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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이동권은 인권 도시의 척도다-김용목 광주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대표
2023년 02월 07일(화) 00:10
광주광역시의 장애인 이동권은 어디까지 왔을까? 2001년 광주장애인이동권연대가 조직되면서 이동권에 대한 요구를 시작한 지 20년이 흘렀다. 그 사이 지하철과 저상버스, 특별 교통수단(장애인 콜택시)도 생겼다. 2023년 현재 광주에 살고 있는 장애인은 자신이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장소에 자유롭고 안전하게 갈 수 있을까? 장애인 당사자의 입장에서 답한다면 많이 좋아졌지만 아직은 갈 길이 멀다.

광주 지하철 19개 역사 가운데 엘리베이터가 없는 곳은 양동시장역 한 개소다. 하지만 산술적으로 5.3%의 불편이 아니라 양동시장역은 이용 자체가 불가능한 것이다.

장애인 이동권 보장의 키는 버스다. 광주에는 2022년 말 현재 330대의 저상버스가 운행하고 있다. 전체 시내버스 999대 중 33%에 해당한다. 국토교통부의 ‘제4차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 계획’에 따르면 2026년까지 저상버스 도입 목표가 61%로 광주시의 경우 610대를 도입·운행해야 한다.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법(교통약자법) 제14조는 시내버스 및 마을버스를 신규 구입 또는 대폐차하는 경우 저상버스로 의무 도입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강기정 시장도 2030년까지 저상버스 100%를 도입·운행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지난 설날을 앞두고 광주의 장애인단체는 휠체어 탑승이 가능한 고속·시외버스 도입을 요구하였다. 2006년 교통약자법이 생기면서 시내버스에는 휠체어 탑승이 가능한 저상버스가 도입되었지만, 한 도시에서 다른 도시로 이동하는 고속버스나 시외버스에는 휠체어 탑승이 가능한 버스가 단 한 대도 도입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광주에서는 2014년 이후 10년 동안 유스퀘어 광장에서 교통약자를 위한 시외 이동권 보장 캠페인과 기자회견을 진행해 왔다.

하지만 광주터미널에서 다른 곳으로 이동할 수 있는 고속버스와 시외버스는 단 한 대도 없다. 전국적으로도 2019년 10월 국토부는 휠체어 탑승 설비를 갖춘 고속버스 10대를 도입해 시범 운영을 시작했다. 이후 정부 차원의 별도 지원이 없어 오히려 운행 노선은 축소되었고, 현재는 서울과 당진을 오가는 노선에만 휠체어 탑승이 가능한 고속버스가 겨우 두 대 운행하고 있다.

장애인 차별금지법 제19조 제1항은 “교통사업자 및 교통행정기관은 이동 및 교통수단 등을 접근·이용함에 있어서 장애인을 제한·배제·분리·거부하여서는 아니 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제4항은 “교통사업자 및 교통행정기관은 장애인이 이동 및 교통수단 등을 장애인 아닌 사람과 동등하게 이용하여 안전하고 편리하게 보행 및 이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데 필요한 정당한 편의를 제공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광주 지역 장애인들은 교통사업자인 금호고속과 교통행정기관인 광주광역시를 상대로 단 한 대도 휠체어 탑승이 가능한 고속·시외버스가 없는 차별을 구제받기 위해 2017년 가을 소송을 시작하였다. 하지만 이 소송이 시작된 지 5년이 훌쩍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재판은 진행 중이다. 그 사이 지난해 11월에 열렸어야 할 재판은 올해 1월로 변론 기일이 변경되었고, 다시 3월로 또 한 차례 변론 기일이 변경되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금호고속은 반복적으로 재정적인 어려움을 내세우면서도 구체적인 자료도 제시하지 않고 있다. 이는 교통사업자로서 장애인 차별금지법상 정당한 편의 제공 의무 등을 이행할 의지가 없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금호고속은 불성실한 태도로 시간을 끌며 소송에 임하면서도, 지난 수년간 돈이 되는 프리미엄 고속버스 노선은 계속 확대해 가고 있다.

휠체어 탑승이 가능한 고속버스와 시외버스를 도입하는 것은 국가적인 정책이며, 각 지자체에서 시행해야 할 과제이기도 하지만, 금호고속 역시 운영 사업자로서 이행해야 할 마땅한 책임이 있는 주체이다. 장애인이 휠체어 탑승이 가능한 고속버스와 시외버스 도입을 촉구하는 것은 특별하고 부당한 무언가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법에 명시된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의 당연한 권리다.

장애인의 이동권 보장은 기본적인 시민권 보장이라는 국가 책무의 문제이다. 그런데 20년이 넘게 외쳤어도 장애인의 시민적 권리는 보장되지 않았고, 정치권은 누구도 그것이 문제라고 지적하지 않았다. 우리 사회는 문제를 문제라고 말하지 않고 외면해 왔다. 서울에서 진행 중인 전장연의 시위의 본질은 서울시가 시민의 불편을 볼모로 장애인의 권리를 배제하고 거부하고 있다는 점이다. 광주시는 이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