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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정의 도시를 꿈꾸며] 지속 가능한 사회 위해 기후 취약 계층 보호·관리 필요
올해도 폭염 기승…온열질환자 해마다 증가
국지성 폭우·가뭄·미세먼지, 기후변화 원인
탄소중립·기후중립·기후포지티브 달성 노력
열악한 환경은 건강수준 보여주는 지표
쇠퇴한 지역일수록 가로수·녹지·공원 없어
옥상녹화 하노버 주택, 도시수로 반슈타트 눈길
2022년 08월 30일(화) 23:00
초기 옥상녹화가 적용된 하노버의 주택단지 모습. <출처: 이건원 교수>
올해도 폭염이 기승이었다. 최근 우리나라의 폭염 일수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고, 온열질환자 수 역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원인은 단연 기후변화로 지목되고 있다. 기후변화는 우리에게 다양한 위협의 근원인 경우가 많다. 국지 범위의 폭우와 상반된 가뭄, 한반도를 둘러싼 기단의 변화로 인한 미세먼지, 다양한 해충의 피해, 수인성 전염병과 코로나와 같은 전염병의 출현 등 대부분이 기후변화가 그 원인으로 주목되고 있다. 그만큼 기후변화에 대한 관심과 대응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또한, 대외적으로도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국제사회의 약속과 노력으로 인하여 우리 역시 압박을 받고 있다. 파리기후협약에 의해 2020년 12월에 우리 정부는 2030년까지의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와 장기 저탄소 발전 전략을 수립해 국제사회에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2030년까지의 탄소저감 목표는 물론,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이루기 위해 다양한 분야의 로드맵이 발표되고, 탄소중립기본법(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 및 시행령이 수립되고 법적 효력을 드러내고 있다.

물론, 앞서 언급한 이유들로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우리 사회의 탄소중립 달성을 위하여 노력하고, 더 나아가 기후중립, 기후포지티브(Climate Positive)를 달성해야할 것이다. 하지만 단순히 이렇게 거시적인 이유 외에 우리 사회를 보다 단단하고 지속가능하게 만들기 위해서도 이러한 노력이 필요하다. 즉, 기후에 의한 불평등 완화를 의미하는 기후정의 측면에서 기후취약계층과 기후취약지역에 대한 보호와 관리가 필요할 것이다.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는 특정한 사람들과 특정한 지역으로 집중된다. 물론, 기후는 상대적으로 공평한 편이다. 하지만 여러 원인으로 동일한 도시 내에서도 특정 공간 간의 온도 차이가 2~3도 이상 벌어질 수 있다. 여기에 습도, 풍속 등까지 종합한 실제로 우리가 느끼는 열환경 체감지수는 7~8도 이상 차이 날 수 있다. 거기에 이러한 열악한 환경을 견디고, 회피하고, 그 피해로부터 회복할 수 있는 회복력을 의미하는 레질리언스(resilience) 수준까지 복합적으로 고려하면 그 격차가 더 벌어진다. 에어컨이 당연한 사람들만 있는 것이 아니다. 선풍기 조차 사용할 수 없는 여건 속에서 한 여름을 나야하는 사람들이 있고, 선풍기를 틀기 위한 에너지 비용조차 부담스러운 사람들이 있다. 한 여름에, 한 낮에 벌이를 위해, 생계를 위해서 고열의 환경에 내몰리는 사람들이 있다.

하이델베르크 반슈타트의 도시수로. <출처: https://goexplorer.org/>
◇기후변화 피해 특정사람·지역 집중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할 것은 이들의 삶의 터전은 더욱 고열의 환경에 처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저층 고밀 주거지 특히, 쇠퇴한 지역일수록 인근의 가로수나 녹지, 공원을 찾아보기 어렵고, 그러다보니 대부분은 찬 공기의 순환이 어려운 도시구조를 갖추고 있다. 이들 지역은 하천이나 공원과 같은 자연환경에서 이격되어있고, 이들 지역에서는 고온의 인공열을 내뿜는 기계와 실외기를 지나며 일을 해야하는 이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즉, 기후에 미치는 영향은 경제적 규모가 크고 소득수준이 높을수록 크지만 기후로 인한 피해는 경제적 규모가 작고 소득수준이 낮을수록 회피하기도 어렵고 그 피해도 큰 것이다.

사슬의 강함을 판단하는 기준은 가장 약한 고리의 강도라는 말처럼, 기후취약계층이 거주 공간에서, 일터에서, 삶의 환경에서 열악한 환경에 처한 현실이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하고 건강한 수준을 나타나는 지표일 것이다. 불행히도 이러한 현상은 세계적으로 적도에 가까운 국가들부터 우리의 경우에는 남쪽의 도시들부터 그 격차가 커지고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할까. 가장 중요한 것은 누구나 쾌적하고 안전한 환경을 당연히 누릴 수 있도록 해야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 도시의 전체적인 온도를 낮추고 도시의 찬 공기 형성 지역인 도시 외곽 및 내부의 녹지대를 잘 보존해야할 것이며, 더 나아가 이러한 찬 공기가 도시 내부로 유입될 수 있도록 도시공간구조를 조정하고 그린 네트워크와 블루 네트워크 등이 잘 형성되도록 녹지 및 수공간도 조성해야할 것이다. 이러한 노력들은 시·군기본계획 차원에서 중장기적으로 접근해야할 이슈들이다.

독일의 슈트트가르트의 사례나 독일의 기후를 고려한 공간계획체계 마련과 같은 노력들이 필요할 것이다. 슈트트가르트는 도시 미기후는 물론, 도시의 바람과 도시공간구조 간의 관계에 주목하고 이를 도시계획과 설계로 풀어내고자 노력한 선도 도시이다. 독일은 토지이용계획 수립 이전에 도시의 다양한 기후여건 및 기후에 영향을 주는 자연요소를 조사한 기후분석지도를 작성하고, 이를 바탕으로 기후톱 찬 공기 영역 등을 중심으로 보존해야할 지역과 개발이 가능한 지역 등을 구분한 계획제언지도를 작성한다. 이를 바탕으로 토지이용계획 등이 수립되는 체계를 갖춤으로써 도시계획부터 기후와의 영향 관계를 고려하고 있다.

우리 역시도 2018년 국토교통부와 환경부 간 공동훈령 발표로 공간계획과 환경계획의 수립 시점을 맞추려는 노력을 한 바 있으나 독일 수준의 연계성 높은 체계를 갖추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아직 더 나아가야할 바가 많다.

더 미시적, 단기간적인 노력은 정말 개발이 필요한 지역에 대해서는 미기후를 고려하여 보다 조심스럽고, 건조환경과 자연환경간의 조화를 이루도록 배려가 필요하다. 더 나아가 훼손된 지역에 대해서 환경적 다양성 및 그 기능을 복원하는 도시설계와 도시개발이 이루어져야 한다. 언뜻 이러한 것은 말은 쉽지만 실제로 실행하기는 어려울지 모른다.

하지만 독일 하노버의 작은 주택단지를 시작으로 하이델베르크의 반슈타트, 함부르크의 엘펠더 아우 사례들은 이러한 어려운 일에 도전하여 작은 성취를 이뤄가고 있다. 이 사례들은 다양한 녹화와 수공간을 활용한 미기후 관리가 탁월하다. 마치 도시를 스펀지와 같이 만들어서 도시의 수 체계를 유지하여, 미기후를 관리하고, 열쾌적성을 개선한 것이다. 이를 위해서 지구 중심을 관통하는 수공간과 그것과 연계된 녹지공간을 적극적으로 도입하였다. 지구를 관통하는 선형 저류 시스템을 통해 우수를 저장하고 이를 통해 미기후 관리를 수행하고, 남은 우수는 지하수로 스며들도록 계획하였다.

◇도시 스펀지처럼 만들어 도시의 수(水)체계 유지

당연하게도 이러한 노력을 위해서는 비용이 수반된다. 당연히 기술개발을 통해 각 아이템의 비용을 줄이고 효율을 높일 필요가 있겠다. 하지만 그보다 더 앞서 다양한 계획을 사전에 시뮬레이션을 통해 도시설계를 진행해가며 최적의 대안을 찾을 필요가 있겠다. 자연환경의 기능성 및 다양성을 극대화하며, 비용은 최소화하고, 심미적인 가치 역시 잃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 도시공간을 가상화하고, 다양한 물리적인 현상을 모사하는 과정 속에서 우리의 도시설계가 이루어져야할 것이다. 이러한 필요성에 의해 최근 EU는 기후중립과 스마트시티를 동시에 추구해야할 비전으로 ‘기후중립과 스마트도시’를 선포한 바 있다.

또한,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 우리가 취하는 대응과 행동들이 자칫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을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액션플랜의 결과가 오히여 도시 내에서 불평등하게 나타날 수 있을지를 사전에 분석해야 한다. 예를 들어, 공원 및 녹지를 조성하는 것은 도시 기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만 그것을 조성하고 유지관리를 위해서는 꾸준히 비용이 투입되어야 한다. 잘못하면 이러한 비용 투입에 의한 재정적 부담이 역시 저소득층에게 더 큰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 즉, 기후현상과 그 피해의 불평등성에 주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후대응을 위해 시행하는 노력에 드는 비용 조차도 불평등을 양산하거나 소득 수준에 따라 불평등하게 다가갈 수 있다는 점을 염두해두어야 할 것이다.

2020년 8월 광주시 폭염 예측 지도: 주로 원도심을 중심으로 더 높은 온도가 예측된다. <출처: (재)국제기후환경센터, 2020>
또 다른 예를 들자면, 우리는 1995년 1월 이후로 쓰레기 종량제를 시행하고 있다. 이제는 당연시 되어서 아무도 문제를 삼지 않지만 종량제 쓰레기 봉투의 가격 즉, 쓰레기 처리 부담 비용이 누군가에게는 부담스러울 수 있다. 언뜻 사용한만큼 부담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니냐라고 반문할 수 있지만 누구나 삶을 살아가다 보면 쓰레기를 배출하지 않을 수는 없다. 사회 속에서 삶을 살아가면서 개인이 아무리 노력하더라도 어쩔 수 없이 상당한 양의 쓰레기를 배출할 수 밖에 없고, 그것을 처리하는 비용은 개인의 노력을 극대화한다는 명목 하에 배출하는 개인에게 전가되는 구조인 것이다. 이러한 비용이 크지 않을 수 있겠지만 그 조차도 누군가에게는 부담이 된다는 것이다. 결국, 이러한 부담은 특정 지역들을 중심으로 쓰레기 무단투기나 종량제 봉투의 잘못된 사용 등의 형태로 나타나고 대개의 경우 개인 또는 지역의 윤리적 문제로 치부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측면에서 우리나라, 우리 도시를 살펴보면 이와 유사한 사례가 더욱 나타난다. 불합리한 도시구조에 의해 이동에 필연적으로 시간과 비용이 소모되는 것도 그러하며, 앞서 언급한 폭염, 폭우, 미세먼지 등에 의한 피해 등은 우리 도시의 특성에 의해서 가중되지만 그것의 피해와 그것을 회피하는데 드는 비용은 절대 평등하지 않고, 누군가는 어쩔 수 없이 그 고통을 감내하여 자신에겐 큰 비용을 지불하며 인고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이러한 상황은 누군가 또는 특정지역의 소외 또는 저항의 형태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후정의를 단순히 기후현상의 불평등에만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기후대응을 위해 우리가 취하는 조치들이 미치는 다양하고 광범위한 영향관계를 보다 세심하게 살피는 것으로 확장해야할 것이다. 기후변화 시대는 우리가 도시를 계획하고 관리하는 함에 있어서 분야 간 통섭은 물론, 통시적, 통합적 사고에 기반한 새로운 도시 패러다임의 정립을 요구하고 있다.

이건원

호서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한국도시설계학회 탄소중립도시연구위원장

국가 온실가스 통계 기술협의체 위원

서울특별시 환경영향평가 심의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