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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산홍엽, 낙엽 다시 보기- 민경우 광주보건환경연구원 환경연구사
2022년 11월 21일(월) 00:45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낙엽은 날개 소리와 여자의 옷자락 소리를 낸다….”

프랑스 시인 레미 드 구르몽의 시 ‘낙엽’의 한 구절이다. 한여름 그 무성했던 나뭇잎이 하나 둘씩 낙엽 되어 떨어지고 있다. 떨어진 나뭇잎이 바닥에 뒹굴고 앙상한 가지를 보이면 우리들 마음도 덩달아 쓸쓸해진다.

올해도 도심 거리의 단풍은 곱기만 하다. 하나 둘 떨어지는 낙엽을 보며 한없이 낭만 속으로 빠져드는 20대 청춘. 같은 낙엽을 보고도 인생의 가을을 처절히 느끼는 50대 중년. 어디 그뿐이랴. 눈 뜨고 나면 쌓여 가는 낙엽을 바라보는 새벽 청소부의 심정은 또 어떻겠는가?

이처럼 우리의 애증을 담고 있는 낙엽을 또 다른 시각에서 한번 살펴보자. 무수히 나뒹구는 낙엽을 한낱 귀찮은 쓰레기쯤으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재활용하여 자원의 일부로 눈을 돌리자는 것이다. 예로부터 우리의 부모 세대는 낙엽이며 볏짚, 왕겨 등을 소나 돼지의 배설물 등과 함께 섞어 발효시킨 다음 식물을 재배하는데 훌륭한 퇴비로 사용하지 않았던가? 전국적으로 해마다 수거되는 낙엽은 30만 톤 정도라고 한다. 그중 절반 이상이 매립되거나 태워지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에서 낙엽의 재활용 사례를 살펴보자.

먼저 외국의 사례로 미국에서는 한 식기 회사가 출시한 낙엽 접시 ‘베르테라’가 쓰레기 문제 해결의 희망이 되고 있다고 한다. 이 접시는 오븐에 써도 될 만큼 내구성이 뛰어나고 매립 후 60여 일이면 자연 분해되어 환경문제도 일으키지 않는다고 한다. 스웨덴은 낙엽과 잔가지, 풀뿌리 등을 이용한 ‘바이오 가스’를 생산하여 석유 수요를 대체할 국가 과제로 삼았다고 한다. 프랑스는 폐기물처리장에서 지렁이가 낙엽 등 정원 쓰레기를 먹어치우게 해 유기 농업용 지렁이 분변토를 만든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인천시가 낙엽 퇴비화 사업의 하나로 하루 30톤가량의 낙엽을 수거해 네 곳의 농장으로 보내고 있다. 한 농장에서는 이를 톱밥과 함께 버무려 2~3개월씩 숙성 발효시킨 뒤 소와 말의 먹이로 사용한다고 한다. 송파구에서는 은행나무 잎을 남이섬의 ‘송파 은행길’에 보내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한다. 또 경북 영덕군에서는 산림 부산물 명품 퇴비화 사업의 일환으로 기존 퇴비 제조와는 차별성 있게 낙엽과 칼슘·키틴질 함유량이 풍부한 성게 액비 및 대게 껍질, 불가사리에다 발효균을 첨가해 특색 있는 고품격 명품 퇴비를 생산해 지역 특산품 생산 업체에 공급한다. 이로써 영덕 복숭아, 키토플 사과, 키토산 토마토, 영해 시금치 등 지역 특산물의 브랜드 향상 및 농업 경쟁력 강화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 지역은 매년 16만여 그루의 가로수에서 약 1000여 톤으로 추정되는 낙엽이 수거되지만 주로 위생매립장에 매립하고 있어 아직 이렇다 할 재활용 실적이 미미하다. 광주 남구와 북구에서 일부 퇴비화 사업을 시범 운영하는 사례는 있지만 이마저도 거리 담배 공초 등 일반 쓰레기와 섞여 퇴비의 품질이 저하되어 농가 수요가 없는 탓에 사실상 중단된 상태라 한다.

가로의 낙엽은 제때 처리하지 않으면 차량 바퀴에 분쇄되어 가루가 되면 우리의 호흡을 통해 폐질환을 일으킬 수도 있다. 광주시에서도 삼천 만 그루 나무 심기 계획과 더불어 시립수목원이 완성되어 가는 이즈음에, 기후 위기 대응과 에너지 절약 차원에서 매년 가로수에서 쏟아지는 낙엽을 어떻게 모으고 재활용하여 쓰레기 매립 비용을 줄이고 효과적으로 처리할 것인가를 적극 검토하고 고민해 봐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