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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퍼스 어르헝 16일 귀화시험…지역 배구계도 응원
지난 2월 한차례 낙방…애국가 부르기·한국 역사 등 면접시험 만만찮아
시험 합격해야 프로 데뷔…페퍼스, 관련 전문가 불러 공부 돕기 등 지원
부동의 미들 블로커 활약 기대 속 배구계 국가대표 발탁 특별 귀화 검토
2022년 09월 15일(목) 18:55
목포여상 시절의 어르헝. <목포여상 제공>
광주 AI페퍼스가 신인 드래프트에서 우선 지명한 몽골 출신 체웬랍당 어르헝(18·목포여상)에게 다시 한번 배구계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르는 수험생을 지켜보듯 조심스럽다.

AI페퍼스는 최근 2022-2023시즌 신인 드래프트에서 어르헝을 우선 지명했다. 귀화를 추진 중인 선수로는 중국 지린성 연길 출신의 재중동포 이영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프로 구단의 지명을 받았다는 점에서 더 주목받았다.

어르헝이 우리나라 국적을 획득하면 앞으로 한국 여자배구대표팀에서 부동의 미들 블로커로 활약할 것이라는 기대를 한 몸에 받는다.

키 194.5㎝인 어르헝은 제자리에서 양쪽 손을 들면 한뼘 가량 배구네트 위로 올라올 정도로 체격이 좋다.

넘어야할 관문은 있다.

KOVO 규약에 따르면 귀화 선수로서 드래프트를 신청한 선수, 귀화 신청 후 귀화 승인이 완료되지 않았으나 전 구단의 동의로 귀화 절차 중인 선수는 신인 드래프트에 참가할 수 있다. 어르헝은 후자의 사례에 해당한다. 더큰 난관은 2차 면접시험이다.

어르헝은 미성년자로서 한국 부모에 입양됐기 때문에 1차 관문인 귀화 필기시험은 면제 받았다. KGC인삼공사 주전세터 염혜선(31·목포여상 출신)이 부모를 설득하고 입양해 염혜선과 어르헝은 ‘의자매’가 됐다. 비시즌 때마다 모교를 방문해 후배를 응원하던 염혜선에게 목포여상 정진 감독이 권유한 게 인연의 시작이다.

어르헝은 16일 광주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귀화면접 시험을 치른다. 이 시험에 합격해야 비로소 페퍼스 유니폼을 입고 프로 무대에 설 수 있다.

귀화면접 시험은 만만치 않다고 한다. 애국가 부르기, 한국 세시풍속, 역사·문화 등 거의 전영역에 걸쳐 20문항이 출제된다.

60점을 따야 합격할 수 있는 데 지난 2월 시험에서 한 차례 낙방했다. 당시 운동을 마치고 매일 밤 한국사 공부를 위해 교사들까지 도왔음에도 아쉽게 떨어졌다.

AI페퍼스는 어르헝의 귀화시험을 돕기 위해 관련 전문가를 불러 공부를 돕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김형실 감독은 “아무리 좋은 선수를 뽑아놓아도 귀화시험 문턱을 넘지 못하면 출전할 수 없다. 실전 경험을 쌓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데 걱정”이라며 “각계의 관심과 응원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귀화시험이 어렵기 때문에 배구계에서는 어르헝을 국가대표로 발탁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법무부에 특별귀화를 신청할 수 있는 길이 열릴까 해서다.

2004년 몽골 울란바토르에서 태어난 어르헝은 2019년 한국에 왔다. 당시 어르헝의 입학을 약속했던 우리나라 학교에서 차질이 빚어져 ‘미아’가 될 뻔 했다.

목포여상 정진 감독은 어르헝의 플레이를 담은 동영상을 보고 두 말 않고 목포여상에 입학시키고 조련했다.

몽골 스포츠클럽에서 2년 동안 배구공을 만졌고 본격적으로 배구를 배우고 기량을 키운 것은 목포여상 3년이 전부다.

정진 감독은 “배구를 늦게 배운 탓에 나쁜 습관이 없다. 가르쳐주면 스펀지처럼 빨아들이며 놀랍게 성장했다”면서 “어르헝이 코트에서 페퍼스는 물론 대한민국을 빛낼 스타로 성장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윤영기 기자 penfoot@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