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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인 명무의 신명, 고운 ‘섬섬옥수’에 실리다
동국예술기획 28~29일 광주빛고을시민문화관 공연장
35년간 3500여명 예인 출연…정명숙 명인 추모 의미도
2024년 05월 21일(화) 10:30
‘강선영류 태평무’를 추는 서울시무형유산 한량무 보유자 고선아 명무.
“공연을 앞두고 갑작스레 이매방류살풀이춤 보유자 정명숙 명인이 작고하셨다는 소식을 들어 황망했습니다. 전통춤연구보존회 등에서 우리 춤 연구에 평생 힘쓰셨던 분인데 안타깝죠. 포스터나 리플렛에는 일부러 고인의 이름을 빼지 않았습니다. 다른 예인들의 공연을 하늘에서 관람하며 ‘살풀이’하라는, 일종의 추모 의미죠.”

지난 16일 충장로 한 카페에서 만난 동국예술기획 박동국 예술총감독의 말이다. 이들은 오는 28~29일 오후 7시 30분 광주빛고을시민문화관 공연장에서 제112회 한국의 명인 명무전 ‘섬섬옥수(纖纖玉手)’를 앞두고 있다.

주요 출연자 중 한 명인 ‘정명숙 명인’이 소천했음에도 공연은 정상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1부 ‘명인명무전’과 2부 ‘전무후무’로 구성됐던 공연에 정 명인을 기리기 위해 고인의 생전 영상을 시청하고 묵념하는 프로그램을 추가했다.

박 감독은 “‘명인 명무전’인 동시에 ‘추모전’인 이번 공연의 연장선에서 내년에는 판소리 명창 ‘임방울’, 호남춤의 명인 ‘한진옥’ 등까지 함께 기리는 추모 행사도 기획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우리 춤의 뿌리를 지키는 데 기여해 온 ‘명인 명무전’은 전통문화예술의 곰삭은 ‘멋’과 ‘맛’을 지켜온 전통예술 브랜드 공연이다. 지난 1990년 ‘한국의 명인명무전’이라는 이름으로 국립국악원 무대에서 첫판을 벌인 데 이어, 35년여 세월 동안 총 112회 공연을 펼쳐 왔다.

그간 무대 위에서 명멸해 온 예인들의 면면도 다양하다. 조선시대 마지막 무동인 명무 故 김천홍, 박동진을 비롯해 명무 김계화, 일인창무극의 공옥진, 배뱅이굿의 이은관, 여창가곡의 김월하 등이 명인명무전 출신이다.

이 밖에도 이매방, 박귀희 등 3500명의 예인들이 출연해 150개 종목에서 자신의 기량을 빛내 왔다. 중견과 원로, 신예가 함께 어우러질 수 있는 기회라는 점 등도 이목을 끈다.

부채, 접시 등 소품을 활용하는 ‘예기무’를 전북무형유산 예기무 보유자 김광숙 명무가 추는 장면. <동국예술기획 제공>


한편 동국예술기획 창립 35주년을 맞아 펼쳐지는 이번 공연은 이색적인 콜라보 형태의 판소리, 가야금 병창, 영상과 음악으로 변주되는 입체적인 무대로 채워진다.

첫째 날인 28일은 ‘명인 명무전’이라는 주제로 명무들을 만난다. ‘심청가중’은 주양자, ‘한량무’는 이윤제·이명순이 추며 ‘장고춤’은 조성란, 이용덕이 보여준다.

단국대 교수 김지원은 ‘살풀이춤’을, 박야림은 ‘밤길’을 펼칠 예정이며 유미애가 선사하는 ‘도살풀이’ 공연도 있다. 김영옥, 이경옥, 조애라, 임지은 등 4인이 꽹과리를 들고 추는 ‘진쇠춤’과 김현지의 ‘진도북춤’도 레퍼토리에 있다.

이튿날(29일) 펼쳐지는 ‘전무후무’ 공연도 볼거리. 먼저 국가무형유산 살풀이춤 보유자인 故 정명숙의 ‘이매방류살풀이춤’ 등을 추모 영상으로 만나며 최선·최지원(호남살풀이춤), 고선아·송영은(강선영류태평무), 이길주(호남산조춤), 이성훈(동래학춤) 및 문명자(가야금병창) 등 전통 예인들이 공연장을 채운다. 우정 출연하는 우리문화예술원 및 전통문화예술단 굴림의 ‘풍물기원굿’도 전통의 신명을 선사한다.

김광숙 명인의 ‘예기무’도 이목을 끈다. 교방의 기녀들이 잔치판이나 놀이판에서 참석자들의 흥을 돋우기 위해 추는 놀이적·드라마적 성격의 춤으로 맨손이나 부채, 수건, 접시 등을 사용하곤 한다.

박동국 예술총감독은 “민족의 한과 죽음의 서러움을 ‘춤’으로 승화한 이번 공연이 관객들에게 잊지 못할 울림을 남길 것이다”며 “예년과 달리 처음으로 공연명에 부제 ‘섬섬옥수’를 붙였다. 수년간 갈고 닦아온 예인들의 기량을 ‘아름다운 손’에 빗댄 특별한 의미를 담았다”고 말했다.

VIP 10만 원, R석 7만 원, A석 3만 원.

/최류빈 기자 rubi@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