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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도 민간정원 1호 고흥 ‘힐링파크 쑥섬쑥섬’
“그 섬에 특별한 정원이 있다” 향과 질 좋은 쑥 많아 ‘쑥섬’
고흥군 봉래면 애도 위치 전남도 민간정원 1호
김상현·고채훈 부부 가꿔온 ‘바다위 비밀정원’
갈매기 카페 시작으로 별정원·쌍우물까지 탐방코스
고양이 벽화·조형물도 볼거리
2022년 08월 15일(월) 18:00
하늘에서 내려다 본 ‘힐링파크 쑥섬쑥섬’의 별정원 모습. 쑥섬지기 김상현·고채훈 씨 부부는 이곳을 ‘바다의 비밀정원’이라고 부른다.
특별한 섬에 가면 특별한 정원이 있다. 주민 수보다 많은 고양이들이 사는 섬이며, 하늘과 맞닿은 섬 정상에는 별아씨가 꾸미는 아름다운 별정원이 있는 그런 섬이다. ‘바다 위 비밀정원’을 간직한 고흥군 봉래면 ‘쑥섬(행정명 ‘애도’)’의 이야기다.

쑥섬은 쑥이 많이 난다고 해서 쑥섬이 아니라 섬에서 나는 질이 좋고 향이 많은 쑥이 난다고 해서 쑥섬이다. 쑥섬에는 아름다운 꽃정원이 있다. 전남도 민간정원 1호에 선정된 ‘힐링파크 쑥섬쑥섬’이다.

국내외에서 보기 드문 해상꽃정원으로 김상현(53)·고채훈(50) 씨 부부가 가꿔온 상징적인 곳이다. 발품을 팔아 직접 찾아가야만 볼 수 있다는 바다 위 비밀정원으로 들어가본다.

◇‘쑥섬호’ 타고 ‘고양이 섬’ 쑥섬으로

쑥섬은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하는 섬이다. 탐방객을 쑥섬으로 이동시켜줄 배는 ‘쑥섬호’. 2018년 까지만 해도 마을 주민들이나 탐방객들은 ‘사양호’를 이용해 섬을 오갔다. 사양호는 나로도 축정항과 사양도를 오가는 도선이었는데 하루 4차례 쑥섬을 경유했다. 다른 섬의 배를 빌려탄 셈이다.

그러던 것이 사양도와 육지를 연결하는 연륙교가 완공되면서 사양호 운항이 멈추게 되자 쑥섬 주민들의 발이 묶일 위기에 처했다. 우여곡절 끝에 고흥군의 지원을 받아 2019년부터 쑥섬만을 오가는 ‘쑥섬호’가 탄생했다. ‘전국에서 가장 예쁜 도선’으로도 불리는 ‘쑥섬호’ 운영은 마을도선운영위원회가 맡아서 하고 있다.

쑥섬호를 타자 곧이어 배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거칠게 물살을 가르며 빠르게 이동한다. 파도가 없이 잔잔한 바닷물 덕에 배멀미는 생기지 않는다. 사실 배멀미가 생길 틈도 없이 배는 이미 쑥섬에 도착해 있다. 나로도항에서 출발한 지 불과 3분 만이다.

선착장에 도착하고 보니 5~6년 전 방문했을 때와 달라진 게 많아 보인다. 전에는 없었던 식당과 카페가 생겨났고 고양이 모형의 조형물도 탐방객들의 포토존이 되고 있었다. 고양이가 많이 살아 고양이 섬이라고 하더니 그 사이 고양이 집이 많이 생겨났고 마을 벽화에도 온통 고양이 그림이다.

쑥섬은 오래전부터 주민들이 살고 있었고 2010년부터 정원을 꾸미기 시작했지만 그보다 한참 뒤인 2017년 2월 전남도 민간정원 1호로 등록이 되면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일반인에게 공개된 것도 2016년부터다. 짧은 시간에 쑥섬은 여행자들에게 꼭 가봐야 할 핫플레이스가 되었고 지난해는 코로나19 상황에도 불구하고 5만여 명이 시골마을의 작은 섬 쑥섬을 찾아주었다.

별정원에 피어있는 백일홍.
마을앞 갈매기 카페·식당에서부터 탐방이 시작된다. 오르막을 지나면 난대원시림, ‘환희의 언덕’, 몬당길(야생화길)이 이어지고 정상에 있는 비밀 꽃정원인 별정원과 달정원, 칸나·애기동백정원, 수국정원을 따라 내려오면 옛시절 마을 청년들이 사랑을 키웠다는 사랑의 돌담길을 만날 수 있다. 팜파스정원과 동백길, 우끄터리 쌍우물까지 둘러보는 기본 탐방코스의 소요시간은 1시간 30분 정도다.

쑥섬 탐방의 백미는 사계절 아름다운 꽃을 감상할 수 있는 별정원이다. 고채훈씨가 가꾸는 별정원에는 사계절 다양한 꽃이 피고 지기를 반복한다. 정원 한쪽에는 커다란 나무판을 이용해 계절에 따라 소개하고 싶은 꽃들을 친절하게 적어두었다. 봄에는 램즈이어와 알리움기간티움, 작약, 차가플록스, 숙근양귀비가 예쁘게 피어나고 초여름이 시작되는 6월에는 수국과 노랑참나리, 보라샐비어, 에키네시아 샤이엔스피릿, 백합이 탐방객을 맞는다. 한여름에는 풍접초와 플록스, 테디베어 해바라기, 삼잎국화, 칸나가 푸른바다를 배경으로 아름다움을 뽐내고 겨울에는 란타나와 핫립세이지, 미니 백일홍, 공작아스타를 만나볼 것을 추천한다.

힐링파크 쑥섬쑥섬에는 꽃정원만 있는 게 아니다. 탐방길을 따라 만나볼 핫스팟이 많다. 꽃밭도 중요하지만 섬 전체를 잘 가꾸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부는 틈이 날 때마다 탐방객들이 불편함이 없도록 탐방로를 정비하고 섬 곳곳을 살피고 있다.

“천천히 걸으며 둘러보세요. 저희는 곳곳에 심어둔 팻말로 탐방객들과 소통을 하고 있습니다. 모든 분들을 직접 만날 수 없으니까요. 팻말에는 나무의 사연이나 장소의 사연, 지역의 사정들을 적어두었어요. 그런 것들을 찬찬히 보면서 다니면 단순한 관광이 아닌 여행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리고 자연은 우리가 잠시 빌리는 것이라는 걸 잊지 말고 소중히 여겨주길 바랍니다.”

쑥섬 입구에 있는 ‘반갑다옹’ 고양이 포토존.
◇부부가 일궈낸 ‘힐링파크 쑥섬쑥섬’

쑥섬 정원은 하루아침에 생겨난 게 아니다. 오랜 세월 김상현·고채훈 씨 부부의 피와 땀이 지금의 힐링명소를 만들었다. 김상현 씨의 고향은 나로도이며 쑥섬은 외할머니댁이 있었던 곳이다. 사회복지사업과 사회에 기여하는 삶을 살고 싶어하던 김씨 부부는 쑥섬을 가꿔 꿈을 실현하고자 했으며 이를 위해 계획을 하고 하나 둘씩 준비해나가기 시작했다.

“쑥섬 정원을 만들어보고 싶다고 생각하면서 모델로 생각했던 곳이 경남 거제의 외도 보타니아 식물원이었습니다. 한려해상국립공원 내에 있는 해상식물공원인데요. 이곳은 인공적으로 잘 다듬어진 섬이이에요. 저희는 쑥섬을 잘 가꾸되 자연상태 그대로 유지되게 하고 싶었어요.”

2000년 처음 계획을 세우면서 마을 기초조사부터 시작했다. 마을의 설화나 역사, 특성 등을 마을 어르신들에게 들어가며 마을에 대해 알아갔다. 당시 쑥섬 곳곳의 땅 소유주들이 전국에 흩어져 있었는데 포항 울산 인천 서울 전주 등을 가리지 않고 찾아다니며 뜻을 설명하고 설득하는 과정을 거쳐야 했다. 브로커 아니냐는 오해를 받기도 하고 간혹 욕설을 듣거나 안좋은 소리를 듣기도 했다. 수차례 설득을 하고 이해를 시켜서 땅을 매입한 시간만 10년이 걸렸다. 그러는 사이 틈틈이 아내는 정원에 대해 공부하고 김상현 씨는 마을가꾸기와 자연을 공부해 갔다.

오랜 세월에 걸쳐서 힘들게 땅을 매입했던 이유는 잠시 잠깐이 아닌 미래까지 생각하고 시작했던 일이기 때문이다. 중단없이 하는게 중요하겠다 싶어서 땅 매입부터 차근차근 시작하게 된 것이다.

2010년부터는 매입한 땅을 조금씩 가꿔 나가기 시작했다. 정상은 칡이 점령하다시피 해서 꽃들이 살아나가기 어려웠고 물이 없어서 말라 죽기도 했다. 수차례 시행착오를 거쳐서야 지금의 비밀의 정원이 탄생했다.

쉬는 날이면 쑥섬에 올라 정원을 가꾸는 김상현(왼쪽)·고채훈 씨 부부.
‘힐링파크 쑥섬쑥섬’ 대표를 맡고 있는 아내 고채훈 씨는 정원가꾸기를 담당하고, ‘쑥섬지기’ 김상현 씨는 마을 가꾸기를 도맡아 한다. 마음 같아서는 매일 정원에 가고 싶지만 각자 직장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에 쉬는 날에만 찾아간다. 약국을 운영하는 고채훈 씨는 약국이 쉬는 수요일에 정원에 나가 일을 하고 교사 생활을 하는 김상현 씨는 퇴근 후 합류한다. 금요일 퇴근 후에는 주말을 준비하기 위해 함께 쑥섬을 들여다보고 토·일요일에는 어김없이 쑥섬에서 생활을 한다.

“장기적인 계획으로 시작은 했지만 사실 처음엔 막막하기도 했어요. 우리가 좋아서 시작한 일이지만 과연 다른 사람들도 좋아해 줄까 싶었죠. 다행히 다른 분들도 같은 마음으로 좋아해 주시고 해마다 조금씩 방문객이 늘어나면서 지난해는 5만명이 찾아와 주었어요. 한배에 들어올 수 있는 인원이 12명 뿐인데도 말이죠.”

‘힐링파크 쑥섬쑥섬’은 입에서 입으로 소문이 나면서 어느새 명소가 되었다. 전남도 1호 민간정원에 이름을 올린데 이어 행정안전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하는 ‘찾아가고 싶은 섬’ 5년 연속 선정, 생명의 숲 주관 ‘2017년 아름다운 숲’, 2021~22년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의 ‘한국관광 100선’에 선정됐다.

“정원 가꾸기는 이제 어느 정도 끝났다고 생각해요. 이걸 더 잘 가꾸고 완성시켜 나가야지요. 쑥섬을 가꿔서 지역에 기여하겠다는 꿈을 가지고 있는 저희의 또 다른 목표는 나로도에 ‘올레길’을 만드는 것입니다. 쑥섬뿐만 아니라 나로도 전체가 발전하고 그게 다시 고흥군에 좋은 영향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쑥섬을 왔다가 나로도에 가볼만한 곳을 찾아가면서 하루를 보내고 만족해하고 행복해하는 모습, 이게 공정여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쑥섬 탐방을 위한 팁

고흥군 봉래면 나로도항 여객터미널에서 쑥섬까지 3분 거리이긴 하지만 승선을 위해 신분증이 있어야 한다. ‘쑥 섬호’ 승선권은 현장 구매도 가능하지만 방문객이 많은 주말이나 휴가철에는 ‘가보고 싶은 섬’ 어플을 통해 사전 예약을 하는게 좋다. 선비는 성인 기준 왕복 2000원이며, 섬 탐방비(6000원)가 추가된다.

정규 운항은 나로도항에서 매일 오전 7시 30분부터 오후 4시 30분까지 30분 간격으로 이뤄진다. 쑥섬에서 나올때는 들어가는 배가 도착하고 2분후 바로 출발하기 때문에 미리 대기하는게 좋다. 자연환경 보호를 위해 큰 배낭이나 음식물, 주류 등의 반입과 반려동물 동반은 자제해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 /글=이보람 기자 boram@kwangju.co.kr

/사진=최현배 기자 choi@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