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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작의 종말 - 윤영기 사회·체육담당 부국장
2024년 05월 19일(일) 22:00
해군 충무공해전유물발굴단은 1992년 경남 통영시 한산면 문어포 앞바다에서 16세기 말 귀함별황자총통(龜艦別黃字銃筒)을 발굴했다고 발표했다. 총신(銃身)에는 ‘적선을 놀라게 하고, 한 발을 쏘면 반드시 적선을 수장시킨다’(龜艦黃字 驚敵船 一射敵船 必水葬)는 문구가 선명하게 새겨져 있었다. 언론은 ‘거북선서 쏘던 포(砲) 찾았다. 이순신 해전 입증 국보급 유물’이라고 대서특필했다. 이 총통은 곧바로 국보 274호로 지정됐으나 불과 4년 뒤 모조품으로 판명됐다. 광주지검 순천지청 지익상 검사의 수사결과 승진에 눈 먼 발굴단장 황모 대령이 주도한 사기극으로 밝혀졌다. 국보 274호는 영구결번됐고 우리 문화재의 치욕으로 남았다.

일본의 후지무라 신이치는 1980년대 3만년 전으로 알려진 일본 구석기 시대를 70만년 전까지 끌어올린 스타 연구자였다. 고졸 학력으로 아마추어 연구자였던 그는 10년 동안 구석기 역사를 바꾸는 발굴 결과를 매년 내놓았다. 매년 일본 교과서 개정판이 나올 정도였다. 그의 놀라운 발굴은 희대의 날조로 드러났다. 마이니치 신문 기자가 몰래 카메라를 설치해 그의 행적을 담았다. 구석기를 대표하는 뗀석기를 만들어 구덩이를 파고 묻는 단순한 방식이었다. 이 사건으로 일본은 세계적인 망신을 당했다. 연구결과에 대한 검증붐이 일어나 구석기 유적 조작의혹에 휘말린 일본 벳푸 대학의 한 교수는 목숨을 끊기도 했다.

최근 한국 불교 태고종 소속인 전남 사찰의 주지가 문화재보호법 위반 혐의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그는 2020년 2월 사찰에서 보관하던 육경합부를 전남도 지정문화재로 지정받으려고 서류를 허위 작성해 기소됐다. 육경합부는 불교의 6개 경문을 하나로 모은 책이다. 그는 2016년 11월 제3자에게 육경합부를 6000만원에 구입하고서도 오래 전부터 대대로 소장해온 것처럼 서술했다.

문화유산은 그 자체로 역사를 증언한다. 아무리 정교하게 조작하고 꾸며도 언젠가는 진실이 드러난다. 수많은 전문가들의 눈을 속일 수 없고 세월이 흘러도 검증을 피할 수 없다. 거짓이 진실을 이길 수 없는 이치다.

/penfoot@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