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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찬주 작가 ‘아소까대왕’ 3권 출간…“30년 걸려 쓴 소설, 선물 같아”
석가모니 가르침 설파 아소까 삶·정신 담아
95년부터 ‘간디기념관’등 인도 유적지 답사
2023년 03월 22일(수) 21:20
정찬주 작가는 지난 1995년 2월 인도를 방문했다. 첫 방문 당시 작가는 한달 간 일정으로 부처님 유적지를 답사했다. 델리의 간디기념관을 비롯해 국립박물관, 힌두교 최대 서지 바라나시 등도 둘러봤다. 지금으로부터 28년 전이었다.

그리고 얼추 30여 년의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작가의 ‘창작의 방’에선 소설의 싹이 발아하고 있었다. 당시 그는 앞서 언급한 장소 외에도 “부처님 유적지에서 아소까석주와 아소까탑을 발견”하며 희열을 느꼈다. 그것들은 오롯이 부처님의 흔적을 증명하는 것이었다.

보성 출신 정찬주 작가가 아소까대왕의 일대기를 다룬 장편소설을 들고 독자 곁으로 돌아왔다. 전 3권으로 발간된 ‘아소까대왕’(불광출판사)은 석가모니의 가르침을 설파했던 아소까의 삶과 사유, 정신을 다룬다.

정 작가와 오랜만에 통화를 했다. 아마도 점심나절에는 산책을 할 거라는 이편의 예상이 들어맞았다. 바로 연결된 전화기 너머로 창작의 고투에서 잠시 물러나 일상의 여유를 누리는 모습이 목소리를 통해 전해왔다.

화순 쌍봉사 인근에 이불재(耳佛齋)라는 집필실을 열고 창작에만 열정을 쏟아온 그였다. 고찰 쌍봉사 인근의 이불재는 ‘바람에 귀를 씻어 진리를 이루는 곳’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기자 또한 몇 차례 그곳을 방문한 적이 있던 터라, 계당산 자락의 소담한 산세와 인근의 그림 같은 풍광이 자연스레 그려졌다. 오늘처럼 세상의 소리가 시끄러운 시절에는 잠시 그곳에 들러 귀를 씻고 마음의 짐을 훌훌 털어버리는 것도 좋을 터였다.

“이번 소설을 끝내기까지 거의 3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네요. 소설가는 참 미련한 사람들이에요. 요즘처럼 속보의 시대에 소설을 쓴다고 30년의 시간을 쏟았으니까요. 그래도 제가 좋아서 한 일이라 후회는 없어요.”

작가는 1995년 여행 당시 아소까왕에 대한 호기심이 일었다. “서적이나 자료로는 성이 차지 않아서 이후로 2년에 한번씩 인도에 가곤했다”는 말에서 저간의 공력이 읽혀졌다. 그는 “처음에는 단순한 여행길이었지만 점차 아소까왕 유적지 등을 답사하며 ‘소설로 써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했다”고 부연했다.

그리고 오랜 발효 과정이 있었다. 작가가 말한 대로 30여 년의 시간이 흐르면서 모티브는 소설의 얼개와 구조로 발전해갔다.

“그동안 적잖은 소설을 펴내고 산문집을 발간했습니다. 그런데 머릿속에는 항상 아소까왕 소설에 대한 구상이 떠나질 않았어요. 언젠가는 반드시 써야 할 그런 작품으로 남아 있었던 거죠.”

그러다 아소까왕 관련 소설을 쓸 수 있는 기회가 선물처럼 찾아왔다. 작가는 스승이었던 법정스님의 “발원이 간절하면 이루지 못할 일이 없다”는 말로 작품을 발표할 수 있게 된 계기를 이야기했다.

“재작년 1월 소설을 연재할 기회가 주어졌어요. ‘현대불교신문’에 매주 1회씩 2년에 걸쳐 연재하며 아소까왕의 진면목을 펼쳐 보일 수 있었죠.”

작가에 따르면 아소까왕은 불교의 본고장인 인도에서 붓다의 가르침을 융성하게 했다. 외교 사신단을 통해서는 전 세계로 불교를 전했다. 특히 여느 군주와 달리 “무력이나 칼이 아닌 부처님의 정법 ‘담마’에 근거해 모든 생명체를 보호했던 왕”으로 기록돼 있다.

아소까왕은 인도 역사상 가장 빛나는 시기였던 마우리야왕조(BC317~BC180)의 3대왕이었다. 그는 선왕들의 숙원인 인도 남동부 정벌에 나선다. 치열한 전투에서 승리를 했지만 돌아온 건 “최강의 군주라는 자긍심보다도 많은 전장을 물들인 붉은 피를 보며 전쟁의 무참함”이었다.

“그는 칼을 버리고 부처님의 가르침으로 ‘담마의 정복자’가 되기로 결심합니다. 불교에 귀의한 것이죠. 그리고는 본격적으로 평화 공존을 모색하는 정치를 펼치기 시작합니다.”

작가는 아소까왕을 우리나라 세종대왕에 비유했다. 그만큼 인도인들에게 아소까왕은 위대한 왕으로 추앙받는다는 것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과 유럽의 총기사고 등 국가 이기주의와 개인주의가 난무하는 시대에 아소까왕의 리더십은 오늘의 우리에게 생각거리를 준다. “생명존중과 평화공존의 사상으로 집약되는 대왕의 통치철학을 세계의 지도자들이 깊이 사유할 필요가 있다”는 작가의 말이 묵직하게 들려오는 이유다.

소설을 발간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작가는 또 봇짐을 꾸렸다. 24일부터 터키로 또 문화답사를 떠난다. 쌍봉사 증현 스님과 홍기삼 전 동국대 총장 등 26명으로 답사단이 구성됐다.

“지진으로 비명횡사한 많은 망자들을 위해 극락왕생을 빌어주기 위해 가는 길입니다. 이 땅에 더 이상 무고한 생명이 다치거나 죽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되겠지요.”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