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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값, 결국 18만원대로 추락
농민들, 가격 추가 하락 우려로 불안감 고조
전남도, 농협 RPC 등 정부에 수급 안정대책 촉구
2024년 05월 19일(일) 17:00
/클립아트코리아
쌀값(80㎏)이 올 들어 처음으로 18만원대로 내려앉았다. 쌀값이 18만원 수준까지 떨어진 것은 지난해 7월(18만 6106원)이후 10개월 만이다.

19일 전남도에 따르면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로 파악한 쌀 한 가마(80㎏) 가격은 지난 15일 기준 18만 9488원으로, 지난 5일 가격(19만원)보다 0.3% 떨어졌다. 지난해 7월(18만 6106원)이후 10개월 만에 18만원 대로 내려앉으면서 올 들어 가장 낮았다. 최근 5년 중 최고값과 최저값을 제외한 3년 평균가격인 평년가격(19만 1022원)보다도 0.8% 하락했는데, 지난해 11월(19만 9760원) 20만원선이 무너진 뒤 하락세를 멈추지 않고 있다.

농민 불안감도 크다. 통상적 쌀값 추이라면 매년 수확기(10~12월)이후 하락세를 보이다 5월부터 오름세로 전환해야 하지만 이대로라면 더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기 때문이다.

당장, 쌀값을 보장하겠다는 정부 의지가 쌀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데 현재로서는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게 농민들 반응이다.

지난해부터 쌀 목표가격을 한 가마니(80㎏)당 20만원선으로 유지하겠다는 대통령과 정부 약속은 ‘말 뿐’으로 지켜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의 수급 안정 대책도 미흡했다. 벼 재배면적이 줄면서 생산량이 감소했지만 소비량이 더 크게 줄면서 매년 15만∼20만t 초과 생산되는 형편인데도,시장격리도 하지 않았다. 이러다보니 지난해 전남 농협 RPC 등의 벼 매입량은 52만 8000t으로 역대 최대 규모였다.

지난달 기준 농협 RPC 등의 재고 물량도 18만 3000t으로 전년(10만 3000t)보다 8만t이나 많은 상황이다.

전남 뿐 아니라 전국 재고물량도 82만 7000t으로 전년(59만 2000t)보다 23만 5000t 많다. 전남 쌀 재고물량은 전국에서도 가장 많은 규모다. 이대로라면 농협 RPC 등은 다음달부터 수확기를 앞두고 재고물량을 줄이기 위해 낮은 가격이라도 내놓을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어서 쌀값 하락세가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높다.

전남도와 농협 RPC 등이 지난 17일 농협 전남지역본부 중회의실에서 쌀 시장격리(15만t 이상), RPC 정부지원 확대, 쌀소비대책 촉구 등을 포함한 ‘2023년산 쌀 수급 및 가격안정대책’을 논의한 것도 이러한 배경에서다.

전남도는 지난 17일 농협 전남지역본부 중회의실에서 농협 RPC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쌀 시장격리(15만t 이상), RPC 정부지원 확대, 쌀소비대책 촉구 등을 담은 ‘2023년산 쌀 수급 및 가격안정대책’을 논의했다.〈전남도 제공〉
쌀값 안정을 내걸고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된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부정적이다. 쌀 소비량이 줄어들고 있는 만큼 적정 생산을 유도할 수 있도록 정부가 철저한 수급 관리를 하라는 법안 취지에도, 정부는 “직불금도 주고 남는 쌀도 다 사준다고 하면 누가 벼농사를 안 짓겠냐”며 거부권을 행사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내고 있다.

신정훈 민주당 전남도당 위원장은 “벼농사 기계화율이 높다고 해서 밭농사하던 농민들이 밭을 논으로 바꿀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정부가 쌀을 사준다고, 농사짓기 편하다고, 밭농사 지역을 수리시설을 갖춰야 하는 논 농사 지역으로 마음대로 전환할 수 없다는 얘기다.

신 의원은 정부가 수급 안정 대책의 책임을 농민과 소비자에게 전가시킨다고 비판한다. 예전에 비해 통계·기상 관측 등의 데이터 관리가 충분히 가능해져 정부가 쌀 적정 생산을 위한 수급 관리가 가능한데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아 쌀값 폭락으로 이어지게 해놓고 그 책임을 농민들과 소비자들에게 돌리고 있다는 것이다.

농업인들 사이에서는 수익 창출 면에서 1차 산업의 한계가 명확한 만큼 농업인 소득 보장 차원에 대한 논의보다 소비자 물가 안정에만 치우친 정부의 인식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박형대(진보·장흥 1) 전남도의원은 “쌀 이외 논콩 등의 타작물 재배를 지원하고 밭농업 기계화율을 높여 생산량을 조절하는 한편, 쌀 소비량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매년 수입하는 의무수입물량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남도도 쌀값은 한 번 낮게 형성되면 회복이 대단히 어렵기 때문에 사전에 대응하지 않으면 농업·농촌의 어려움이 가중할 우려가 있다는 점을 감안, 쌀 가격 안정을 위해 ‘쌀 자동시장격리제’ 도입, 논 타작물 재배사업 국고지원 부활 등 양곡관리법과 유사한 정책을 건의해왔다.

/김지을 기자 dok2000@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