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역사 인식을 우려한다 - 임명재 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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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역사 인식을 우려한다 - 임명재 약사
2023년 09월 06일(수) 00:00
최근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한 우리 정부의 태도에 대해 많은 국민들이 심각하게 걱정하고 있다. 백번 양보를 해서 그 오염수가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하더라도 왜 우리 정부가 우리 세금을 들여서 일본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인지 이해가 안 된다. 엄밀하게 말하면 이건 도쿄전력이라는 전력회사의 문제인데도 말이다. 오염수의 방류는 우리에게 아무런 이익을 제고하지 못한다. 잠재적인 피해가 우려될 뿐이다. 최소한 현 정부가 친일적인 외교노선을 갖고자 한다면 반대만 안할 뿐 적극적인 찬성이나 홍보 행위는 하지 말아야 함에도 온갖 방법을 동원해서 도쿄전력을 대변하고 있다. TV는 물론 유튜브를 통해서도 오염수의 안전을 홍보하고 있으니 기가 찰 노릇이다.

이와 같은 친일적인 정책 노선에 이어 이번에는 육사의 홍범도 장군 흉상을 비롯한 독립운동가들의 흉상을 치우고 거기다 백선엽의 흉상을 세우려고 한다고 한다. 이러한 행위는 참으로 일방적이고 독재적인 정치 행태라고 보여진다.

홍범도 장군이 지휘한 청산리전투 등은 우리 민족의 한을 풀어주고 우리 스스로 주권을 지키고자 하는 의지를 보여준 역사적인 사건이었다. 이것은 이순신 장군이 임진왜란의 위기에서 민족을 구한 것만큼 중요한 사건이었다. 국가도 존재하지 않았고 자발적으로 자신과 가족의 삶을 포기하고 오로지 민족의 독립을 위해 목숨을 바치겠다는 의병들이 모여서 당시 강력한 일본군을 치밀하게 수 일간 반복해서 치욕을 선물한 전투를 이끌었던 장군이었다. 이런 민족의 영웅에게 감히 몇 사람의 생각으로 무례를 저지르는 이 정권의 근본은 도대체 어디에서 온 것일까.

일제 식민지의 억압속에서도 우리는 끊임없이 일제에 저항했다. 함께 고통을 받았던 아시아인들도 일본과 다양한 방법으로 싸웠지만 우리의 기상은 그 어떤 아시아인들과 비교해서도 강력했다. 조선시대 말기, 근대화되지 못하고 강제적으로 일제에게 합병되는 바람에 우리 민족은 매우 혼란스러웠다. 새로운 시대에 새로운 형태의 국가를 세우려는 의지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표출되었다. 민족주의, 사회주의, 공산주의, 심지어 무정부주의자까지도 각각 자신들이 받아들인 이념을 기반으로 독립을 쟁취하기 위해 투쟁했다.

홍범도 장군은 당시 힘이 약한 중국보다는 러시아의 보호를 받으면서 일본군과 전쟁을 하려 했던 만큼 사회주의화 된 러시아의 협력이 필요했을 것이다. 지금 윤석열 정부의 주장대로 홍범도 장군이 공산주의자였다고 주장하면 왜 러시아 공산주의 정권이 홍범도 장군의 직을 박탈하고 군대를 해산시켜 마치 귀양 보내 듯 중앙아시아로 강제로 이주시켰겠는가. 홍범도 장군은 이념보다는 일본 제국주의 군대를 파괴하고 우리의 독립을 쟁취하는 것이 목적이었지 그 다음의 세상은 또 다른 문제였을 것이다.

국가가 존재하지 않았던 당시에는 김구 주석은 중국을 기반으로 활동했고, 안중근 의사는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하고 러시아가 주도하는 국제재판소에서 재판을 받고자 했고, 이승만은 미국에서 그리고 수 많은 독립운동가들이 국내에서 투쟁했다.

홍범도 장군 유해는 노태우 정권에서 당시 공산주의 국가였던 구 소련과 협의하여 송환을 추진했다. 마침내 문재인 정부에서 자랑스런 대한민국 공군의 호위를 받으며 귀환해 우리 땅에서 영원의 안식을 찾았는데 이 정권에서 모멸감을 주다니 역사적 심판을 받아 마땅하다. 일방적인 결정 과정이 과연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지 철저히 따져야 한다.

청산리에서 독립군 지휘관으로 일본군을 사살한 홍범도 장군은 깍아내리고 일본군의 앞잡이였던 간도특설대에서 독립군을 사살한 백선엽을 치켜세우는 이 정권은 아마도 최악의 정권이 될 것이다. 오늘의 오만함으로 당시의 상황을 판단하려는 어리석음은 당장 멈추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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