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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혐이냐, 자연스런 손 움직임이냐…메이플스토리 홍보영상에 네티즌 ‘갑론을박’
넥슨 메이플스토리 홍보영상에
남성혐오 주장 ‘손 동작’ 등장
온라인 커뮤니티 여론 악화에
넥슨, 해당 영상 비공개 처리 사과
‘페미니즘 검열’ 억지 논란 지적도
2023년 11월 28일(화) 19:45
손가락 모양으로 ‘남혐 캐릭터’ 논란이 불거진 메이플스토리 엔젤릭 버스터 리마스터 영상 일부.
최근 게임업계에 남성혐오 논란이 불거지면서 네티즌들의 갑론을박이 뜨겁게 이어지고 있다.

도마에 오른 대상은 메이플스토리에서 업그레이드한 직업 ‘엔젤릭버스터’ 애니메이션 홍보영상이다. 해당 영상에는 인터넷 커뮤니티 ‘메갈리아’에서 쓰이던 남성혐오 손 모양으로 의심되는 장면이 등장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일부 네티즌들은 영상을 제작한 ‘스튜디오 뿌리’ 소속 애니메이터 A씨가 해당 손모양을 고의로 삽입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A씨가 작성한 X(구 트위터)와 네이버 블로그 게시글 내용을 근거로 A씨가 ‘과격한 페미니즘’을 추구한다는 것. 해당 SNS 글에는 “남자 눈에 거슬리는 말 좀 했다고 SNS 계정 막혀서 몸 사리고 다닌 적은 있어도 페미 그만둔 적은 없다. 은근슬쩍 스리슬쩍 페미 계속해줄게”라는 내용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넥슨은 지난 26일 자정께 해당 영상을 메이플스토리 공식 유튜브에서 모두 비공개 처리했다. 이어 곧바로 사과문을 게시하고 “많은 용사님께 걱정을 끼쳐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해당 홍보물은 더 이상 노출되지 않도록 조치하고 최대한 빠르게 논란이 된 부분들을 상세히 조사해 필요한 조치를 진행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해당 영상을 제작한 애니메이션 제작사 ‘스튜디오 뿌리’도 곧바로 사과문을 올리고 해명에 나섰다. 스튜디오 뿌리는 이날 공식 X를 통해 “페미니즘을 표방하는 손동작이 작업 영상 곳곳에 들어갔다는 의혹이 있지만 이는 동작과 동작 사이에 이어지는 것으로 들어간 것이지 의도하고 넣은 동작은 절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번 상황을 두고 반페미니즘 남성 집단의 ‘페미니즘 검열’이자 억지 논란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넥슨이 사과와 함께 진상 조사에 나서자 여성단체들은 이에 반발하고 나섰다.

한국여성민우회 등 9개 단체는 28일 오전 11시 넥슨코리아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특정 손가락 모양이 남성혐오를 상징하며 페미니즘 세력이 이를 사용하고 있다는 음모론은 일부 커뮤니티에서 날조해 낸 착각”이라며 “0.1초간 지나가는 자연스러운 손의 움직임을 증거라고 우기는 주장이 통한다면 누가 이 혐오 몰이에서 벗어날 수 있겠냐”고 밝혔다.

이어 “기업이 일부 여성혐오적 소비자의 억지 주장을 받아주고 감정을 달래며 사과하는 것은 이들의 비이성적 불만과 폭력성을 여성 노동자 개인에게 돌리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게입 업계에 분 페미니즘 검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6년 한 여성 성우는 페미니즘 후원 티셔츠를 입었다가 게임회사에서 퇴출당했으며 최근에는 모바일 게임 ‘림버스 컴퍼니’ 제작에 참여한 여성 일러스트레이터가 과거 불법촬영 규탄 시위를 지지했다는 이유로 해고 통보를 받았다.

실제 전국여성노동조합이 지난 2020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6년 이후 게임업계에서 여성인권과 관련한 지지의사를 표명했다가 부당한 대우를 당한 여성 노동자는 최소 14명에 달한다.

한편 이날 새벽 인터넷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에 넥슨코리아 본사 앞 기자회견 참석자를 겨냥한 살인 예고글이 올라와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경찰은 IP주소 추적을 통해 글 작성자를 파악하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기자회견 현장에 경찰 기동대와 특공대를 배치할 방침이다.

/이유빈 기자 lyb54@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