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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과 클래식…두 버전 ‘백조의 호수’
시립발레단, 하이라이트 무대
클래식, 전통 발레의 미 절정
컨템포러리, 군무진 호흡 환상
선과 악 표현한 ‘회색조’ 백미
관객에 ‘교차 감상’ 재미 선물
2023년 09월 25일(월) 19:30
무언극(無言劇)을 표방하는 발레임에도 오프닝 무대 ‘빈사의 백조’는 발레리나의 비명을 고스란히 언어로 전하는 듯했다. 순백의 무용수가 팔을 뻗어 축 늘어진 백조의 목을 형상화할 때는 클래식 발레만이 형용할 수 있는 처연함과 아름다움이 극에 달했다.

시간차를 두고 같은 주제를 변주한 멜로디가 재차 울려 퍼졌다. 흑·백조 무용수들이 보여준 컨템포러리 발레의 코르 드 발레(군무)는 압권, 자유로운 신체언어는 ‘익숙한 새로움’으로 다가왔다. 파격, 관능, 전위 등의 단어들로 대변될 법한 ‘두 번째 몸짓’은 이번 공연의 부제가 ‘두 개의 깃털(Two Feathers)’인 이유를 짐작게 했다.

지난 22일 저녁 빛고을시민문화관에서 열린 ‘백조의 호수 하이라이트 Classic VS Contemporary’는 고전 ‘백조의 호수’를 클래식, 현대 두 버전으로 교차 감상할 수 있는 자리였다. 광주시립발레단(예술감독 박경숙)이 발레살롱콘서트의 일환으로 펼치고 있는 공연으로 초청안무자 정형일이 안무를 맡았으며 광주여성필하모닉오케스트라 6중주단이 연주했다.

클래식 발레에는 군무, 원그리기, 토슈즈 착용, 그랑 파 드 되(2인무) 등을 포함해야 하는 규칙이 있다. 이날 먼저 선보인 클래식 발레 공연은 뛰어난 형식미를 준수하며 전통적 발레의 아름다움을 유감 없이 보여줬다. 이어지는 컨템포러리 공연은 군무진의 자유로운 호흡이 인상적이었는데 흑백 무용수들이 번갈아 서서 시연하는 소떼(도약)는 오케스트라 반주와 어우러져 피아노 건반의 흑·백건을 온몸으로 누르는 것처럼 다가왔다. 발레 스커트조차 걸치지 않은 무용수들의 원초적 곡선은 발레 애호가들에게조차 새로운 몰입감을 자아냈을 것으로 보였다.

이날 정형일 안무가는 “최근 발레 레퍼토리의 발전, 가변형 무대세트 도입 등으로 인해 더 흥미로운 현대발레 안무 구상이 가능해졌다”며 “이번 공연은 ‘창조’와 ‘파괴’를 반복하는 독창적 컨템포러리 안무를 감상할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이라 말했다.

공연의 백미는 ‘회색조’의 존재 그 자체. 연출가의 변에 따르면 흑·백조는 무용을 매개로 각각 인간의 ‘악’과 ‘선’을 상징한다는 설정을 갖고 있었다. 두 색채의 혼합인 회색조는 인간의 양가감정을 온몸으로 형상화했고 과감하면서도 미니멀한 움직임을 갖춰 인상적이었다. 그러면서 공연은 마법사와 결투 끝에 해피앤딩을 맞이하는 지크프리트 왕자의 서사도 충분히 담아냈다.

두 발레 스타일의 우열을 가리는 것은 의미 없게 느껴졌다. 관객들은 이곳저곳에서 튀어나오는 배우들과 유연한 움직임의 현대안무를 보며 박수를 보냈고, 클래식 발레의 우아함에 넋을 놓은 듯했다.

두 버전 모두 1877년 차이콥스키가 초연한 ‘백조의 호수’의 주제에 충실하면서 각자 개성을 충분히 드러냈다. 이들을 한 자리에서 비교감상하는 자리는 고전부터 최근 발레 트렌드를 톺아보는 좋은 기회로 다가왔다.

/최류빈 기자 rubi@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