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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합’과 ‘무전공’ 사이에서 갈팡질팡 - 김재인 철학자·경희대 교수
2024년 01월 30일(화) 00:00
교육부에서 대학이 ‘무전공’ 선발을 할 때 인센티브 20% 포인트 이상을 지원해준다는 소식과 맞물려 대학이 논란의 소용돌이 한가운데 있다. 융합 인재 양성을 위해 꼭 필요하다는 찬성론과 기초학문이 고사할 거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맞서고 있다. 과거 광역모집의 실패 사례를 거론하면서 또 한 번의 실패를 예상하기도 한다.

원칙적으로 무전공 선발은 환영할 일이다. 나는 대학 교육이 ‘확장된 문해력’을 기르는 ‘확장된 인문학’ 교육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융합 협업의 전제인 소통과 협력을 위해서는 시대에 맞는 확장된 문해력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문·이과 구별은 물론 단과대학과 학과를 없애는 ‘전면 무전공 교육’이 이상적이다.

의약계열과 사범계열을 예외로 두는 정책도 모순이다. 이들은 확장된 문해력을 갖추지 않아도 된다는 말인가! 20대 초반까지는 모두에게 예외 없이 공통인 핵심 역량을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 내 주장이다.

과거의 실패 사례로 거론되는 세 가지 사례는 참고하기에 적절치 않다. 출발부터 명백한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사례 1. 과거 광역모집의 실패는 완전 무전공 선발 및 공통 핵심 역량 교육과 무관하다. 2~3학년에 전공에 진입할 터인데, 진입 시기만 조금 늦추면서 고3을 대1로 지연한 꼼수에 불과하다. 애초에 학과를 유지하겠다는 전제로 출발했으니, 실패는 당연하다. 현재 추진되는 방향과 유사하다는 점에서 반면교사로 삼을 법하다.

사례 2. 자유전공학부(대학마다 명칭은 조금씩 다르다)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어차피 졸업할 학과를 정해서 그 학과 수업을 듣게 될 방식이므로, 오래 유지되어 온 학과별 모집과 차별점이 없다. 공통 과목 몇 개 더 배우는 정도로 생색내면 안 된다.

사례 3. 카이스트(및 몇몇 과학기술원)와 포스텍을 예로 들기도 한다. 이들은 이공계 단과대학이니, 출발에서 사실상 반쪽 아닌가? 자연과학과 공학 계열 중 학과를 선택하는 조합이므로 종합대학에서 참고할 만한 본보기가 될 수 없다. 반쪽 교육을 받은 반쪽 인재를 반쪽 영역에서 고르게 하는 식이니, 사실상 보편 교육 모델로는 최악이다.

무전공으로 ‘선발’만 하면 뭐하나? 인기학과는 교수 공급에 허덕이고 비인기학과는 폐과 위협에 시달릴 터이니. 만일 시류가 바뀌면, 대학은 또 다시 안정을 잃게 될 것이다. 그때 가서 다시 구조조정 어쩌구 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교수급 인재가 뚝딱 어디서 떨어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고등교육의 근본 수순을 다시 설계해야 한다.

나는 ‘전면 무전공 교육’ 즉 공통 핵심 역량(확장된 문해력)을 키우는 ‘확장된 인문학’ 교육이 아니라면 모든 시도가 실패할 것으로 예상한다. 부분적 도입은 혼란과 논란만 가중할 뿐이다. ‘무전공 선발’이라는 최악의 절충안은 결국 ‘교양과 전공의 구별’이라는 인습과 ‘취약 학과의 불안’에서 타협한 결과다. 공통 핵심 역량을 키운 후, 대학원에서 전문 역량을 익히게 하는 것이 맞는 수순이다.

융합 인재라는 게 별도로 있는 게 아니다. 융합에 참여할 수 있는 전문가가 곧 융합 인재다. 전문가로서의 역량과 더불어 다른 전문가와 소통하고 협업할 수 있어야 융합 실험이 비로소 결실을 맺을 수 있다. 무전공 선발 후 학과 진입이라는 정책 방향은 융합 작업의 본질을 오해한 데서 비롯한다.

융합이 성공하기 위한 교육적 토대를 다지는 일이 한 개인을 융합 인재로 육성하려는 허망한 시도보다 우선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