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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포크라테스
2023년 01월 19일(목) 01:00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자주 보게되는 세계보건기구(WHO)의 엠블럼은 뱀 한 마리가 휘감은 지팡이다. 응급차, 의사 가운 등에서도 볼 수 있는 이 문장(紋章)은 의술의 신 아스클레피오스가 가지고 다녔으며, 이후 의학의 상징이 됐다. 아스클레피오스는 태양의 신 아폴론의 아들로 반인반마 켄타우로스 케이론에게 의술을 배워 죽은 사람을 살려 낼 정도의 능력을 가졌다.

2007년 논문 ‘대한의사협회 휘장의 소사’에 따르면 아스클레피오스가 제우스의 번개를 맞고 죽은 미노스 왕의 아들 글라우코스를 치료하던 중 방 안으로 뱀 한 마리가 들어오자 깜짝 놀라 죽여 버렸다. 그런데 또 한 마리의 뱀이 방안으로 약초를 입에 물고 와 죽은 뱀 입 위에 올렸더니 살아났다. 이를 본 아스클레피오스가 같은 약초로 글라우코스를 살려냈다. 이후 그 뱀에 대한 존경의 의미를 담아 뱀이 휘감은 지팡이를 자신의 상징으로 삼았다.

아스클레피오스의 의술에 필적할 만한 인간은 히포크라테스다. 기원전 460년경 태어나 370년경 사망한 그는 의술을 학문적 영역으로 다뤘고, 감정이 뇌에 기반한다는 사실을 처음 깨달았다. 히포크라테스는 의술을 가진 이가 가져야 할 마음가짐을 선서로 작성했는데, 그 내용은 봉사·양심·위엄·명예 등을 강조하는 내용으로 가득하다. 의술은 곧 인술이라는 것을 알리고자 한 것이다.

의료 서비스의 비대칭과 불균형의 심각한 피해를 입고 있는 전남도는 줄곧 공공의대 설립을 요청해 왔다. 시민단체도 정부도 이에 동조하는데, 사실상 ‘전권’을 쥐고 있는 의사협회는 요지부동이다. 의사들은 월급 3000만 원을 줘도 지방의료원에 안 갈만큼 몸값이 높아지고 있고, 의료 수가가 낮다는 이유로 소아과 전문의들이 급감해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 지난 2020년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를 시도하자 ‘파업’으로 맞섰던 의사협회는 의사들의 ‘고수익 보장’에만 치중하며 정작 자신들이 한 선서의 내용 따위에는 관심도 없다.

어디에서든 어떤 사람이든 의사를 지금보다 더 쉽게 만나 의술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 정부가 더 이상 의사들의 기득권 수호에 굴복해서는 안 된다.

/윤현석 정치부 부국장 chadol@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