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창운 개인전 “사라지고 나타나기를 반복하는 인간의 욕망 예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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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창운 개인전 “사라지고 나타나기를 반복하는 인간의 욕망 예술로”
18번째 개인전
광주시립미술관 금남로분관
‘멸·생’ 우주적 차원에서 탐색
2023년 11월 14일(화) 19:15
신창운 작가는 “이번 전시는 인간 심연에서 꿈틀대는 욕망을 탐구하는 데 초점을 뒀다”고 말했다.
‘본질’, ‘화두’, ‘염원’, ‘성찰’….

신창운 화가를 인터뷰하면서 떠오른 말들이다. 무겁다. 아니 무겁다기보다 진지하다고 해야 맞을 것 같다.

모든 예술작품은 작가를 닮기 마련이다. 작가의 잠재의식 속에 드리워진 DNA는 무의식 중에 작품에 전이된다. 아무리 새로운 작품을 창작한다 해도 그 작가만이 가진 DNA를 숨길 수 없다.

“감각적인 세상의 현란함보다 내면으로 깊숙이 침잠했죠. 역사의 아픔과 공동체의 붕괴, 인간 심연에서 꿈틀대는 욕망을 지속적으로 탐구하기 위해서였어요.”

시립미술관 금남로분관 전시장에서 만난 신 작가는 ‘진지하게’ 말했다. 그에게선 고전적인 작가의 모습이 겹쳐진다. 현실과 타협하지 않는, 목적을 위해 수단을 바꾸지 않는 고집이 읽힌다.

신 작가는 독특한 이력을 지닌 예술가다. 전남대 미술학과에서 서양화를 전공하고 인류학과에서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국내에서의 ‘진리’에 대한 탐구는 이후 국외로까지 확대된다. 인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인턴쉽과정을 수료했으며 인도 내셔널뮤지엄 인스티튜트 과정을 졸업했다. 그림에서 다분히 사변적이면서도 철학적인 깊이가 느껴지는 건 그런 연유다.

그는 “창작의 산물인 작품은 삶의 안위를 위한 수단이 아니라 세상을 진실하게 표현한 시대의 기록물”이라며 “미술의 가치는 새로운 재료의 발견과 그것의 사용이 아닌 작품을 통해 대중과 창조적으로 소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15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전시 주제는 ‘Disappearance ∞ Appearance’. 우리말로 하면 ‘사라짐과 나타남’ 쯤으로 해석할 수 있겠는데, 그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무한대를 뜻하는 ‘∞’이 사라짐과 나타남 사이에 드리워져 있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사라지고 나타나기를 무한 반복하는 것이죠. 인간의 욕망이 그렇다는 것입니다. 인간의 욕망은 조변석개하듯 수시로 바뀝니다. 멸(滅)과 생(生) 사이라는 유한한 삶 속에서 끊임없이 나타나는 욕망을 우주적 차원에서 탐색했어요.”

이번 작품은 대부분 숯으로 표현한 회화들이다. “자신을 불태워 주위를 밝히는 숯”은 그의 작업에 있어 매력적인 재료다. “열기가 사라진 숯이라도 불씨를 대면 다시 환한 생명력으로 되살아난다”는 사실은 유한한 존재인 인간에 견주어 볼 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즉 사라지는 것은 다시 나타남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지난 2010년부터 시작한 숯 조각 작업은 먹과 아크릴, 칡넝쿨을 사용한 회화작업으로 발전했다. 2021년 ‘Burned-Out Desire’(소진된 욕망)라는 주제로 진행한 개인전에서는 표현매체를 유화로 확장해 화려하게 불타올라 소진된 욕망의 실체를 초점화했다.

신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는 이전의 화면구성법과 서사의 구조를 좀 더 유연하고 자유롭게 풀어놓았다”며 “화면에 직접적으로 표현되었던 상징들의 비중이 작아지고 단색조의 여백에 화려한 색체의 물거품이 새롭게 등장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사라지고 나타나다’
‘사라지고 나타나다’로 명명된 40여 점의 작품들은 동일한 제목이지만 조금씩 차이를 드러낸다. 오색의 영롱한 물거품, 완전히 타버려 비정형으로 남은 숯조각, 그림 이면에 얼핏얼핏 보이는 부처의 상 등은 신 작가가 추구하는 예술 세계를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그는 말한다. “생명을 다하면 죽음이고 생기를 불어 넣으면 삶이다. 죽음과 삶은 영원히 반복된다. 이는 내세를 믿는 종교적 해석이다. 윤회의 원리에서 보면 죽음과 삶을 분리할 수 없기에 생사의 분별은 의미가 없다. 생과 사는 공존한다.”

한편 신 작가는 광주신세계미술상, 대한민국 청년비엔날레 청년작가상, 올해의 청년작가상(광주시립미술관) 등을 수상했으며 국제선정작가 80인전, 한국-베트남 국제교류전, 5·18민주화운동 40주년 특별전-민중畵 민주化 등 다수의 전시에 참여했다.

/글·사진=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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