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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집합체로서 도시주거지] 장소를 체험하고 풍경을 느끼며 교류하는 사회적 장소
공업생산 가능하고 위생적 요구만 충족한
단순 단위주거 위주 우리 도시주거지 형성
거주자 교류, 역사·문화적 요구 반영 안되고
토지이용 효율만 중시, 안전성·조화 등 무시
도시재개발·재건축·재생사업, 지우기·덧씌우기로
2022년 10월 25일(화) 23:00
영국 밀레니엄 빌리지(렐프 어스킨), 런던, 영국. https://goldenemperor.com/uk/wp-content/uploads/sites/3/2022/03/Greenwich-Millennium-Village-Project-Page-Eng-25.jpg
한 도시의 형태는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형성되는 것으로, 건조물과 외부공간이 함께 모여 이루는 복합체이며, 시민들의 삶터로서 생활을 영위하는 곳이다. 여기에는 다양한 시설들이 있으며, 이 시설들은 용도별로 구분되어 있는데, 가장 범위가 넒은 지역이 주거지이다. 도시 주거지의 공간구조와 공간조직, 구조와 형태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그것이 시민들의 사회적, 경제적, 물리적 삶의 환경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정서적, 감성적 측면에까지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주거지는 그 속에서 생활하는 시민들의 삶과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그 특징이 형성되어 왔다.



집합체로서 도시주거지가 지니는 의미

도시의 주거지 형태는 일반적으로 단위 공간들이 모여 이루고 있는 공간조직으로, 기능과 용도, 건축물의 입자 크기, 집합형식 등의 관점에서 동질적인 모습을 가지고 있다. 주거지 공간구조는 도로의 위계와 블록의 유형, 그리고 대지, 건축물의 규모와 형태 및 배치 등에 의해 그 특성이 결정된다.(예: 스페인 바르셀로니아의 도시와 주거지 조직) 집합체로서 도시주거지가 지니는 의미와 가치를 파악하기 위해, 도시와 주거지 형태와 공간, 장소에 관한 학자들의 견해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형태적인 관점으로는, 가로와 블록, 대지와 건축물을 도시형태의 주 인자로 파악한 입장, 개별 건축물의 형태와 용적, 가로변 건축 군의 배치, 가로와 광장의 형태 및 그것을 구성하는 요소들의 관계를 중요시하며 심미성을 강조한 입장(까밀로 지떼), 가변요소와 충진요소로 구분하고, 형태의 다양성을 추구하기 위해 충진요소의 변화를 주장한 입장(하브라켄) 등이 있다.

장소성을 중요시하는 관점에는, 현상학적 분석으로 좋은 장소를 만드는 것이 좋은 도시라고 주장하는 입장(노베르그 슐츠)과, 길이나 광장과 같이 잘 만들어진 공공공간을 시민들이 즐겁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입장(롭과 레온 크리에 형제)이 있다.

사회적 집합체로 보는 관점은, 장소 속의 활동의 관점으로, 사람과 물리적 환경의 관계성으로 파악하는 입장(스텐포드 애더슨)과, 역동적인 사회적 집합체로 만드는 사건들 사이의 관계로 도시를 파악(로저 베이커)하는 입장이 있으며, 생활의 지속성을 강조하고 위생문제와 교통의 흐름을 개선하면서 원 주민들의 주거패턴의 유지를 주장(패트릭 게더스)하는 주거지 패턴의 지속화 관점이 있다. 경관론적 관점은 연속적인 조망을 통해 복합적으로 얽힌 도시조직의 개념적인 즐거움을 재발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집합체로서의 주거지 조직의 가치와 의미는 형태적, 장소성 관점, 사회적 집합체와 주거지 패턴의 지속화, 경관론적 관점과 같은 키워드들을 통해 발견되었다. 필자는 이 5가지 관점에서 도시주거지를 복합적 집합체로서 살펴보았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도시와 주거지 조직. (출처:https://i.imgur.com/FXldkz4.jpg)
우리 도시주거지 형성에 영향을 끼친 개념들

우리의 주거지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친 것은, 국제주의 근대건축가들의 계획개념과 그들이 만든 실험적 도시 및 주거지일 것이다. 그들의 가장 우선적인 생각은, 공업생산이 가능하고, 적절한 채광과 통풍 등 위생적인 요구를 충족하는 것이었다. 그들에 의하면, 산업화 사회의 구성원 중 가장 중요한 것은 개인이며, 사회는 개인의 집합이라는 단순한 생각이었다. 그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겼던 것은 단위주거였기 때문에, 거주자들의 사회적 교류에 의해 형성되는 공간의 성격과 그들이 지닌 역사적, 문화적 요구가 반영되지 않은 채 동일집단으로 설정되었다.

그 결과 동일한 주거유형을 반복적으로 생산하면서 집단의 주거지를 만들어왔으며, 단순한 도식에 따라 주거의 밀도와 높이를 결정하는 문제만을 고려하였다. 또한 토지이용의 효율만 중요시한 결과로 집합주택이 가져야 할 제반요소인 안전성, 영역성, 장소성, 커뮤니티와 프라이버시의 조화 등의 개념은 철저히 무시되었다.

근대 건축가들 중 가장 영향력 있는 르 꼬르뷔지에는 녹지 위에 고층주거라는 주거환경의 새로운 계획개념을 제시하였다.(예: 르 꼬르뷔지에 주거조직) 오늘날 우리 도시주거지 계획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 건축가다. 그는 수많은 단독주택을 하나의 구조물로 결합시켜 공공시설과 공간을 대량으로 확보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집합화에 의해 형성될 수 있는 거대한 녹지공간과 레저시설을 제시하면서 공동시설의 경제적 효용성을 강조하였다. 그의 ‘삼백만을 위한 도시’에서 계획된, 시설의 공동화, 개인 공간을 집합화한 도시주택 유형은 정착되어 지금의 우리 도시에까지 지속되고 있다.

그 당시 활동한 근대건축가 중 한 사람인 그로피우스는 주택의 높이와 인동간격에 대한 다이아그램을 통해, 일조 및 공간이용 측면에서 고층아파트가 가장 효율적이고, 경제성과 저렴한 비용으로 최대량의 주택을 공급하는데 유리하다고 주장하였다. 여기에 더해, 도시를 4가지 기능인 주거, 일터, 여가공간, 교통망으로 분리하여 지역지구로 나누고 배치하는 조닝제가 도입되었으며, 페리의 근린주구 이론은 규모, 주구의 경계, 오픈스페이스, 공공, 상업시설, 내부 도로체계, 초등학교 학군을 중심으로 하는 소생활권 개념을 제시하였지만, 생활권의 지속적 확대 현상으로 볼 때 경직된 계획개념이 되었다.



도시주거지의 현실과 새로운 계획과제

대부분의 우리 도시는 양적 측면에서의 부족한 주택공급을 해결하기 위한 정책의 일환으로, 신도시 건설과 대규모 단지 위주의 공동주택 개발에 치중해온 것이 사실이다. 오랜 세월에 걸쳐 누적된 고유한 주거지 형태는 사라져가고 있다. 지금은 역사적 흔적으로 사라졌지만, 세계에서조차 유일무이했던 도시조직이 있었다. 바로 일제강점기에 형성된 노동자 이주터인 광주 학동 팔거리가 그곳이다.(예: 광주 학동 팔거리) 아마도 현재까지 존재해있었더라면 로마에도 없는 독창적인 도시 공간구조가 되었을 것이다. 4개의 연속된 주거지 블록이 8거리를 형성하는 공간구조이다. 길과 만나는 필지는 그 속에서 나름대로의 독특한 주거공간을 구성하고 있었다. 도시구조와 개별 필지, 그리고 길과 주거공간의 전형을 볼 수 있었던 사례였지만 지금은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서 사라졌다.

주거지는 시민들의 사회적 장소와 기억의 매개체가 되어야 한다. 재개발, 재건축, 재생 등은 지우기, 덧씌우기, 새로 만들기 작업이었으며, 이는 공동체의 해체와 사회적 장소를 망가뜨리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시간의 연결이 중요하다. 공동성의 공유가 중요하다, 시설보다 사람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주거지 역사와 주거건축물의 존중이 필요하다. 주거지 역사는 세대를 통해 지속된다. 손상된 것을 다시 되살려야 한다. 렐프어스킨의 영국 바이크월 주거단지 재생계획이 구체적 예이다.

노후화된 주거지를 어떻게 접근하여 재생시킬 것인가 경제적, 사회적, 물리적 방안 등을 강구하여야 한다. 미래의 새로운 주거지를 계획하고 만들 때도 자연환경의 특성을 고려하고 장소적 특성을 살리면서 거주자들의 사회문화적인 주 요구들이 반영된 다양한 형태의 도시주거지 모습이어야 한다.영국 그리니치 페니슐라 마스터 플랜이나 렐프 어스킨의 밀레니엄 빌리지를 참고할 만하다.



일본의 중정형 주택에서의 사회적 장소(키바공원 미코주택단지, 일본 1982) https://protocooperation.tistory.com/623
이름다운 삶의 집합체를 만들어가자

아름다운 도시 주거지 공간과 장소가 그 속에서 사는 시민들에게 매력있는 감동을 주기 위해서는 어떤 특질들이 담겨있어야 할까? 그 주거지에는 시민들의 삶의 흔적이 간직되어야 한다. 주거지 역사는 세대를 통해 지속되기 때문에 여기에는 장소의 역사적 맥락이 있어야 하며, 시간의 연결이 스며들어 있어야 한다. 이를 담아낼 수 있는 물리적인 환경이 되려면, 집합적 공간구조로 길과 주거공간, 내부공간과 외부공간, 공적공간과 사적공간, 장소와 장소들이 긴밀하게 연결되어 사회적 장소를 만들어내야 한다.(예: 일본 중정형 도시주택, 키바공원 미코주택 단지)

여기에 3차원적 집합적 경관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그 주거지에 조화되는 색채와 재료로써 형성되는 감각과 디테일이 담겨있어야 한다. 진정한 주거지의 아름다움은, 감각적이고 매력적인 점적인 주택들과, 그들의 집합으로 맥락이 형성된 선적 가로환경, 길과 필지 그리고 주택공간과 오픈스페이스 등이 블록화된 사회적 조직체로서 면적화될 때에야 비로소 우리에게 발견될 수 있을 것이다. 시민들은 삶터인 이곳에서 공동체 의식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활동과 공유된 이야기를 만들어나갈 것이다.

테오 크로스비는 거주지는 단순히 은신처가 아니라 사회적 집합 생활이 개인과 가족에 결합하여 나타나는 곳이며 개인의 공간적, 생리적, 영적, 감동적 욕구까지 만족시켜야 한다고 말한다. 이는 살맛 나는 도시, 만남의 공동체, 독자개성의 추구, 주체성과 소속감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거주하는 도시와 주거지 형태에서 우리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다. 지금부터라도 각자가 도시형태와 주거지의 공간구조에 있어 깊이 있는 숙고를 함으로써, 미래도시의 새로운 주거지 모습을 만드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





전남대학교 건축학부 교수

한국도시설계학회 부회장

광주광역시 도시계획·건축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