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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림동 소녀 - 임영희 지음
2024년 05월 24일(금) 00:00
그녀는 양림동의 젊은 시절을 자신의 ‘전성기’이자 ‘하이라이트’라고 한다. 원래 그녀의 고향은 광주가 아닌 진도였다. 유년의 시절 광주로 유학을 와 푸른 청춘의 시절인 십대와 이십대를 양림동에서 보냈다.

양림동에는 미션스쿨인 수피아여중과 여고가 있다. 중고시절에는 문학 소녀의 꿈을 키우며 수피아에 내려오는 독립운동의 정신을 새기곤 했다. 이후 연극 제작 등 문화 활동을 하면서 민주화운동에 참여했다. 1978년 동료들과 여성단체 송백회를 꾸려 간사로 참여했으며 이후 송백회는 5·18 당시 들불야학과 함께 투사회보를 제작하는 등 투쟁에 동참했다.

임영희 작가 겸 연출가가 펴낸 ‘양림동 소녀’는 격동과 감동의 인생 스토리를 담고 있다. 80년 오월 시민군으로 참여하고 ‘광대’의 단원으로도 활동했다. 파란의 현대사를 거쳐왔던 그녀는 50대 어느 날, 급성 뇌졸중으로 쓰러졌다. 후유증 탓에 오른쪽 몸이 마비되는 불운의 상황과 맞닥뜨렸지만 대신에 새로운 ‘언어’를 얻게 됐다. 다름 아닌 외손으로 그림을 그리게 된 것. 삐뚤빼뚤한 그림에는 스스로 자신을 만났던 삶의 기록이 오롯이 배어 있다. 특히 공동체 역사를 바꿔버린 80년 오월의 이야기는 마치 현재진행형처럼 또렷하고 생생하다.

이후 그녀는 작업한 그림을 모티브로 애니메이션 영화 ‘양림동 소녀’를 연출했다. 영화는 서울독립영화제를 비롯해 광주여성영화제,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광주독립영화제 등 다수의 영화제에 초청되는 등 큰 호응을 얻었다.

김현미 연세대학교 문화인류학과 교수는 “임영희는 고통을 증언하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자신의 삶을, 그리고 광주 시민들이 만들어낸 ‘신성한 공동체’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경험으로 보여주고자 했다”고 평했다. <오월의봄·1만68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