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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축제 입은 필암서원 ‘관광 장성’ 가치 창출
장성군, 세계유산 활용 공모사업 선정
8월부터 공연·체험 프로그램 등 진행
100억 규모 필암서원 선비문화 육성사업
황룡강-필암서원 잇는 소나무 길 조성도
2022년 10월 30일(일) 20:30
필암서원이 예술과 축제라는 새옷을 입고 ‘관광 장성’ 가치 창출을 위해 변화를 시도한다. 지난 10일 장성 황룡강 축제와 연계해 진행한 기획공연.
조선의 성리학자 하서 김인후 선생을 배향하는 장성 필암서원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지정된 지 3년이 지났다. 100억원 규모 선비문화 육성 공모사업 선정 등 굵직한 성과도 있었지만, 그간 관람객 입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변화가 크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필암서원에 변화가 감지되기 시작한 건 올해부터다. 장성군은 필암서원에 문화와 예술, 체험과 축제를 접목하고 황룡강과의 연계성을 구축하는 등 관광자원적 가치를 높이는 ‘흥미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서원 앞마당에서 펼쳐지는 명품 국악공연에 성황

“우리는 소리를 파는 보부상이니께 선비님들 공부하는 서원에서도 신명나게 놀아볼랍니다.”

빨간 옷을 입은 훤칠한 남자 소리꾼이 마이크를 고쳐 잡았다. 역시 빨간 옷을 입은 여자 춤꾼은 금방이라도 춤사위를 보일 듯 몸을 푼다. 그런데 국악 공연이라더니 앰프를 빠져나온 소리가 전통음악이 아니다. 디스코, 테크노의 강렬한 리듬이 공간을 잠식한다. 일렉기타 연주자는 묵묵히 비트에 음을 싣는다. 대체 무슨 상황인가 싶은데 ‘어얼 씨구 씨구 들어간다’는 구성진 목소리가 장내를 가득 메운다. 연이은 ‘반전 매력’에 흥이 돋고 어깨춤이 절로 난다.

장성 황룡강 가을꽃축제가 한창이었던 지난 10일 오후, 장성 필암서원에선 뜻밖의 하지만 퍽 의미 있는 공연이 열렸다. ‘핫(hot)’한 젊은 예술가들이 ‘묵죽도의 정, 예술이 되다’라는 주제로 필암서원에 모였다. 묵죽도는 인종 임금이 스승이었던 하서 김인후 선생에게 직접 그려 하사한 그림이다.

첫 테이프를 끊은 이들은 ‘팔도보부상’이었다. 소리꾼과 춤꾼, 기타리스트로 구성된 3인조 밴드다.

이어서 극단 ‘지니컬쳐’는 인종 임금과 하서 김인후, 묵죽도를 소재로 구성된 단막극을 선보였다. ‘천하제일탈공작소’는 하서 선생과 인종의 의리, 충절 등을 주제로 눈과 귀를 사로잡는 탈춤 공연을 펼쳤다.

필암서원과 하서 김인후 선생에 대해 깊이 있게 알 수 있는 자리도 마련됐다. 신병주 건국대학교 교수가 ‘호남 사림의 자존심, 하서 김인후와 필암서원’을 주제로 인문학 강연을 진행해 흥미롭고도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100억 규모 ‘필암서원 선비문화 육성사업’ 추진

지난 10일 행사는 장성 황룡강 가을꽃축제와 연계해 기획공연으로 마련된 공연이었다. 공연중 잠깐 비가 내리고 강풍이 불었지만 관객들은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장성군은 올해 초 문화재청 주관 ‘2022년 세계유산 활용 공모사업’에 선정됐다. 군비 포함 1억 원의 사업비를 확보한 군은 지난 8월부터 정기공연과 기획공연, 체험 프로그램 등으로 구성된 ‘세계유산 장성 필암서원 활용사업’을 진행 중이다.

첫 회인 8월 6일에는 ‘하서 김인후와 정을 나눈 지식인들’을 주제로 가야금, 거문고 2인조 국악연주그룹 ‘리마이더스’가 무대에 올랐다. 정기공연 2회차인 8월 20일에는 ‘연희그룹 연화’, ‘아마씨’, 김은숙 가야금병창 공연이 ‘하서 김인후의 의와 충’이라는 주제로 함께 했다.

아직 공연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남아 있다. 올해 마지막 정기공연이 오는 11월 12일 오후 2시 필암서원 집성관에서 열린다. 퓨전국악밴드 ‘삼지창’, 음악그룹 ‘나무’가 감동과 흥이 넘치는 무대를 만들 예정이다. 무료 관람이며, 묵죽도와 필암서원을 직접 그려볼 수 있는 스크래치 페이퍼, 슈링클스 체험과 투호, 제기차기, 윷놀이 등 전통놀이 체험도 운영된다.

◇황룡강-필암서원-박수량 백비 잇는 숲길 조성

장성군은 필암서원의 역사성을 기반으로 한 선비문화 육성사업 추진에도 박차를 가한다.

군은 지난해부터 필암서원에 담긴 선비문화 가치를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2021년 전남형 지역성장 전략사업 선정으로 확보한 100억 원의 사업비로 ‘세계유산 필암서원 선비문화 육성사업’을 추진 중이다.

현재 ▲선비문화 복합공간 조성(집성관 리모델링) ▲선비문화 디지털 전시공간 조성 ▲전통정원 정비 ▲선비문화 플랫폼 구축 등을 추진 중이다. 이를 통해 선비문화 콘텐츠를 보유하고 공연, 체험 등 다양한 분야와의 연계성까지 확보하면 독보적인 문화관광자원으로 자리잡게 될 전망이다.

풍성한 콘텐츠를 갖춰가면서 문화·예술의 외피까지 새롭게 입는 데 성공한 필암서원이지만, 사람이 모여들지 않는다면 관광 활성화를 이루기 어렵다. 장성군은 이를 위해 ‘청렴으로 가는 소나무 가로숲길’을 조성할 계획이다.

김한종 장성군수는 “유네스코 세계유산 필암서원이 지금뿐 아니라 미래에도 그 가치를 이어갈 수 있도록 필암서원과 대한민국 대표 꽃강 황룡강, 조선의 청백리 아곡 박수량 선생 백비를 걸어서 다닐 수 있는 ‘청렴으로 가는 소나무 가로숲길’로 연결하려 한다”면서 “우리 군 대표 랜드마크로 육성해 관광자원적 가치를 극대화하겠으며, 장성군민의 자부심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김대성 기자 bigkim@kwangju.co.kr

/장성=김용호 기자 yongho@kwangju.co.kr



[장성 필암서원]

장성 필암서원은 조선의 유학자 하서 김인후 선생의 학문과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설립됐다. 하서는 주자 성리학의 체계를 발전시킨 인물로, 문묘에 종향된 동국 18현 가운데 유일한 호남 유학자다.

서원의 정문 격인 확연루에는 모든 것을 공정하게 대하는 군자의 마음을 배운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청절당은 서원의 주요 행사가 열리는 곳으로, 여느 서원과 달리 입구 쪽이 아닌 하서 김인후 선생의 위패가 모셔진 우동사가 있는 북쪽을 향하고 있다. 단순히 학문만을 갈고닦는 공간이 아닌, 하서 선생을 기리는 곳임을 묵묵히 가리키고 있는 듯하다.

서원 가장 안쪽에 있는 경장각은 묵죽도와 묵죽도 목판을 보관하기 위해 지어진 건물이다.

/장성=김용호 기자 yongho@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