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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책방이 세상을 바꾼다?!
2023년 02월 22일(수) 00:15
시집만 판매하는 서점, 엄마의 밥상을 떠올리게 하는 가정식 서점, 일주일에 한권의 책만 파는 서점….

5년 전 광주일보에 연재했던 ‘도시의 아이콘, 동네책방’에 소개된 서점들이다. ‘세상에 하나뿐인’ 색깔있는 책방을 취재하기 위해 7개월 동안 광주, 서울, 부산, 괴산, 통영, 대전은 물론 멀리 런던, 리버풀, 도쿄까지 국내외 40여 곳의 책방을 답사했다.

동네의 한 귀퉁이에 자리한 서점들은 소박하지만 강렬한 존재감을 자랑했다. 대형 서점에선 보기 힘든 독특한 북큐레이션과 다양한 프로그램은 주민과 커뮤니티를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수 십년간 책방을 꾸려온 주인장들의 열정은 감동 그 자체였다.

그중에서도 지난 2014년 4월, 국내 최초의 ‘북스테이’를 내걸고 문을 연 충북 괴산의 ‘숲속작은책방’은 인상적이었다. 마치 동화에 나오는 요정이 살고 있는 듯한 원두막을 책방으로 꾸민 공간과 해먹이 설치된 야외책방은 흥미로웠다. 영국 ‘헤이 온 와이’ 등 유럽의 책 마을에서 영감을 얻은 책방지기 부부가 1박 2일의 독서 체험 콘텐츠를 처음 선보인 것이다.

코로나19의 위기에서도 동네서점의 고군분투는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22년 광주 출신 강맑실 사계절 출판사 대표가 코로나 여파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전국의 동네서점을 응원하기 위해 순례에 나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 동네책방’이 그 증거다. 강 대표는 책방지기들이 적자를 메꾸기 위해 직접 만든 빵과 커피를 팔거나 외부 원고를 쓰는 등 힘든 여건속에서도 행복한 표정을 짓는 ‘이상한 셈법’에 놀랐다.

특히 넷플릭스와 같은 OTT 시장의 등장에도 이들의 도전은 계속되고 있다. 최근 주식회사 ‘동네서점’(구 퍼니플랜)이 발표한 ‘동네서점 트렌드 보고서’(2022년 기준)에 따르면 2021년에 비해 전국의 독립서점은 70곳 늘어난 815곳이었고, 서울 10곳을 시작으로 부산, 인천 등에서 3~5곳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들 동네서점의 이면을 들여다 보면 겉보기와 달리 여전히 척박하다. 인터넷·대형 서점 등에 맞서 ‘본업’이외에 1인 3역을 하면서 근근히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의 여러 지자체가 지역서점 활성화 조례를 제정해 공공도서관 등에서 동네책방의 책을 우선적으로 구매하는 대안을 내놓고 있긴 하지만 등록기준이나 구매방식이 저마다 달라 유명부실하다. 지난해 고작 1곳이 늘어난 광주(18곳)의 현실은 이를 잘 보여준다.

이제 동네책방은 더 이상 책을 파는 곳이 아니다. 지역민들의 발길을 끌어 들이기 위해 작가와의 만남, 글쓰기, 예술 강의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통해 복합문화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

동네책방이 늘어날수록 도시의 문화지수가 높아지는 건 당연한 것일 터. 동네책방이 우리 곁에 오래 머물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할 이유이기도 하다. ‘정열을 버리지 못하고 시작하게 된 작은 책방. 그런 서점이 전국에 1천 곳 생긴다면 세상은 바뀔 수도 있다.’(이시바시 다케후미의 ‘서점을 죽지 않는다’중에서)

<문화·예향국장,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