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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자의 섬-송기동 예향부장
2022년 09월 20일(화) 01:00
신안군 압해읍 송공항을 출발한 여객선은 한 시간 뒤 대기점도 선착장에 닿는다. 섬에 근접하면 그리스 산토리니 섬의 건물을 옮겨온 듯 코발트색 둥근 지붕과 하얀 회벽을 한 이색적인 ‘건강의 집’(베드로)이 첫눈에 들어온다. 섬을 찾은 여행자들은 이곳에 설치된 작은 종을 울리며 ‘순례’의 힘찬 발걸음을 내딛는다. 붉은 기와에 맞배지붕을 한 ‘그리움의 집’(야고보) 내부 벽면에는 이채롭게도 성덕대왕 신종의 비천상(飛天像)이 새겨져 있다. 소기점도와 소악도를 연결하는 노둣길에 세워진 ‘기쁨의 집’(마태오)은 러시아 정교회 스타일의 황금색 양파 지붕을 하고 있다.

‘순례자의 섬’이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신안군 증도면 기점·소악도의 12개 건축물은 예수의 12사도(使徒) 이름을 붙였지만 특정 종교를 대변하는 예배당이 아니다. 오히려 천주교와 기독교, 불교적 요소를 적절히 활용한 국내외 유명 작가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빛나는 공공미술, 건축미술 작품이다. 물고기 모양의 스테인드글라스를 활용한 ‘소원의 집’(야고보)처럼 대부분 작은 창과 틈새, 그리고 빛과 그림자로 독특하게 공간을 구성해 지친 여행자들을 위한 작은 쉼터 기능도 수행한다.

여행자들은 두 발로 걷거나 승용차 또는 전기자전거를 타고 섬을 돌아본다. 때로는 섬과 섬을 이어주는 노둣길이 바닷물에 잠겨 있으면 기다려야 한다. 대기점도~소기점도~소악도~진섬~딴섬 등 12㎞ 길이의 순례길에서 여행자들은 ‘치유’와 ‘위로’의 해법을 모색한다. 그런 까닭에 기점·소악도를 방문한 여행자들은 누구나 ‘나’를 찾으며 종교를 뛰어넘는 순례자가 된다.

신안군이 조성한 기점·소악도 순례길이 종교 편향 논란에 싸여 있다. 불교계는 최근 ‘기적의 순례길’과 ‘1004 천사섬 신안’ 등 신안군의 사업과 상징 브랜드를 문제 삼았다. 지역 경제 살리기에 온 힘을 쏟고 있는 신안군 입장에서는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신안 작은 섬에 조성된 도보길은 한국 사회에 절실한 상생과 관용, 포용, 화해, 경청, 소통의 화두를 우리에게 던져 준다. 불교계가 종교라는 돋보기를 내려놓고 대승적(大乘的)인 관점에서 접근했으면 싶다.

/송기동 예향부장 song@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