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장애인체육 훈련 현장을 찾아서] “내가 세운 한국신 바꾸고, 세계 무대 진출이 꿈”
광주시장애인체육회 수영 정봉기 당찬 포부
배영 50m서 자신이 기록한 한국신 4번이나 갱신
팔 통증 때문에 발만 사용하는 영법으로 바꿔
매일 4~5시간씩 훈련…패럴림픽 메달에 도전
2024년 05월 27일(월) 12:25
광주시장애인체육회 수영 정봉기가 자신이 세운 배영 50m(S2) 한국신기록을 갱신하기 위해 매일 염주수영장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광주시장애인체육회 제공>
“올해 목표는 세계대회 출전을 위한 국제등급을 획득하고, 내가 세운 한국 신기록을 다시 바꾸는 것입니다”

국내 장애인수영(S2)에서 여섯 차례의 한국 신기록을 수립하며 국내 정상에 우뚝 선 광주시장애인체육회 정봉기(26)가 패럴림픽 출전을 위한 세계 무대 도전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지난 2017년부터 본격적으로 수영을 시작한 정봉기는 배영 50m에서 남다른 기량을 발휘해 한국신기록을 네 번이나 갱신했다. 2017년 1분2초87로 시작해 2018년 56초21, 2019년 53초78로 매년 3초씩 단축하다 지난해 전국장애인체육대회(이하 전국체전)에서 51초27의 기록으로 현재의 한국 신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나머지 두 개의 한국신은 2018·2019년 자유형 50m에서 획득했으나, 현재는 다른 선수가 기록을 돌파한 상태이다.

이처럼 국내에서 화려한 기록을 세운 정봉기는 아쉽게도 그동안 세계대회 출전 기회는 갖지 못했다. 운동을 시작한 지 2년 만인 2019년 태극마크를 달았던 그는 개인적인 사정으로 국제대회에 불참했으며, 2022·2023년 상비군으로 활약했을 땐 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국제대회가 없었다. 하지만 올해는 기필코 국제대회에 참가해 국제등급을 획득, 세계 무대에서 정상급 선수들과 기량을 겨뤄 보고자 하는 것이다. 올해 파리에서 열리는 패럴림픽 참가는 무산됐지만 다음 패럴림픽 무대에는 반드시 서겠다는 목표로 매일 강한 훈련에 임하고 있다.

무엇보다 정봉기가 패럴림픽행에 자신감을 보일 수 있는 것은 갈수록 좋은 기량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21년부터 광주장애인체육회 수영연맹팀을 맡은 전문체육지도자 김은지 감독의 지도가 큰 힘이 되고 있다. 한국 신기록으로 승승장구하던 정봉기는 2022년 어깨통증으로 위기를 맞았다. 슬럼프에 빠진 그에게 김 감독은 새로운 영법을 제안했다. 아픈 팔은 쓰지 말고 오직 발만 이용해 승부를 걸자는 획기적인 전략이었다. 영법을 바꾼 초기엔 적응하기 힘들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옛 기량을 되찾는 것은 물론 새 기록에 도전할 정도로 놀라운 향상을 보였다.

김 감독은 “봉기의 가장 큰 장점은 긍정적 마음가짐이다. 영법이 바뀌었음에도 성실하게 훈련에 임해 어려운 고비를 넘겼으며, 오히려 더 좋은 기록을 보여주고 있다”고 밝혔다.

정봉기(오른쪽)가 광주시장애인체육회 전문체육지도자 김은지 감독과 영법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광주시장애인체육회 제공>
자신감을 회복한 정봉기는 지난해 전국체전에서도 한국 신기록을 세우며 건재함을 과시하며 더 큰 꿈을 꾸게 됐다. 훈련은 주 5일, 매일 4~5시간씩 염주수영장과 광주장애인체육센터에서 진행되고 있다. 오전 10시부터 광주장애인체육센터에서 체력훈련을 갖고, 오후 2시부터 4시30분까지 염주수영장에서 실전훈련을 시행하고 있다. 실전훈련에서는 1초의 기록 단축을 위해 자신과의 힘든 싸움을 펼치고 있으며, 가끔 비공식 한국신을 기록해 올해 무대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발로만 하는 백돌핀킥으로 영법을 전환한 만큼 하체 근력 키우기에도 더욱 노력하고 있다. 체육센터에서의 훈련만으로는 부족해 집에서 복근훈련과 허벅지 근력운동을 추가로 하고 있다. 발목에 5kg짜리 모래주머니를 차고서 무릎을 들어 올리는 연습(프런트 레그업)과 양다리로 15~35kg까지 점차적으로 무게를 들어 올리는 레그 익스텐션을 15~20개씩 5세트로 시행하고 있다.

훈련이 없는 쉬는 날에는 게임으로 스트레스를 푼다는 정봉기는 틈틈이 세계 주요 선수들의 시합 장면이나 영법을 보며 이미지 트레이닝도 한다. 그는 “가끔 훈련 중 힘이 들 땐 ‘이 순간을 넘겨야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버티는 것이다” 면서 “하지만 도저히 힘들 땐 잠시 쉬었다가 다시 시작하기도 하고, 그럴 때마다 감독님이 냉정하게 지적해 주면서 동시에 용기도 불어넣어 준다”고 밝힌다.

하루 훈련을 마친 정봉기와 김은지 감독이 올해 선전을 위해 수영장 밖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광주시장애인체육회 제공>
정봉기에게 있어 김 감독의 지도는 큰 행운이다. 김 감독과 평소엔 친구처럼 격 없이 대화가 이뤄진다. 정봉기가 슬럼프에 빠져 운동을 계속해야 할 지에 대한 깊은 고민에 빠졌을 때도 김 감독의 조언이 큰 힘이 됐다고 한다. 수영선수 출신인 김 감독은 장애인체육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다. 시각장애인들의 수영을 이해하기 위해 자신이 직접 안대로 눈을 가리고 수영을 했다는 일화는 광주체육계에서 소문이 날 정도이다.

김 감독은 “봉기는 모든 점에서 적극적이기 때문에 자신의 장점을 살릴 수 있도록 지도하고 있다. 특히 새로운 영법보다는 자신이 더 자유스럽게 할 수 있는 영법을 최대한 유지하는 게 좋은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면서 “지금의 기량을 계속 쌓아간다면 세계 무대에서도 정상급 기량을 충분히 펼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한다.

올해 세계 등급 획득에 이어 전국체전에서 한국 신기록과 함께 배영 2관왕에 도전하는 정봉기의 꿈이 이뤄져 패럴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거는 모습을 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서승원 기자 swseo@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