도 조심스레 나온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앞서 지방소재 중소기업의 경우 고용 가능한 외국인 근로자를 20% 추가 고용할 수 있는 방안까지 마련해 시행 중이지만,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지역 중소기업중앙회는 현행 추가 고용 비율인 20%에서 50%까지 확대하는 계획까지 가지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시급성이나 필요성이 느껴지지 않고 있다.

상시근로자 10~15인 규모의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대표이사 B씨는 “외국인 인력이 수급하려면 1인 당 38만원이라는 위탁 교육비용이 드는데, 이것 조차 부담스러워 하는 업체 사장님들이 많다”며 “멀리 보면 꼭 필요한 정책(고용한도 확대)일지 몰라도 지금으로선 기업들이 어렵다 보니 피부로 와닿지 않고 있다. 경기 회복이 우선이다”고 말했다.

광주와 전남지역 소상공인, 중·소기업인들의 경영악화는 또 다른 통계로도 확인된다.

올해 1~4월 광주와 전남지역 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의 ‘노란우산’ 폐업 공제 명목 지급액은 역대 최고액을 기록했다.

광주는 149억원으로 전년 동기(112억원) 대비 33% 늘었고 전남은 128억원으로 전년 동기(107억원)에 견줘 19.6% 상승했다.

/김민석 기자 ms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