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도시하천, 이대로 내버려둘 것인가?] 환경 보전·문화 접목…미래로 흐르는 물길 만들자
훌륭한 자연유산 도시하천
도시인구 증가로 오염
서울 청계천복원사업
도심부 기온 2도 낮아지고
야생동식물 서식 등 효과
광주천, 자연하천 복원
2022년 09월 13일(화) 23:00
2002년 시작됐던 청계천복원사업은 자연환경을 되살리고 이를 통해 도심을 경제적·문화적으로 활성화 시키는 것으로 완공 후 세계인들의 주목을 받았다.
◇도시하천의 소중함

우리가 사는 도시에는 크고 작은 강이나 하천이 항상 흐르고 있다. 사람들은 말없이 흐르는 강물을 무심한 듯 바라보며 살고 있지만, 강과 하천은 그 무엇보다 우리들의 일상생활과 가장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그야말로 아주 소중한 자원이며 자연이다. 하지만 우리가 강이나 하천을 어떻게 다루고 이용하느냐에 따라 이들의 존재가치는 무척 달라질 수 있다.

올해는 유난히도 우리나라에 물난리가 많이 난 것 같다. 물은 때로는 아주 위협적이기도 하지만, 평소에는 우리에게 많은 혜택을 주는 소중한 존재이기도 하다. 도시의 삶에서 물이라고 하면 항상 거론되는 것이 인류문명의 4대 발상지가 강을 중심으로 발달되었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그 강들은 수 천 년 동안 여전히 그 자리에 흐르고 있지만, 찬란했던 강 주위의 고대의 문명은 사라지고, 지금은 사막 속에 파헤쳐져 댕그라니 관광객들을 맞고 있을 뿐이다.

◇하천관리와 도시의 운명

현대의 도시와 같이 도시의 상하수도가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았던 시대의 도시하천은 주로 도시민들에게 식수를 공급하고, 세탁을 위한 용수, 그리고 몸을 씻거나 멱을 감는 등 일상생활의 필요기능을 수행하는가 하면, 때로는 물놀이와 경치 감상의 풍류와 위락의 기능도 했다. 그러나 그보다 더 큰 기능은 장마철의 홍수조절기능이었다. 도시에 쏟아진 많은 빗물을 하천으로 모아 더 큰 강으로 흘려 내보내는 역할을 한 것이다. 이와 함께 하천은 일 년 내내 버려진 오물을 장마철 홍수가 나면 한꺼번에 씻어내는 하수구 역할도 하였다.

강은 마치 우리 몸의 핏줄과 같이 도시의 곳곳을 연결하고 있다. 도시의 주된 하천을 중심으로 이리저리 연결되는 수많은 지천들이 수맥을 이루고 있어, 비가 오면 집수구역에 모이는 물들을 지천을 통해 하천으로 연결시켜준다. 어느 도시나 지형도를 잘 살펴보면 옛 동네의 중심이나 가장자리에는 반드시 물길이 형성되어 있고, 이 물길들은 꼬불꼬불한 모양을 띠면서 도시의 주하천과 맞닿아있음을 알게 된다.

그러나 도시인구가 증가하면서 도시의 물길은 오염되고 병충해로 위생문제가 발생되면서 위정자들은 부족한 예산과 기술, 그리고 시간적 촉박함 등으로 하수구의 신설이나 확충을 뒤로 한 채, 손쉬운 하천관리를 위해 복개를 선택하는 어리석음을 저질렀다.

◇도시의 매력과 하천의 역할

서울시의 청계천복원사업의 경우, 지저분했던 도시하천을 복개하고 그 상부에 고가도로를 건설함으로써 경제발전과 근대화를 상징하였던 청계천 고가도로는 세월이 지나면서 주변환경의 노후화와 도심 경제의 침체, 이로 인한 인구감소는 더 이상 서울의 발전을 기약해주지 못하고 오히려 발전의 장애가 되고 있었다. 청계천복원사업의 당초 목적은 도심을 가로질러 흐르던 하천을 복원하여 자연환경을 되살리고, 이를 통해 도심을 경제적, 문화적으로 활성화시키는 것이었다. 이 과정에서 청계천 복개부분 아래에 묻혀있던 광통교와 오간수문 등 역사유적이 발굴된 것은 역사환경의 복원과 보존 차원에서 이루어낸 값진 결실이었다.

청계천복원사업이 가져온 또 다른 효과는 서울 도심부의 기온이 당초 예상과 달리 2도 이상 낮아지고 대기질이 좋아진 것이며, 청계천에 맑은 물이 흐르면서 각종 야생동식물들이 서식하게 된 것은 예기치 않게 거두어들인 의외의 효과였다. 복개된 콘크리트를 철거하고, 퇴적된 모래를 준설하며, 청계천 양안 지하에 대규모 하수관거를 매설한 청계천으로 지난 20여 년 계속된 폭우에도 서울의 강북 도심지역은 전혀 피해를 입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청계천복원사업이 완성된 지 올해로 17년이 되었다. 서울시는 청계천복원사업으로 그 동안 세계인들의 주목을 받아 왔으며, 하바드대학에서 수여하는 베로니카 어반디자인 어워드, 베니스 비엔날레의 환경복원사업 시행자 최고상 등 여러 나라로부터 많은 상을 받기도 했다.

이처럼 하나의 도시하천이 도시의 얼굴을 바꿔버린 예는 많다. 스페인 북동부지역 항만공업도시였던 빌바오는 철강산업의 쇠락으로 도시경제가 파탄나고 도시하천이 황폐화되었다. 그러나 세계적인 건축가 시저 펠리의 네르비온강 마스터플랜으로 강변정화사업과 함께 구겐하임미술관 등 문화인프라를 구축하면서 상업, 주거, 교육, 공원이 복합된 친수공간으로 거듭나게 되었다. 통일 이후 독일의 수도가 된 베를린 슈프레강변 개발계획, 런던 템즈강변 재개발계획, 미국 보스톤의 챨스강변 재개발계획, 텍사스주 산안토니오의 리버워크 수변공간, 파리 세느강 상류지역의 환경복원사업 등 선진도시들의 경험과 예들이 광주천과 영산강의 활용과 재생계획에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체계적이고 목적 지향적인 개발과 관리가 이루어진다면 광주천도 지역의 중요한 자산이 될 수 있다.
◇하천복원과 도시의 운명

우리나라는 과거의 개발시대를 거쳐 오면서 급속한 도시화와 무계획적인 도시개발 과정에서 하천을 복개하여 상가나 아파트를 짓고 또 도심에서 부족한 주차장으로 이용해왔다. 그러나 80년대 이후 불어 닥친 세계적인 환경보존운동과 도시생태계의 중요성을 인식하기 시작한 선진도시들에서 인공화되거나 복개된 하천의 자연화와 복원운동이 일어나면서 도시의 하천은 새롭게 탄생하는 계기가 되었다. 우리나라도 2002년 서울의 청계천복원사업을 시작으로 지방도시의 하천복원사업이 퍼져나가기 시작했고, 도시민들의 인식 또한 달라지기 시작했다. 이제 더 이상 도시의 하천은 그냥 버려두는 공간이 아닌 생활 속으로 끌어들여 삶의 충실한 동반자로서의 역할을 하는 훌륭한 자연의 자원이며 유산이라는 인식을 하게 된 것이다.

광주시는 무등산에서 발원된 광주천이 구도심을 가로질러 흐르고 있으며, 전남대로부터 흘러내려온 지천과 합류하여 극락강으로 흘러들어가고, 북서쪽에서 내려온 황룡강과 더불어 영산강으로 이어져 나주를 거쳐 서해로 빠져나가는 제법 큰 유역을 가진 하천계를 거느린 대도시이다. 광주천은 이미 오래전부터 광주의 구시가지를 관통하며 도시의 중심부를 형성해 왔으며, 그 주변지역 또한 매우 활발한 상업 및 문화, 예술 활동의 근거지 역할을 충실하게 해오고 있다. 그러나 광주천을 따라 개발되어 있는 상업시설과 문화시설들은 거의가 자연발생적이거나 지역적 특색 없이 늘어서 있을 뿐이다.

미래를 내다보는 광주시가 되기 위해서는 이 지역을 보다 체계적이고 목적지향적인 개발과 관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노력이 더해진다면, 광주천은 훨씬 더 효과적인 도시하천으로서의 기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광주천과 연결되어 있는 상류의 복개된 지천들도 가능한대로 자연하천으로 복원하는 것도 구시가지의 환경개선을 위해서는 절실한 일이다. 더구나 구시가지 중앙부의 양동복개상가가 광주천의 흐름을 단절시키고 있어 자연의 흐름과 경관의 연속성을 저해하는 요소가 되고 있다. 광주천이 명실상부한 광주 도심의 하천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많은 어려움이 있겠지만, 이를 철거하고 복원하는 것도 반드시 고려되어할 일이라 생각한다. 이제 광주시는 광주천과 영산강을 어떻게 인식하고 활용하는가에 따라 강과 하천의 기능이 달라지고 또 주변지역의 환경도 달라지며, 나아가서는 광주시의 미래도 달라질 수 있다.

◇하천은 시민의 사랑으로 흐른다

도시의 하천이 도시민들에게 사랑을 받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하천 자체가 매력적인 곳이 되어야 한다. 하천의 매력은 풍부한 물이 확보되어야 하기 때문에 우리나라처럼 온대계절풍 기후지역이 가지는 수량 확보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기술적 방법이 필요하다. 도시하천은 수량 확보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수질도 무시할 수 없다. 도시하천의 매력은 사람들이 직접 물에 들어가거나 물과의 접촉을 통해 하천의 매력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적어도 2급수 이상의 수질은 확보되어야 한다.

둘째로는 하천 자체로서의 자연적 요소가 풍부해야 한다. 하천이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이유는 자연으로서의 하천이 가지는 매력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능한 한 많은 수종의 식물이 하천 주변에 자랄 수 있도록 충분한 녹지공간을 마련하는 일도 중요하다. 하천 주변의 풍부한 식생은 야생동물들의 서식지가 되기도 하며, 철따라 많은 종류의 야생조류와 동물들이 하천으로 모여드는 역할을 한다. 이처럼 하천은 시민들에게 살아있는 자연학습의 장이 되며, 어린이들에게는 자연 사랑의 산교육이 되는 아주 좋은 기회가 되기도 한다.

셋째로는 하천으로의 접근성이 좋아야 한다. 아무리 좋은 하천이 있어도 사람들이 쉽게 접근할 수 없다면 그것은 더 이상 도시하천으로서의 기능을 할 수 없다. 우리나라의 도시하천은 거의 대부분이 강을 끼고 자동차 중심의 도로가 만들어져 있어 실제 사람들이 접근하기에는 상당히 어렵게 되어 있다. 도시하천은 사람이 우선되는 곳이 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하천은 자체의 매력도 중요하지만 하천 주변에 들어서는 시설이나 활동에 따라서 시민들의 이용과 반응은 달라진다. 도시의 중요한 자연요소인 하천이 그 주변지역의 주민들만을 위한 배타적인 장소가 되어서는 곤란하다. 하천은 공공성이 강한 문화적인 시설이 들어서고 많은 사람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리는 세계적으로 좋은 사례들과 앞서 간 도시들의 경험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는 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광주시민들의 의식과 마음가짐이 사업의 성패를 가늠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현장에서 사업을 수행하며 고생하는 공무원들과 계획에 참여하는 전문가들의 노력도 필요하겠지만, 광주를 사랑하고 광주천과 영산강을 아끼는 시민들의 정성과 관심이 없이는 아무리 좋은 하천이 만들어지고 문화시설이 생겨난다고 해도 그것은 한갓 흘러가는 하천일 뿐이지 않겠는가?

양윤재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서울시 청계천복원본부장, 부시장

국가건축정책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