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年辭] 상생·협치로 ‘복합 위기’ 극복해 도약의 시대 열자
새해가 밝았다. 격동과 파란의 임인년(壬寅年) 어둠을 뚫고 계묘년(癸卯年)의 첫 태양이 솟아올랐다. 올해는 ‘검은 토끼의 해’다. 토끼는 예로부터 다산과 풍요, 지혜의 상징이었다. 그 슬기로움으로 코로나19 사태와 경제난, 남북·진영 갈등을 하루빨리 극복할 수 있기를 기원한다.
기대와 희망으로 맞이해야 할 새해지만 국민의 마음은 무겁다. 지난해의 잔상이 너무 어둡기 때문이다. 먼저 우리 사회의 고질인 안전 불감증이 또다시 확인됐다. 지난해 10월 29일 밤 수도 서울 한복판에서 발생한 ‘이태원 참사’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158명의 꽃다운 생명들이 길을 걷다가 희생됐지만 정확한 사고 원인과 경위는 밝혀지지 않았다. 재난 안전망은 사고 이전에도 이후에도 먹통이었지만,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여야는 국정조사에 가까스로 합의하고도 당리당략으로 정쟁만 일삼다 유족들의 호소에 지난달 21일에야 조사를 개시했다. 특위 활동 기간이 오는 7일까지로 얼마 남지 않은 만큼 정확한 진상과 책임 규명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무엇보다 재난의 재발을 막을 대책을 이번엔 꼭 마련해야 한다.
광주에서도 지난해 1월 11일 화정아이파크 201동 건설 현장에서 신축 중이던 아파트가 무너지면서 작업자 여섯 명이 사망했다. 철거 건물 붕괴로 17명의 사상자를 낸 ‘학동 참사’가 불과 7개월 전이어서 시민들의 충격은 컸다. 기간을 단축해 비용을 아끼려는 ‘빨리빨리 공사’가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됐다. 발주처·시공사·감리 등 공사 주체에게 관리 책임을 부여하는 등 안전 사회를 앞당기기 위한 제도 정비가 시급하다.
경제와 안보 전선에도 먹구름이 가득하다. 지난해부터 고물가·고환율·고유가의 3고(高)에 허덕여 온 우리 경제는 올해 더 큰 위기를 맞을 공산이 크다. 경제의 3대 축인 투자·생산·소비는 물론 수출마저 감소세다. 성장률 또한 1%대로 추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에 따른 에너지·식량 위기, 다락같은 물가, 금리 인상 등으로 인해 혹독한 빙하기가 우려된다. 갈수록 고조되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무인기 위협에 우리 군도 강력히 맞대응하면서 남북 간 충돌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대내외 환경 악화로 우리는 사상 초유의 복합 위기에 빠져들고 있다.
국민적 지혜와 힘을 모아 난국을 헤쳐 나가야 할 이 엄중한 시기에 정치권은 대결 정치로 날을 지새우고 있다. 지난해 3월 20대 대선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공정과 상식’을 시대정신으로 내세워 정치 입문 8개월여 만에 대권을 거머쥐었다. 이후 소득주도성장·탈원전·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정책 등을 잇따라 폐기하며 국정 전반에서 문재인 정부와 정반대의 길을 택했다. 역대 최소 득표율 차로 패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169석 거대 야당의 수장으로 변신했다. 하지만 이 대표와 문재인 정권 인사들에 대한 검찰의 전방위 수사로 여야의 대치 전선이 가팔라지고 있다.
협치가 실종되면서 취임 7개월이 넘도록 윤 대통령과 야당 대표의 회동은 이뤄지지 않았다. 당파성과 강성 팬덤에 기댄 불통의 정치가 만연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정치의 본령은 다양한 이해와 갈등을 조정해 사회적 합의와 국민 통합을 이끌어내는 데 있다. 다중 위기에 처한 지금이야말로 집단지성과 초당적 협력이 필요한 고빗사위다.
4년째로 접어드는 코로나19 팬데믹 사태의 암울한 터널을 조기에 벗어나는 것도 절실한 과제다. 실내 마스크 의무 해제가 논의되고 있지만 7차 대유행의 기세는 여전하다. 공공 의료 시설과 인력부터 서둘러 확충해 올해를 코로나 극복의 원년으로 삼아야 한다. 전국 시도 중 유일하게 의과대학이 없는 전남에 의대를 신설하고, 광주시 공공의료원 설립도 속도를 내야 한다.
전대미문의 복합 위기는 사회 전반에도 대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소득·자산·주거·일자리의 양극화로 커진 불평등의 완화,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불균형 발전으로 심화된 인구 감소 및 지방 소멸 위기의 해소 등이 대표적이다. 기후 위기는 탄소 제로 사회와 재생 에너지로의 전환을 재촉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새해는 사회 모든 영역에서 균형과 회복을 이루는 전환점이 되어야 한다.
지난해 6월 지방선거 당시 광주의 투표율은 37.7%로 전국 최저이자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대선 패배 이후 민주당에 대한 실망감과 일당 독주 체제에 대한 싸늘한 민심이 반영됐다는 평가다. 하지만 광주·전남 지방정부는 또다시 민주당 일색으로 꾸려지면서 보수 정권인 윤석열 정부와의 협치가 시험대에 올랐다.
민선 8기 출범 이후 광주시가 6개월 내 해법 제시를 약속한 ‘5+1’ 핵심 현안들은 절반의 성취에 머물고 있다. 복합 쇼핑몰은 신세계와 현대백화점 그룹이 사업 제안서를 제출하면서 시동이 걸렸다. 17년 넘도록 답보 상태인 어등산 관광단지와 근대 산업 유산인 전방·일신방직 부지 개발도 신세계와 현대 측 계획에 함께 포함되면서 동시 해결의 기회를 맞았다. 반면에 광주 군 공항 이전은 함평에서 첫 설명회가 열리긴 했지만 특별법 제정 등이 선행돼야 해 갈 길이 멀다. 예산 삭감에서 비롯된 광주시와 시의회 간 갈등은 민생을 최우선에 놓고 숙의와 타협으로 풀어나가야 한다.
전남도는 민선 8기 이후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의 성공을 바탕으로 고흥 우주 발사체 특화지구 지정을 이끌어냈다. 또 에너지국가산업단지(나주) 및 농식품기후변화센터(해남)의 예비타당성 조사 통과, 국립 갯벌 세계자연유산 보전본부(신안) 유치 등의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국립 의대와 흑산공항 등의 숙원 사업은 소득 없이 해를 넘겼다.
광주시와 전남도는 민선 8기 상생 1호 사업으로 지역 주력산업인 AI와 전력, 자동차 등과 연계한 반도체 특화단지를 시도 접경에 조성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균형 발전 측면에서 이에 대한 정부의 배려가 절실하다. 광주시와 전남도는 초광역 협력과 상생으로 군 공항 이전 등 산적한 현안을 해결하고 인구 감소와 지방 소멸을 막아 내는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올해부터 시행되는 고향사랑기부제를 적극 활용해 열악한 지방 재정도 보완해야 한다. 올해가 마지막인 5·18 진상규명조사위원회의 진실 규명 활동과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도 성공적으로 마무리해 민주주의의 새 동력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1년 3개월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여야의 정치적 유동성이 커지고 입지자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광주·전남의 밝은 미래를 열어 갈 역량과 비전을 갖춘 일꾼들을 선출할 수 있도록 지역민들이 관심을 가져야 한다.
위기는 또 다른 기회다. 우리를 둘러싼 환경이 열악하지만 대전환을 통해 해법을 찾아야 한다. 꾀 많은 토끼는 위험에 대비해 굴을 세 개나 파 놓는다고 한다. 교토삼굴(狡兎三窟)의 지혜와 전략으로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
올해로 창사 71주년을 맞이하는 광주일보는 늘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도 문화 창달과 지역 발전의 기수로서 첩첩한 위기를 극복할 대안을 제시하고 도약의 새 전기를 마련하는 데 힘을 쏟을 것이다. 심층적인 분석과 논평, 공정하고 균형 있는 보도에 심혈을 기울이겠다. 새해 아침, 애독자 여러분의 가정에 건강과 행복이 넘치기를 기원한다.
기대와 희망으로 맞이해야 할 새해지만 국민의 마음은 무겁다. 지난해의 잔상이 너무 어둡기 때문이다. 먼저 우리 사회의 고질인 안전 불감증이 또다시 확인됐다. 지난해 10월 29일 밤 수도 서울 한복판에서 발생한 ‘이태원 참사’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158명의 꽃다운 생명들이 길을 걷다가 희생됐지만 정확한 사고 원인과 경위는 밝혀지지 않았다. 재난 안전망은 사고 이전에도 이후에도 먹통이었지만,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경제와 안보 전선에도 먹구름이 가득하다. 지난해부터 고물가·고환율·고유가의 3고(高)에 허덕여 온 우리 경제는 올해 더 큰 위기를 맞을 공산이 크다. 경제의 3대 축인 투자·생산·소비는 물론 수출마저 감소세다. 성장률 또한 1%대로 추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에 따른 에너지·식량 위기, 다락같은 물가, 금리 인상 등으로 인해 혹독한 빙하기가 우려된다. 갈수록 고조되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무인기 위협에 우리 군도 강력히 맞대응하면서 남북 간 충돌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대내외 환경 악화로 우리는 사상 초유의 복합 위기에 빠져들고 있다.
국민적 지혜와 힘을 모아 난국을 헤쳐 나가야 할 이 엄중한 시기에 정치권은 대결 정치로 날을 지새우고 있다. 지난해 3월 20대 대선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공정과 상식’을 시대정신으로 내세워 정치 입문 8개월여 만에 대권을 거머쥐었다. 이후 소득주도성장·탈원전·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정책 등을 잇따라 폐기하며 국정 전반에서 문재인 정부와 정반대의 길을 택했다. 역대 최소 득표율 차로 패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169석 거대 야당의 수장으로 변신했다. 하지만 이 대표와 문재인 정권 인사들에 대한 검찰의 전방위 수사로 여야의 대치 전선이 가팔라지고 있다.
협치가 실종되면서 취임 7개월이 넘도록 윤 대통령과 야당 대표의 회동은 이뤄지지 않았다. 당파성과 강성 팬덤에 기댄 불통의 정치가 만연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정치의 본령은 다양한 이해와 갈등을 조정해 사회적 합의와 국민 통합을 이끌어내는 데 있다. 다중 위기에 처한 지금이야말로 집단지성과 초당적 협력이 필요한 고빗사위다.
4년째로 접어드는 코로나19 팬데믹 사태의 암울한 터널을 조기에 벗어나는 것도 절실한 과제다. 실내 마스크 의무 해제가 논의되고 있지만 7차 대유행의 기세는 여전하다. 공공 의료 시설과 인력부터 서둘러 확충해 올해를 코로나 극복의 원년으로 삼아야 한다. 전국 시도 중 유일하게 의과대학이 없는 전남에 의대를 신설하고, 광주시 공공의료원 설립도 속도를 내야 한다.
전대미문의 복합 위기는 사회 전반에도 대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소득·자산·주거·일자리의 양극화로 커진 불평등의 완화,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불균형 발전으로 심화된 인구 감소 및 지방 소멸 위기의 해소 등이 대표적이다. 기후 위기는 탄소 제로 사회와 재생 에너지로의 전환을 재촉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새해는 사회 모든 영역에서 균형과 회복을 이루는 전환점이 되어야 한다.
지난해 6월 지방선거 당시 광주의 투표율은 37.7%로 전국 최저이자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대선 패배 이후 민주당에 대한 실망감과 일당 독주 체제에 대한 싸늘한 민심이 반영됐다는 평가다. 하지만 광주·전남 지방정부는 또다시 민주당 일색으로 꾸려지면서 보수 정권인 윤석열 정부와의 협치가 시험대에 올랐다.
민선 8기 출범 이후 광주시가 6개월 내 해법 제시를 약속한 ‘5+1’ 핵심 현안들은 절반의 성취에 머물고 있다. 복합 쇼핑몰은 신세계와 현대백화점 그룹이 사업 제안서를 제출하면서 시동이 걸렸다. 17년 넘도록 답보 상태인 어등산 관광단지와 근대 산업 유산인 전방·일신방직 부지 개발도 신세계와 현대 측 계획에 함께 포함되면서 동시 해결의 기회를 맞았다. 반면에 광주 군 공항 이전은 함평에서 첫 설명회가 열리긴 했지만 특별법 제정 등이 선행돼야 해 갈 길이 멀다. 예산 삭감에서 비롯된 광주시와 시의회 간 갈등은 민생을 최우선에 놓고 숙의와 타협으로 풀어나가야 한다.
전남도는 민선 8기 이후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의 성공을 바탕으로 고흥 우주 발사체 특화지구 지정을 이끌어냈다. 또 에너지국가산업단지(나주) 및 농식품기후변화센터(해남)의 예비타당성 조사 통과, 국립 갯벌 세계자연유산 보전본부(신안) 유치 등의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국립 의대와 흑산공항 등의 숙원 사업은 소득 없이 해를 넘겼다.
광주시와 전남도는 민선 8기 상생 1호 사업으로 지역 주력산업인 AI와 전력, 자동차 등과 연계한 반도체 특화단지를 시도 접경에 조성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균형 발전 측면에서 이에 대한 정부의 배려가 절실하다. 광주시와 전남도는 초광역 협력과 상생으로 군 공항 이전 등 산적한 현안을 해결하고 인구 감소와 지방 소멸을 막아 내는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올해부터 시행되는 고향사랑기부제를 적극 활용해 열악한 지방 재정도 보완해야 한다. 올해가 마지막인 5·18 진상규명조사위원회의 진실 규명 활동과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도 성공적으로 마무리해 민주주의의 새 동력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1년 3개월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여야의 정치적 유동성이 커지고 입지자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광주·전남의 밝은 미래를 열어 갈 역량과 비전을 갖춘 일꾼들을 선출할 수 있도록 지역민들이 관심을 가져야 한다.
위기는 또 다른 기회다. 우리를 둘러싼 환경이 열악하지만 대전환을 통해 해법을 찾아야 한다. 꾀 많은 토끼는 위험에 대비해 굴을 세 개나 파 놓는다고 한다. 교토삼굴(狡兎三窟)의 지혜와 전략으로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
올해로 창사 71주년을 맞이하는 광주일보는 늘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도 문화 창달과 지역 발전의 기수로서 첩첩한 위기를 극복할 대안을 제시하고 도약의 새 전기를 마련하는 데 힘을 쏟을 것이다. 심층적인 분석과 논평, 공정하고 균형 있는 보도에 심혈을 기울이겠다. 새해 아침, 애독자 여러분의 가정에 건강과 행복이 넘치기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