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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의 길 - 윤현석 정치부 부국장
2024년 05월 22일(수) 22:00
중국과 유럽에는 우리나라가 갖지 못했던 봉건제(封建制)라는 정치 체제가 존재했었다. 중국의 고대 왕조인 주나라는 왕실의 혈족이나 인척, 공이 큰 신하를 제후에 봉하고 일정한 영역을 다스리게 했다. 유럽은 중세시대 왕과 영주가 충성을 바치고 통치권을 인정받는 계약관계가 광범위하게 맺어지기 시작했다. 의무를 다한 영주는 자유롭게 거취를 결정할 수 있었고, 혼인이나 상속을 통해 봉토를 넓혀가는 것도 가능했다.

우리나라는 국토가 작은 것도 원인이겠으나 역사적으로 중앙, 즉 수도(首都)에 자리한 왕과 관료들이 모든 것을 결정해왔다. 조선시대까지는 관리를 파견하는 정도였으나 일제강점기에 중앙집권은 더 심해졌다. 식민 통치는 조선총독부를 정점으로 지방의 모든 것을 파악하고, 처리하며, 장악하는 시스템이었기 때문이다. 해방 이후 이러한 시스템을 개선하지 못했고, 경제 발전을 목표로 한 효율·집약을 우선하는 사고는 수도와 중앙을 더 비대하게 만들었다.

일부 선각자들은 지방자치·분권이야말로 국가 발전의 토대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제헌헌법에 지방자치를 담아 1949년 7월 4일 지방자치법을 공포하기도 했다. 그러나 혼란을 이유로 시행되지 못했고 1961년 5·16 군사정변은 그 씨앗마저 완전히 밟아버렸다. 1987년 6월 항쟁의 성과로 개정 헌법에 지방자치가 다시 포함됐고, 1990년 10월 고 김대중 대통령이 단식 투쟁을 한 뒤에야 비로소 지방자치제는 시행될 수 있었던 것이다.

선진국은 연방제, 또는 그에 준하는 지방자치·분권을 실시하고 있다. 그것이 국가의 성장·발전, 민주주의의 토대가 되기 때문이다. 여전히 중앙집권, 관료 시스템, 서울 중심주의에 매몰되어 있는 우리의 현실과는 거리가 멀다. 문재인 정부에 이어 윤석열 정부도 이를 강조하고 있지만 실제로 바뀐 것은 거의 없다. 서울과 중앙의 시각에서 그 위상과 권력을 그대로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각 지방이 나서 남아있는 지혜, 역량, 자원을 쏟아부어 중앙집권과 수도권 중심주의를 타파할 수 있는 개헌과 관련 법률의 개정에 나서야 한다. 그것이 선진국으로 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chadol@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