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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비엔날레 이숙경 감독 “관람객 친화형 전시…시대문제 공명하는 작품 많죠”
기후·인류위기·광주정신 담아
광주서 세계미술현장으로
나가는 신작들 의미 깊어
무각사 등 지역 곳곳서 전시
2023년 03월 13일(월) 20:30
광주비엔날레 이숙경 예술감독
13일 광주비엔날레전시관 3전시실에서 의미있는 행사가 열렸다. 오는 4월 7일 개막하는 비엔날레 전시 작품을 처음 공개하는 해포식이다. 이날 행사에서는 호주 출신 베티 머플러의 회화 작품 ‘나라를 치유하다’(Healing Country)가 소개됐다. 원주민의 전통적 치료 행위와 풍경을 따라 흐르는 물을 형상화한 작품으로 그는 이번 비엔날레에서 신작 2점을 포함, 모두 총 5점을 선보인다.

이날 작품 소개에 나선 이숙경 제14회 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은 지난 6일 한국으로 들어와 전시 준비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12일까지 본전시관과 무각사 등 외부 전시장 공사가 모두 마무리됐어요. 작품도 반입되기 시작했고 작가들도 속속 들어올 예정입니다. 이번 전시는 공간구성과 작품 배치 등을 통해 많은 이야기가 담긴 소설 한편을 읽어내려가듯 하나로 이어지는 ‘여정’처럼 꾸몄습니다. 다섯개 전시실에 들어설 때마다 새로운 경험을 하고, 새로운 세계로 들어선 기분이 드실 겁니다.”

모두 79명(팀)이 초청된 이번 전시작 중 절반 정도가 신작이다. 사실, 커미션 작품은 새로운 작품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신선하기도 하지만 결과물을 예측할 수 없어 모험이기도하다.

“신작은 진행하는 쪽에서는 무리가 되고 힘듭니다. 하지만 작가들에게 전시 주제와 관련한 신작을 제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창의적인 작품을 끌어내는 건 가치있는 일입니다. 작가들과는 대화를 이어가고 스케치와 아이디어를 살피며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을 거쳤어요. 첫 선을 보이는 작품들이 광주에서 출발해 전 세계 미술현장에서 선보여지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이 감독은 예술감독 선정 당시부터 ‘관람객 친화형’ 전시를 주창했다. 기존의 전시 관람 순서를 역순으로 택한 점이나, 쉬어가며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전시장 내에 100여개의 벤치를 제작, 설치하는 것도 그 일환이다.

“지금까지와는 반대로 1층 5관에서 전시가 시작돼 1관에서 마무리하는 구성이예요. 처음 비엔날레를 찾는 관람객들에게 가장 자연스러운 동선이라 생각합니다. 5관을 전시의 프롤로그로 삼고, 4개의 소주제가 펼쳐지는 각 관으로 이동하며 전체 비엔날레를 하나의 큰 그림으로 보고 감상하길 바랍니다. 현대미술이 어렵다고 하는데, 조금만 노력을 기울이시고 작품 설명 등을 통해 작가의 의도를 이해하려 마음을 여시면 결국 사람사는 이야기라 좀 더 쉽게 다가갈 수 있을 겁니다.”

이날 일부 공개된 전시장은 친환경 소재의 가벽을 활용하는 등 지속가능한 전시를 지향하는 주최측의 의지를 반영한 대목이 눈에 띄었다.

“올해 행사는 전시 디자인을 새롭게 정립한다는 마음으로 임했어요. 지금까지 전시에서는 폐기물들이 많이 나왔죠. 이번에는 썩는 재료를 사용하고 행사 후 재활용할 수 있는 부분을 고려하며 전시장을 구성했습니다. 형식과 내용에 일관성이 있었으면 좋겠다 싶었죠. 환경, 기후 문제, 인류 위기를 다루는 주제와 맞는 전시장 구성이 필수라고 봤고, 벨기에 출신 디자이너를 초빙해 공간을 구성중입니다.”

이 감독은 올해 비엔날레 주제인 ‘물처럼 부드럽고 여리게’에 대한 소개도 이어갔다.

“전시 주제는 물과 같은 ‘태도와 방식’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비록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물이 스며들며 강한 바위를 녹이고 물길을 바꾸듯 약하고 잔잔해 보이는 것들이 결국 세고 강한 것들을 이긴다는 개념이죠. 강한 권력을 소수의 약자들이 이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작품들을 만나실 겁니다.”

이번 전시작들은 시대와 공명하며 다양한 주제를 이야기한다.

“사회문제나 정치적 문제를 다루는 작품도 결국은 사람 사는 이야기입니다. 전시를 꾸리며 광주와의 연결을 많이 생각했어요. 우크라이나 문제, 히잡을 둘러싼 이란의 인권문제 등 여전히 현재 진행형인 사건들 속에서 광주는 희망의 메시지이자, 위로와 연대의 마음을 전하는 징표입니다. 슬픈 일이지만, 억압은 반복되고 그곳에 저항이 있습니다.”

이번 비엔날레는 본전시관 이외에 무각사 등 곳곳에서 작품을 만날 수 있다. 광주를 찾는 이들이 다양한 장소를 방문하길 바라는 마음에 작가들의 작업과 어울리는 공간을 전시 장소로 택했다.

“무각사에서는 철학적·명상적인 작업들이 배치되고,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에서는 자연 채광을 그대로 활용해 더욱 돋보이는 작품을 선보입니다. 또 국립광주박물관에서는 한국화, 도자기와 역사적 유물이 어울립니다. 한옥을 리모델링한 예술공간 집에서는 부부 이야기를 다룬 40분짜리 영화 한편을 집중적으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

이 감독은 “한국을 떠난 25년 동안 국제 미술계에서 얻은 것들을 풀어놓고 싶다”며 “이번 전시를 통해 광주시민들은 긍지를 느끼고, 타 지역민들은 광주 비엔날레의 역량을 상기하고, 세계 전문가들은 한국의 문화적 유산을 알아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글=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사진=김진수 기자 jeans@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