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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를 품은 ‘대표도서관’
2022년 08월 16일(화) 19:25
부산시 수영구에 자리한 F1963은 전국적으로 소문난 복합문화공간이다. 1963년부터 2008년까지 45년간 와이어를 생산하던 옛 고려제강을 건축가 조병수의 설계로 문화와 예술이 흐르는 플랫폼으로 변신시킨 곳이다. 공장의 창립 연도에서 이름을 따온 F1963년에는 전시장과 공연장, 도서관, 카페, 서점 등 그야 말로 ‘없는 게’ 없다.

그중에서도 요즘 가장 핫한 공간은 ‘F1963 예술도서관’이다. 지난 2019년 ‘책을 매개로 예술과 만나는 새로운 공간’이라는 콘셉트로 문을 연 이 곳은 말 그대로 색다른 분위기가 압권이다. 그도 그럴것이 부산 유일의 ‘예술전문도서관’답게 미술·사진·음악·건축장르만의 책을 비치하고 있어서다. 세계 미술의 역사와 주요 사조를 대표하는 작품집과 국내외 유명 미술관에서 발행한 전시 도록, 분야별 예술인문서적을 갖추고 있다. 1만3000권의 소장도서 가운데 80% 이상이 외국출판물이다. 특히 국내에서 구하기 힘든 희귀도서들이 상당하다. 클래식 음악 악보와 DVD·음반도 소장하고 있다. 또한 도서관에는 학술활동을 위한 세미나실, 다양한 음반을 감상할 수 있는 시청각 공간, 소규모 모임과 강연을 위한 강의실도 들어서있다.

지난 2018년 본보 ‘문화를 품은 도서관’ 시리즈의 취재를 위해 방문했던 유럽의 유명도서관에서도 비슷했다. 암스테르담, 코펜하겐, 뒤셀도르프 등 유명도시의 가장 목좋은 곳에는 공공도서관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도서관에는 유아에서부터 시니어까지 책 읽는 사람들로 붐벼 문화도시의 저력을 보여줬다. 시험공부를 하기 위해, 또는 책을 빌리기 위해 이용하는 우리와 달리 선진국의 도서관은 시민들의 삶 속에 깊숙이 들어가 있었다.

무엇보다 암스테르담 도서관의 매력은 이용객 중심의 쾌적한 분위기였다. 어둡고 삭막한 모습 대신 화려한 조명과 화이트 톤의 쾌적한 인테리어가 근사한 카페나 복합문화공간을 보는 듯 했다. 1층 로비의 에스컬레이터 옆의 전시장에는 연중 예술가들의 작품이 내걸리고 지하 1층에 자리한 어린이 코너에선 동화구연과 마술쇼 등 다양한 체험행사가 펼쳐졌다.

지난 2017년부터 광주시가 서구 옛 상무소각장터에 공들여 추진해온 ‘대표도서관’이 마침내 다음달 첫삽을 뜬다. 지난 2019년 11월 대표도서관 건립 국제건축설계공모에서 선정된 세르비아 출신 브라니슬라프 레딕의 설계안을 토대로 다음달 업체선정을 마무리짓고 오는 2024년 상반기 완공을 목표로 착공한다는 계획이다. 연면적 1만1286㎡에 국·시비 458억을 투입해 지하 2층, 지상 2층 규모의 브릿지 형태로 건립되는 대표도서관은 멀티미디어, 영유아, 일반자료열람실, 각종 문화교육공간, 편의시설 등으로 꾸며질 예정이다.

미술관이 한 도시의 미적 안목을 엿볼 수 있는 지표라면 도서관은 지적 수준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잣대다. 머리가 희끗희끗한 시니어들이 전시장을 찬찬히 둘러 보는 풍경과 어린이 열람실에서 자녀와 함께 책을 읽는 젊은 엄마들의 모습은 상상만 해도 가슴이 설렌다. 광주의 대표도서관이 시민들의 도심 속 쉼터이자 문화놀이터가 되기를 고대한다.

<문화·예향담당국장,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