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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이 깔아준 붉은 융단…영광 물무산서 황홀한 1만보
떠벅떠벅 남도 걷기 좋은 길<1> 영광 물무산 맨발 황톳길
질퍽질퍽 0.6㎞+마른 황톳길 1.4㎞ 구간 1시간 20분 왕복
완만한 경사에 세족장 3곳 갖춰 …상사화 15만그루 식재도
2023년 12월 04일(월) 10:00
영광군 묘량면 덕흥리 일원에 있는 물무산 행복숲의 핵심은 2㎞ 구간 맨발 황톳길이다. 맨발 황톳길 입구.
아스팔트 도로와 길턱, 교통 신호 한 번 마주치지 않고 1만보를 걸을 수 있는 공간은 주변에 얼마나 있을까.

걷기는 기초체력을 기르기 위한 가장 기본 중의 기본 운동이다. 가볍게 걸으면서 체온을 올리며 기초대사량을 높이고, 때로는 사색에 빠지거나 새로운 발상을 하곤 한다. 최근에는 맨발로 걸으며 지구와 직접 교감하자는 ‘어싱’(Earthing)열풍도 불고 있다.

험난한 오르막길 없이, 특별한 장비 없이도 자연과 교감하며 1만보를 거뜬히 걸을 수 있는 ‘남도의 길’을 떠벅떠벅 걸어본다.

-편집자 주-



영광 물무산 행복숲은 삼대(代)가 함께 걷는 숲을 지향하며 조성한 종합 산림 복지숲이다.

영광군 묘량면 덕흥리 일원에 있는 물무산 행복숲은 축구장(7140㎡) 295개가 넘는 면적인 211㏊에 걸쳐 조성됐다.

영광 읍내에서 영광고추특화시장, 영광모싯잎송편타운을 지나면 차로 10분 거리에 물무산에 다다를 수 있다.

행복숲 곳곳에는 2㎞에 달하는 맨발 황톳길과 편백 3500여 그루가 자라는 편백명상원, 숲속 둘레길(10㎞), 유아숲체험원(2.5㏊), 소나무숲 예술원(2.0㏊), 가족명상원 등이 펼쳐진다.

맨발로 부담 없이 걸을 수 있는 황톳길은 두 가지로 나뉜다.

발이 푹푹 빠지는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질퍽질퍽 맨발 황톳길’ 0.6㎞ 구간과 ‘마른 맨발 황톳길’ 1.4㎞ 구간이다.

질퍽질퍽 길은 겨울철을 맞아 지난 10월 폐장하고 월동을 마친 뒤 내년 4월 다시 방문객을 맞는다.

맨발 황톳길은 빠르지 않은 걸음으로 왕복 1시간 20분 정도 걸렸다. 1만보를 걷기에 충분한 구간이었다.

맨발 황톳길은 ‘질퍽질퍽 맨발 황톳길’ 0.6㎞ 구간과 ‘마른 맨발 황톳길’ 1.4㎞ 구간 두 가지로 나뉜다.
숲속둘레길은 각 지점을 잘 결합해 등산로를 짜면 1시간 30분(6.7㎞)에서 길게는 2시간 10분(10.0㎞) 구간으로 다녀올 수 있다.

물무산 행복숲의 첫 얼굴인 황톳길 입구에서는 바람에 우는 풍경 소리가 은은하게 들린다.

한낮 수은주가 한 자릿수를 벗어나지 않는 한겨울 날씨에도 맨발로 황톳길을 밟는 등반객을 여럿 볼 수 있었다.

입구와 멀지 않은 곳에 260면 규모 1~2주차장이 있다. 1주차장을 포함해 2곳의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다.

황톳길 입구에는 신발을 보관할 수 있는 공간과 세족장이 있다. 물무산에서는 입구를 포함해 3곳의 세족장을 이용할 수 있다.

물무산 황톳길의 장점은 내리막길 경사가 거의 없다시피 해서 발끝만 보고 내려갈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느릿느릿 걸으니 물무산의 빼어난 산세와 인근 흥곡저수지 물 위에 비친 햇살을 감상할 수 있었다.

하산 길에 만난 이상희(62)씨도 ‘완만한 경사 길’을 물무산 황톳길의 매력으로 꼽았다.

그는 영광 한 달 살이를 하다 물무산 황톳길에 반해 지난 2월 부산에서 이곳으로 전입을 마쳤다.

이씨는 “날마다 맨발로 황톳길을 걸으며 ‘어싱’을 한 덕분인지 함께 걷고 있는 가족이 건강을 되찾고 있다”며 “지난해와 달리 물무산 황톳길의 인기가 부쩍 높아져, 주말이면 주차장 2곳 모두 빼곡할 정도로 찾는 이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물무산 황톳길을 찾은 한 노부부가 맨발로 산을 내려가고 있다.
올해 들어 물무산 황톳길 방문객은 지난 10월 말 기준 9만7487명으로, 지난 한 해 방문객(5만명)의 2배로 뛰었다.

하루 평균 방문객은 325명으로, 최다 방문객 2214명을 기록하기도 했다.

내년에는 물무산 황톳길을 가봐야 할 이유가 하나 더 생긴다.

올해 황톳길 주변에 심은 상사화 14만7000그루가 내년 여름 언저리에 만발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최시훈 영광군 산림공원과 주무관은 “모래가 덜 섞인 영광의 깨끗한 황토를 500㎥ 구입해 황톳길에 수시로 보충하고 있다”며 “매일 송풍기로 길 위 낙엽을 불어내고 매주 한 차례 이상 황토를 뒤엎는 등 매일 3~10명의 인력을 투입해 황톳길을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광 글·사진=백희준 기자 bhj@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