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삶과 생각·역사의 흐름을 움직이다…세계사를 바꾼 50권의 책
대니얼 스미스 지음, 임지연 옮김
2023년 03월 30일(목) 18:45
‘지리학 집성’에 수록된 프롤레마이오스의 세계 지도. 지리학 역사의 획기적 사건이었다. <크레타 제공>
‘길가메시 서사시’, ‘도덕경’, ‘이솝 우화’, ‘손자병법’, ‘논어’, ‘국가론’, ‘지리학집성’, ‘직지심체요절’, ‘종의 기원’….

이들 책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인류 역사에 지대한 영향력을 끼쳤다는 점이다. 책은 단순한 지식의 집합체가 아니다. 데카르트의 “독서는 과거의 위대한 인물들과 나누는 대화”라는 표현이 말해주듯 책은 대화를 매개하는 유효한 사물이다.

AI시대가 도래하고 챗GPT를 통해 손쉽게 지식정보를 알 수 있지만 책의 효용성은 날로 증대되고 있다. 언급한 대로 과거 위대한 인물들과의 대화는 질문과 더불어 자신의 의견을 전제로 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

창의적인 질문과 자신만의 독창적 사유의 근간은 바로 독서의 힘이다. 독서를 하지 않고는 인류는 다음의 확장적이며 상상적인 세계로 나아갈 수 없다. 책의 시대가 영원하리라는 것은 단순히 물성의 특징을 넘어 책이 지닌 정신의 가치, 인류 문명에 족적을 남긴 이들의 지적 재산이 응결돼 있다는 방증이다.

‘세계사를 바꾼 50권의 책’이라는 제목은 손과 눈이 동시에 가는 책이다. ‘길가메시 서사시’(작자 미상)부터 넬슨 만델라의 ‘자유를 향한 머나먼 길까지’는 세계사에 큰 영향을 미친 책 속으로 떠나는 여행이다. 저자는 정치, 경제, 사회사를 망라하며 다양한 주제의 글을 쓰는 논픽션 작가 대니얼 스미스다. ‘초짜들을 위한 짧고 쉬운 지식의 역사’와 ‘~처럼 생각하기’ 시리즈를 펴냈다.

기원전 3000년경에 나온 ‘길가메시 서사시’는 고대 수메르 문명의 왕 길가메시의 모험담을 담은 장편 서사시다. “문학사의 진보를 이루어낸 최초의 위대한 도약이자, 상상력과 독창성이 빛나는” 작품으로 손색이 없다. 특히 이 작품은 고전 영웅 서사시의 주요 소재가 되는 여러 비유가 내포돼 있으며 호메로스의 ‘일리아드’와 ‘오디세이’ 원형으로 평가된다. 노자의 ‘도덕경’은 고대 중국 도가 철학의 핵심 경전이다. 80여 장, 한자 5000여 자로 이루어진 서적으로 핵심사상은 인자함, 검소함, 천하보다 앞서지 않음으로 요약된다. 도를 매개로 “빛과 어둠, 불과 물, 작위와 무의 같은 서로 반대되는 힘이 균형”을 이루어 나가는 삶을 상정한다.

플라톤의 ‘국가론’은 이상적인 국가 모델를 제시하며 무엇이 정의인지 묻는다. 플라톤은 ‘이데아적 형상’의 개념을 토대로 실재의 본질을 탐색한다. 2001년 ‘철학자 잡지’에서 1000명이 넘는 철학자와 연구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역대 최고 철학서로 꼽혔다.

우리나라 백운화상이 엮은 ‘직지심체요절’은 불교 고승들의 서, 법어, 설법 등을 담고 있다.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으로 인정받아 지난 2001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됐다. 구텐베르크의 금속활자본보다 78년 앞선 것으로 평가된다.

넬슨 만델라는 남아프리카 공화국 소수 백인이 우월적 지위를 누리는 아파르트헤이트 체제 해체를 위해 투쟁한 인물이다. 그의 회고록 ‘자유를 향한 머나먼 길’은 “연민, 공감, 타협에 대한 신념을 구체화하는 데” 선구자적인 역할을 했다.

한편 책의 면면을 숙고하다 보면 칼 세이건의 명언이 환기된다. “책은 시간의 족쇄를 끓는다. 책은 인간이 마법을 행할 수 있다는 증거다”라는 말이 새삼 깊이 다가온다.

<크레타·1만70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