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전기수 설낭 - 김동진 지음
2023년 05월 26일(금) 19:00
때는 18세기 후반 조선사회. 이옥은 사회 변화의 모습을 자신의 글에 반영하려다 정조의 귀정(歸正)에 따르지 않아 미움을 받는다. 이옥은 귀양을 가게 되고 노역을 하게 되는 처지에 놓인다. 문제가 됐던 이옥의 글은 소품체로 쓰였는데 당시 권력을 거머쥔 엘리트 문인의 눈에는 가치 없는 글로 보였다.

김동진 작가의 역사소설 ‘전기수 설낭’은 우리 역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음에도 제대로 조명받지 못한 인물을 다룬 작품이다. 일간지 기자로 현장을 누볐던 작가는 역사 속 숨겨진 인물을 발탁해 숨결을 불어넣는 작품을 써왔다. 영화 ‘밀정’의 모티브가 된 논픽션 ‘1923 경성을 뒤흔든 사람들’, 역사팩션 소설 ‘임진무쌍 황진’이 있다.

한미한 집안의 출신이었던 이옥에게는 늘 집안을 일으켜야 하는 중압감이 있었다. 다행히 과거를 볼 수 있는 특별한 기회를 얻게 되고 그는 한양으로 향한다. 그의 여정에는 어떤 노인의 부탁을 받아 조준이라는 소년이 동행한다. 얼마 후에는 박선경과 김판석이라는 인물도 함께 가게 된다.

이들 네 명의 사람들은 같은 곳에서 묵으며 응시를 기다린다. 그러는 동안 한양의 문물에 이목을 빼앗기고 예상치 못한 일과 부딪힌다. 선경이 뜻밖의 사고를 당하고 조준은 생활비로 충당할 산삼을 도둑맞게 되면서 전혀 다른 방향으로 일이 전개된다.

소설은 조준이 그의 재능을 눈여겨본 세책상의 권유로 책을 읽어주는 전기수로 나서면서 흥미롭게 펼쳐진다. 거리이야기꾼이 된 전기수를 비롯해 정조의 왕권 강화를 못 마땅해하는 신하들, 의관들이 엮어내는 미스터리한 이야기가 얽히고설키며 재미와 긴장을 높인다. <싱긋·1만65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