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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의회, 5·18주요사업 예산 전액 삭감 논란
행자위 계수조정안 제시…역사왜곡대응사업비·힌츠페터상 무산 위기
오월의노래상설음악회·특별전시 예산 등도 ‘싹둑’…5월단체 강력 반발
2023년 12월 11일(월) 19:35
국립 5·18민주묘지. <광주일보 자료사진>
광주시의회가 광주시의 5·18민주화운동 관련 주요 사업 예산을 전액 삭감키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11일 광주시에 따르면 광주시의회 행정자치위원회는 최근 2024년도 광주시 민주인권평화국 일반회계 세입세출예산안 계수조정안을 광주시에 제시했다.

당초 광주시는 11억 5070만원의 예산을 요구했으나, 시의회는 예산을 7억 8180만원으로 삭감했다.

조정안이 그대로 예결위를 거쳐 본회의에서 가결되면 올해로 3회째를 맞은 힌츠페터국제보도상 예산 1억 7500만원은 전액 삭감된다. 의회에서는 광주인권상, 5·18언론상 등 유사한 다른 상과 병합하라는 취지로 예산을 삭감했지만, 수여 주체인 5·18기념재단은 “성격이 완전히 다른 상들을 병합하려 한다”며 반발했다.

2021년 제정된 힌츠페터 국제보도상은 해외 각지의 민주화 운동 현장을 취재하는 외신 영상 기자들에게 수여하는 상이다. 반면 국비로 수여하는 광주인권상은 인권·통일·인류의 평화를 위해 공헌한 국내외 인사·단체에게, 5·18언론상은 5·18 관련 취재보도를 한 국내 언론인에게 수여하는 상으로 성격이 다르다는 것이다.

조정안에 따르면 역사왜곡대응지원 사업비 1억 4000만원도 전액 삭감됐다. 5·18재단이 도맡던 ‘모니터링 및 법적 대응’, ‘진실알리기’, ‘오월길 안내 사업’ 등 왜곡대응 사업을 폐지하고 광주시에 맡기겠다는 취지다.

5·18재단은 지난 2015년부터 왜곡대응 사업을 전담해 왔으며 현재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 등의 왜곡 발언 소송과 지만원씨의 ‘무등산의 진달래 475송이’ 발행 및 배포금지 소송, 박훈탁 위덕대 교수의 왜곡 발언에 대한 소송 등을 진행 중이다.

사업을 넘겨받을 광주시는 자체 왜곡 대응 예산을 세워놓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다.

광주시는 지난 2019년 광주시교육청, 5·18재단 등과 함께 ‘5·18역사왜곡대응 TF’에 참여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회의를 주재하고 다음 할 일을 공유하는 등 업무 전달 역할만 맡는 데 그치고 있다.

이밖에 5·18기록관에서 매년 두 차례 여는 ‘오월특별전시’ 예산 9700만원도 한 해에 한 번만 열라는 취지로 5000만원으로 삭감할 방침이다. 5·18기록관은 이와 관련 “전반기와 하반기 각각 다른 주제로 특별전을 여는데 이를 같은 행사로 보는 것은 부당하다”는 의견을 시의회에 최근 전달했다.

광주시의회는 5·18마라톤대회 예산 2430만원도 전액 삭감하는 안을 추진 중이며, 오월의노래상설음악회(8000만원→5000만원)와 5·18역사체험프로그램(3300만원→1100만원) 예산도 크게 줄인다는 방침이다.

행정자치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정다은(북구2) 광주시의원은 “재단은 5·18 관련 문제에 대해 자기만의 입장을 안 밝히는 등 제 역할을 못 해 왔다. 힌츠페터 국제보도상 통폐합도 지난해부터 검토를 요구했는데, 진지한 고민 없이 예산을 그대로 올렸기에 제동을 건 것”이라며 “역사왜곡대응 예산 또한 ‘오월길 사업’을 통해 기간제근로자(오월지기) 인건비로 사용하는 등 시비를 재단의 조직 유지를 위한 사업비로 멋대로 쓰고 있었다”고 밝혔다.

5·18 관계자 사이에서는 예산 삭감안에 대한 반발이 커지고 있다.

5·18 국제화에 기여해온 국제보도상 예산을 통째로 없애는 것은 앞뒤가 안 맞다는 것이다. 더구나 5·18 왜곡 대응에 경험과 전문성을 갖고 있는 5·18재단을 배제하고 광주시 공무원에게 왜곡 대응을 일임한다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도 나온다.

정수만 전 5·18유족회장은 “아직까지 5·18 진상규명이 끝나지 않았고 왜곡과 폄훼가 근절되지 않고 있는데 왜곡 대응 예산을 통째로 없애는 건 결코 일어나선 안될 일”이라며 “전담 왜곡대응 팀을 갖고 전문성을 갖춘 5·18재단을 외면하고, 잘못된 점을 지적하고 고쳐나가기 보다는 예산으로 협박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5·18 관계자는 “운영구조를 개선한다면서 일부 사업 예산을 아예 0원으로 만든 것은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으름장을 놓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광주시의회가 5·18특별위원회를 꾸린 뒤 5·18재단 측에 업무 보고를 요구했다가 거부당하는 등 맘대로 움직이지 않자 보복 차원에서 예산을 깎은 것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한편 광주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오는 13일까지 이어지며, 14일 본회의에서 예산안을 의결할 예정이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