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호 서울대 의과대학 법의학교실 교수 “삶의 유한함 인정하고 의미있는 하루 보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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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호 서울대 의과대학 법의학교실 교수 “삶의 유한함 인정하고 의미있는 하루 보내야죠”
[광주일보 10기 리더스아카데미]
버킷리스트·더킷리스트 정해
건강 나이 늘리며 목표 실천
더 나은 죽음의 과정 만들어야
2022년 11월 16일(수) 20:20
유성호 서울대 의과대학 법의학교실 교수가 지난 15일 광주시 서구 라마다플라자 광주호텔에서 열린 제10기 광주일보 리더스아카데미에서 강의하고 있다. /김진수 기자 jeans@kwangju.co.kr
“인간은 반드시 죽습니다. 지금까지 죽지 않은 사람이 없죠. 삶이 유한함을 인정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유한한 삶을 어떻게 살 것인가가 중요합니다. 저는 과거에 집착하기 보단 미래를 향해 한 발자국 나아서길 권장합니다. 다만 꼭 건강하게 그리고 하루하루 의미있는 삶은 사시길 바랍니다.”

죽은 자에게서 삶을 배우는 법의학자로 알려진 유성호 서울대 의과대학 법의학교실 교수가 지난 15일 광주시 서구 라마다플라자 광주호텔에서 열린 제10기 광주일보 리더스아카데미에서 ‘죽음을 기억하면 삶이 달라진다’를 주제로 강연했다.

20여년 간 약 1500회의 부검을 담당한 그는 ‘죽어서 만날 수 있는 남자’로 불린다. TV프로그램 ‘그것이 알고싶다’ 등 각종 방송에서 법의학 관련 자문을 맡고 있으며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촉탁 법의관을 겸임하고 있다.

“대한민국 인구는 5180만 정도입니다. 1970년대 매년 100만 명이 태어날 정도로 줄곧 증가하다 지금은 30만 명 대가 깨졌습니다. 이 때문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2020년부터 매년 30만 명이 숨지기 시작했죠. 앞으로 30년이 지나면 매년 100만 명이 죽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렇기 되면 대한민국 건국 이래 태어난 사람이 죽는 사람보다 적어지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그는 결혼과 출산을 권유하는 게 ‘꼰대’라는 생각보다 이제는 국가를 위해 꼭 해야 하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올 10월 통계청 자료를 보면 대한민국 사망원인 1위는 암 그리고 신장질환과 폐렴, 뇌혈관질환, 자살이 뒤를 이었다.

자살을 제외하면 모두 나이가 들면 걸리는 질환으로, 남녀 모두 공히 암이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암 중에서도 사망원인 1위인 폐암과 줄곧 상승하며 5위로 집계된 췌장암의 ‘리스크 팩터(risk factor)’는 담배. 유 교수는 담배를 끊는 것은 건강을 지킬 수 있는 ‘우호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통계청은 매년 사망원인 뿐 아니라 기대여명도 발표합니다. 1970년대 태어난 사람의 기대수명은 남성 58세 여성 65.8세였습니다. 그런데 최근 여성은 90세가 넘고 남성도 86세로 기대여명이 2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해외에서 발표된 논문만 보더라도 2030년대 기대여명이 가장 높은 국가로 우리나라가 꼽혔습니다. 2위 호주, 3위 스위스, 4위 캐나다 등 흔히 ‘괜찮은 나라’가 뒤를 이었습니다.”

대한민국의 의료 인프라와 생활 수준이 향상되면서 기대여명이 세계 1위를 차지할 정도로 늘었다. 그럼에도 인간의 삶은 언젠가 끝이 있기 마련. 기대여명이 늘어났기에 무엇보다 건강나이를 늘리면서 내 죽음을 내가 선택하는 게 중요해졌다.

유 교수는 2004년 발생한 ‘김 할머니 사건’을 언급했다. 할머니는 기관지 내시경 중 혈관이 터져 식물인간이 됐다. 앞서 숨진 남편의 오랜 병수발로 연명치료에 대해 거부감이 컸던 할머니의 뜻을 이어받은 가족들이 소송을 통해 대법원으로부터 연명치료 중단을 이끌어냈다. 이후 이 사건의 영향으로 현재 우리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통해 나의 죽음을 어느 정도 선택하게 됐다.

해외에서는 의사의 처방을 받아 20초 안에 생을 마감할 수 있는 ‘의사조력자살’과 같은 법안이 시행 중에 있다.

“서울대에서 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의사조력사망’이 필요하냐고 물었더니 시민들에게 76.3%가 ‘필요하다’라고 응답했습니다. 그만큼 내 죽음을 선택하고 싶다는 의지가 강하게 묻어납니다. 편안하게 죽는 경우는 거의 없죠. 늙어서 딱 두 달만 아프다 죽는게 가장 행복한 걸 겁니다. 오래 아프면 자녀 배우자에게 미안함이 커지죠.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노화의 과정을 겪을 것인가’가 가장 중요한 문제일 것입니다.”

그는 이를 위한 몇 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우선 주요 암의 원인으로 지목된 담배를 멀리 할 것을 당부했다. 둘째 규칙적인 운동을 할 것. 하루 8시간씩 앉아있는 사람이 하루에 1시간 운동하지 않으면 죽을 확률이 높아진다. 운동을 하면 그 확률을 낮출 수 있다. 그러나 하루에 3시간 이상 TV를 보면 운동도 소용없으니 되도록 몸을 부지런히 움직일 것을 권장했다.

유 교수는 또한 건강한 식습관, 적정 체중 유지, 스트레스 관리, 정확한 의학지식을 구하고 실행하는 것이 건강수명을 늘리는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유 교수는 “시기별로 목표를 세워서 사는 사람이 건강하게 오래산다는 의학연구 결과가 있다. 버킷 리스트와 함께 하고 싶지 않은 일을 적은 ‘더킷리스트(duck it list)’를 각각 3가지 씩 정해서 실천하길 바란다”며 “아울러 죽음을 위해 자기를 위한 준비, 죽음 이후에 남을 사람을 위한 준비, 더 나은 죽음의 과정을 만들어 보라”며 강의를 마쳤다.

/김민석 기자 ms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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