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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취약계층 아이들의 여름나기 - 변정랑 초록우산 광주지역본부 옹호사업팀장
2023년 08월 21일(월) 22:00
올해 여름만큼 폭염경보 문자를 많이 받아본 적이 있었던가 싶을 정도로 더위가 심하다. 너무 더워서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다.

올해 초록우산 광주지역본부는 기후위기에 따른 취약계층의 주거환경 중 에너지 빈곤에 맞춰서 광주광역시 5개 자치구 지자체와 협업하여 108곳의 가정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했다.

조사 결과 냉방기기가 없는 가정 15곳을 발굴했고, 그 외에 냉방기기가 있는데 사용하지 않거나 미비하게 사용하는 이유에 대해 대다수 가정이 ‘전기 또는 가스요금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에 따라 여름철에 가장 고민되는 점으로는 49%가 ‘전기요금과 같은 경제문제’라고 응답하였으며 그 외 온열질환 등 건강문제, 음식문제, 누수 또는 주거시설의 안전 순으로 답하였다.

작년 8월에 아동 주거환경 개선 사업을 진행하며 방문한 가정의 집안이 너무 더워 둘러보니 그 집엔 에어컨이 없었다. 아이는 몹시 더운 오후 시간엔 걸어서 1시간 정도 거리의 친척 집에 가 있다가 저녁 무렵 집에 들어온다고 했다. 또 다른 가정은 에어컨이 너무 오래돼서 전기요금이 많이 나올까 봐 사용하지 않고 선풍기만 틀며 살고 있다고 했다. 선풍기가 더운 바람만 순환시키는 집은 시원할 리 없었다. 냉방기기가 없는 것도 문제이지만 지자체나 초록우산에서 에어컨을 설치해 준다고 해도, 어떤 가정은 전기요금이 부담된다며 거부하기도 했다. 가정형편에 따라 에너지 비용 지불의 어려움을 겪으면서 에너지 빈곤에 더욱 직면하게 된 것이다.

이 더운 여름에 아이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기후위기로 무더위가 더 심해지면서 빈곤 가정의 아이들은 건강권을 침해받고 있다. 이번 실태조사를 할 때 아동이 작성한 내용에 ‘여름에는 시원하게, 겨울에는 따뜻하게’라는 말이 있었다. 그 계절에 맞는 당연한 소리라는 생각이 들겠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알맞은 온도로 살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그렇게 살고 싶다’고 목소리를 낸 것이다. 이러한 아이들의 목소리를 귀담아 들어서 국가와 의무 이행자들이 아동이 알맞은 온도의 환경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궁극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더운 여름 잘 보내라고 초록우산 어린이재단뿐만 아니라 지자체, 공공기관 등이 다양한 방식으로 지원하고 있지만 여름 지나고 바람이 불면 곧 겨울이 온다. 에너지 빈곤 가정은 매해 반복되는 계절 속에 ‘알맞은 온도’를 찾기 위해 또 얼마나 참고 애써야 할까

지난 겨울 기록적인 한파로 난방비 폭탄이 터졌다. 이번 실태조사에서도 볼 수 있듯이 빈곤층은 주로 노후화 된 건물에 거주하는데 33곳의 가정이 에너지 중단 경험을 했고 거의 대다수 가정이 난방비 지출에 대해 걱정을 했다. 또한 부모들은 아이들 학습비로 지출하고 싶지만 여름과 겨울철은 주로 에너지 비용에 지출할 수 밖에 없다고 답했다. 에너지 빈곤으로 아이들은 얼마나 또 다른 것들을 포기하면서 살아야 하는가.

아동의 주거권과 관련하여 연구조사 하면서 에너지 빈곤은 예전부터 있었고 지금도 있고 미래에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따라서 국가와 의무 이행자들은 우리의 미래인 아이들의 건강한 성장과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에너지 수요를 어디에서 줄여야 하는지 고민해야 한다. 나아가 빈곤층에 에너지를 지원하고 모든 아이의 가정에 에너지가 보편적으로 공급되도록 아동의 기본권 증진에 앞장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