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원시티네이션, 도시건축의 미래] 국제 경쟁력·지방 소멸 대책은 ‘원시티네이션’ 전환
세계 인구 56.2%가 도시 거주
1000만명 이상 도시 35년새 9곳→34곳
도시화 국가, 소득 높고 유아 사망률 낮아
세계 경제, 40~50개 초거대도시 중심 재편
2022년 10월 04일(화) 22:30
뉴욕 맨하탄의 도시풍경, 빌리어내어의 로우에 432 파크애비뉴 타워와 공사 중인 111 웨스트 57번가 타워가 보인다.
UN의 인구추계 자료를 참조하여 보면 2022년 세계인구는 80억 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향후 2050년이면 100억에 가까운 인구가 지구에 살게 될 것이다. 문제는 도시인구의 증가 비율이다. 이미 현재 56.2%의 인구가 도시에 살고 있고, 유럽은 74.9%, 북미는 83.6%, 중남미도 81.2%로 도시인구 비율이 증가하고 있다. 인구 100만 명 이상의 도시는 18세기 말 베이징 하나였지만, 1950년에는 86개, 2005년 400개, 2016년 512개, 2030년에는 662개로 추정되어 지난 150년 사이 가히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지금도 아시아와 아프리카에서는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도시화 되고 있고, 향후 늘어나는 인구의 95%는 개발도상국의 도시 지역에 집중될 것이라고 ‘슬럼 지구를 덮다’(2007)의 저자 데이비스는 이야기한다.

영국에서 산업혁명이 시작되면서 런던에서는 전례 없는 도시화가 진행되었고 19세기에서 20세기 초까지 주요 상업가로인 하이 스트리트(High Street)의 수가 600개 이상 급격히 증가하였다. 런던은 1831년에서 1925년까지 세계에서 최대의 도시였고, 19세기 말에는 세계 최초로 인구 500만 명의 도시가 되었다.

하지만 20세기에 들어서며 뉴욕에게 최대도시의 자리를 내주게 된다. 건축가 렘 콜하스는 명저 ‘정신착란의 뉴욕’(1978)에서 소위 고밀 초고층의 상업도시인 ‘맨하탄이즘’을 통해 프레드릭 옴스테드이 설계한 센트럴파크와 13개 애비뉴와 156개 스트리트로 구성된 맨해튼 그리드의 2028개 블록, 그리고 이 블록위의 수직 마천루를 주목하였다. 그는 최초의 초고층이라고 알려진 96m 높이의 래팅관측소를 이야기하면서 “만약 바벨탑을 제외한다면 이 ‘래팅관측소’야말로 세계 최초의 마천루라 불릴 수 있을 것이다”라고 이야기한 바 있다.

글레이저의 책 ‘도시의 승리’(2011)에 따르면, 1920년대는 미국의 도시가 수직으로 확장되는 중요한 분수령이 되었고 1920~1933년 사이에 크라이슬러 빌딩 등 259m를 초과하는 5개의 초고층 건물이 완성됐다. 이후 상당기간 동안 초고층 건축이 많이 이루어지지 않았으나, 최근 프리덤타워, 허드슨야드 재개발과 57번가 빌리어네어스 로우의 초고층 타워들이 완성되면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뉴욕은 이렇게 초고층 마천루의 도시를 대변하면서 1950년 당시 인구 천만이 넘는 유일한 도시가 되었다.

하지만 이제 천만 명 이상의 도시도 1985년 9개, 2004년 19개, 2005년 25개, 2020년 34개로 늘어났고, 계속 증가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들 도시 중 서울, 도쿄, 뉴욕, 광저우, 델리 등 12개 이상의 도시들이 인구 2000만 이상의 거대도시권을 형성하고 있다. 2000년대 이후 공급된 초고층 건물의 절반 이상이 중국에 위치하고, 아시아와 중동에 초고층 건축물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20세기 내내 초고층을 주도하던 미국이 자리를 내주게 되었다. 가장 높은 건물 10채의 평균 높이를 기준으로 현재 세계 최고의 스카이라인을 가지고 있는 도시는 두바이이다.

건축가 렘 콜하스의 책 ‘정신착란의 뉴욕(1978’)의 독일어판(1994) 표지
◇메가리전(Megaregion)의 등장과 초거대도시

글레이저는 ‘50% 이상 도시화된 국가들과 50% 미만 도시화된 국가들을 비교하면 더 도시화된 국가들이 소득은 5배 높고, 유아 사망률이 3분의 1도 안 된다’고 하며 도시화와 경제 발전 사이의 연관성을 주장한 바 있다. 메가리전은 메가시티, 메가로폴리스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지만 일반적으로 인구가 천만 명 이상인 매우 큰 도시와 지역의 집합체로 편의상 메가리전이라고 통칭하여 부르고자 한다.

UN은 2018년 ‘세계 도시화 전망’ 보고서에서 인구가 천만 명이 넘는 메가리전은 33개, 데모그래피아(2019) 자료로는 38개 정도로 추정된다. 현재 메가리전의 약 절반은 중국과 인도에 있고, 브라질, 일본, 파키스탄, 미국 등도 하나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이와 관련한 연구 중 흥미로운 것은 팀 굴덴과 플로리다 등의 작업이다. 이들은 메가리전을 조사하는 선정기준에서 인공위성으로 촬영한 야간 연속 조명구역과 1000억 달러 이상의 조명기반 지역총생산을 기반으로 전세계에 약 40개의 메가리전이 있다고 하였다. 이를 토대로 메가리전에는 전 세계인구의 18%인 12억 명의 인구가 거주하고 있고, 이들 지역은 세계 경제 활동의 약 66%, 특허 혁신의 85%를 생산하고 있다고 추정하였다.

‘창조계급의 대두’(2002) 의 저서로 유명한 리처드 플로리다는 하버드 비즈니스리뷰에서 ‘세계는 더 이상 평평하지 않다’고 이야기하면서 이제 국가 단위의 경제구성체가 유효하지 않고 세계경제는 몇 개의 메가리전에 의해 운영되는 추세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는 먼저 미국의 보스톤-뉴욕-워싱턴지역은 5400만 명의 인구에, 2.2조 달러의 LRP로 프랑스나 영국보다 경제 규모가 크다는 점을 주목하였다. 또한 유럽의 가장 큰 메가리전인 암스테르담-로테르담-루어-쾰른-브뤼셀-안트베르펜-릴의 지역은 6000만 명의 인구와 LRP 1.5조 달러의 경제 규모로 캐나다의 국가 GDP보다 규모가 크다는 점에서 유럽에서도 메가리전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한편 중국의 경우도, 사상 유례가 없이 빠른 속도로 도시화를 경험하고 있으며, 이코노미스트(2016)의 자료에 따르면, 베이징 텐진의 징진지 지역이 1억1200만 명, 상하이-난징-항저우 지역이 1억 5200만명, 쉔첸 광저우 홍콩의 펄리버델타 지역이 6000만 명으로 이미 엄청난 규모의 메가리전을 형성하고 있다.

초거대도시란 메가리전을 형성하는 여러 도시와 지역들의 클러스터를 포괄하는 개념이다. 개략적으로 초거대도시의 성격을 규정해보면, 3000만 이상의 인접 인구와 지역의 제조업 기반 그리고 투자금융이 함께 있는 메가리전의 도시와 지역을 포괄하는 초거대 메가리전 도시 클러스터이다. 2025년이 되면 아시아권에서만 10여개 이상의 초거대도시가 출현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는 장기적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40~50여 개의 초거대도시를 중심으로 주요 경제권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 이들은 향후 세계화를 개별 국가가 아닌 팬글로벌네이션(Pan Global Nation)의 초거대도시의 경쟁으로 지난 100년과는 다른 도시공간의 급격한 질적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인구구조변화 대응실태의 감사원 보고서(2021)에 의한 시군구별 인구소멸위험지도, 붉은색이 많으면 소멸위험이 커진다.
◇인구 절벽과 원시티네이션

2021년 인구구조변화 대응실태를 다룬 감사원 보고서에 따르면 지역소멸위험지수는 통계청의 인구통계를 기반으로 20~39세의 여성인구를 65세 이상의 고령인구로 나눈 값이다. 이 지수가 1.5 이상이면 소멸위험이 낮은 지역으로 0.5 미만의 경우 위험단계에 진입한 것으로 판단하였다. 이 수치를 보면 228개 전국 시·군·구 중 소멸위험지역은 2017년 85곳, 2021년 106곳으로 증가하였고, 소멸고위험지역은 2017년 7곳에서, 2021년 36곳으로 증가하였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2067년이면 대한민국의 인구는 약 3900만 명으로 줄어들고, UN의 인구추계에 따르면 2100년 약 2,950만 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향후 대한민국이 줄어드는 인구와 초고령화라는 약점을 극복하면서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룰 수 있는 국토 도시계획의 재구조화가 필요한 시점이기도 하다.

중국이나 일본의 글로벌 초거대도시에 대항하여 국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보다 체계적인 팬글로벌네이션 전략을 통해 대한민국 전체가 하나의 초거대 도시국가가 될 수 있도록 교통과 도시건축의 기반시설 인프라를 총체적으로 구축하는 것이 앞으로 중요한 과제이다. 총량 중심으로 계획하기보다는 지역별 도시와 건축정책을 특화하고, 질적인 전환이 일어나도록 방향을 바꿔 국토공간 운용체계를 새롭게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미국 동부의 뉴욕, 보스톤, 워싱톤D.C.의 동북 코리더처럼 선형으로 진행하지만 시카고의 메가리전과 연계를 형성하거나,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 로테르담, 헤이그, 우트렉, 힐베르섬에 이르는 환형의 도시클러스터를 암스테르담--쾰른-릴의 선형지역에 연계하는 전략이 좋은 벤치마킹 사례가 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수도권, 중부권 영남권 호남권 등의 몇 개의 메가리전을 중심으로 환경적 부담은 최소화하며 주요 거점을 하이퍼루프(Hyperloop)의 초고속 광역교통망으로 연결하여 대한민국 전체를 메가리전이 연결된 ‘원시티네이션’의 초거대도시로 만드는 국토의 미래변환 전략을 진지하게 준비해야 한다.

향후 5~6개의 메가리전을 집중 육성하고 다양한 시나리오를 통해 주요 거점을 연결하여 하나의 초거대도시로 성장하도록 광역과 지역의 교통망 재편, 초거대도시 중심의 행정체계 개편, 메가리전의 특화산업의 육성, 거점대학을 중심으로 한 지식계급 유인, 도시 기반시설의 광역 공유 등 새로운 미래전환에 기반한 창조적 전략들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거대담론적 접근보다는 빅데이타 플랫폼에 기반한 바텀업 플렉서블 어바니즘 전략을 함께 고민하면서 건축과 도시, 행정, 교통, 물류, 에너지 등의 통합적이고 입체적인 전략이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인구구조변화 대응실태의 감사원 보고서(2021)에 의한 시군구별 인구소멸위험지도, 붉은색이 많으면 소멸위험이 커진다.
천의영

현) 경기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현) 한국건축가협회 회장

전) 서울건축문화제 총감독

전) 광주비엔날레 광주폴리III 총감독

전) 서울디자인올림픽 총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