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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산 바나나의 화려한 부활
웰빙 열풍 타고 친환경 다이어트·건강식품으로 인기
1989년 2만881t 생산…값싼 외국산에 밀려 자취 감춰
2020년 말 생산량 1200t으로 국내 생산량의 60% 차지
제주시·김녕농협 2만7100㎡ 규모 소득작목단지 조성
제주농기원 자연친화 재배기술 보급·후숙기술 교육 지원
2022년 08월 10일(수) 23:00
한때 효자작물로 각광을 받다 수입산 농산물에 밀려 자취를 감췄던 제주산 바나나가 최근 화려하게 부활, 제주의 새로운 특산품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금은 사람들이 흔하게 먹을 수 있는 과일 중 하나지만 과거 바나나는 쉽게 맛보기 어려운 고급 과일의 대명사였다.

한국물가정보 종합물가총람을 확인한 결과 1988년 바나나 한 다발 가격은 약 3만원이 넘는 고가였다.

바나나 한 다발에 열매가 보통 18개에서 20개가 달리는 점을 고려하면 개당 1500원 수준으로 당시 라면 한 봉지 가격이 100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매우 비싼 가격이다.

국내에서 바나나가 처음 재배되기 시작한 것은 1981년으로 주로 제주도에서 재배됐다.

제주특별자치도농업기술원에 따르면 1984년 13.3㏊에서 319t의 바나나가 생산됐으며, 1986년에는 167.6㏊에서 3316t, 1989년에는 443㏊에서 2만881t이 생산되는 등 해가 갈수록 생산량이 크게 증가했다.

이처럼 제주지역 최고의 소득 작물로 자리 잡았던 바나나는 1990년 초반 우루과이라운드 체결 이후 수입산 바나나들이 저렴한 가격에 수입되기 시작하면서 결국 자취를 감췄다.

제주시 구좌읍 김녕리 바나나 소득작목단지.
◇제주산 바나나의 화려한 부활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며 자취를 감췄던 제주산 바나나는 최근 웰빙 열풍에 힘입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2006년 제주시가 정예소득 작목단지 사업의 일환으로 농가 2곳과 계약을 맺고 바나나를 시범 재배한 것을 계기로 제주에서 바나나가 다시 생산되기 시작했다.

제주지역 바나나 재배농가는 2016년에는 5개 농가(2만2000㎡)로 늘었고 2020년에는 25개 농가(16만5000㎡)로 재배 규모가 껑충 뛰었다.

또 2020년 말 제주산 바나나 생산량은 1200t으로 국내 전체 생산량의 60%를 차지했다.

제주특별자치도 농업기술원은 제주지역의 새로운 소득작물로 떠오르고 있는 친환경 바나나 재배를 확산시키기 위해 ‘자연에너지 활용 저비용 난방시스템’과 같은 재배기술을 보급하고 후숙 기술을 교육하는 등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고 있다.

또 제주시와 김녕농협은 함께 손을 잡고 제주시 구좌읍 김녕리에 9개 농가가 참여하는 2만7100㎡ 크기의 대규모 바나나 소득작목단지를 조성, 바나나 재배에 열성을 쏟고 있다.

김녕리 바나나 소득작목단지에서는 2020년 75t의 바나나를 처음으로 수확했으며, 올해는 150t 가량의 바나나가 수확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김녕에서 생산된 제주산 바나나는 1㎏에 7000~8000원 정도로 수입산 바나나에 비해 가격이 높지만 친환경 웰빙 과일로 각광받으며 농협하나로마트를 통해 전국으로 유통되고 있다.

수입산 바나나는 선적과 유통 과정에서 한 달이 소요되기 때문에 신선도가 크게 떨어지지만 제주산 바나나는 무농약 친환경 농법으로 재배되는 데다 수확 직후 유통이 가능해 높은 품질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녕농협 관계자는 “바나나는 국내 열대과일 소비량의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가 높지만 대부분 외국산에 의존하고 있다. 최근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제주에 새로운 소득작물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모여 바나나를 재배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주가 남쪽지역이긴 하지만 바나나가 재배되는 열대지역보다는 평균기온이 낮기 때문에 재배가 쉽지는 않다. 시행착오도 적지 않아 지난해에는 수확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면서 “소비자들에게 더 좋은 품질의 친환경 무농약 제주산 바나나를 제공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제주산 바나나 수확.
◇높은 포만감에 다이어트 간식 인기

바나나는 탄수화물 비율이 높아 조금만 섭취해도 포만감을 느낄 수 있고 식이섬유가 풍부해 다이어트 간식으로 인기가 많다.

특히 칼륨이 풍부해 체내 나트륨 배출과 혈압 조절에 좋다. 또 수면 유도 성분인 세로토닌이 불면증을 예방하고 펙틴이 위와 장의 점막 보호와 면역력 증진에 도움을 준다.

바나나는 수확이 된 후에도 숙성이 진행되는 전형적인 후숙 과일로 수확할 때는 초록색을 띠지만 후숙이 진행되면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노란색을 띤다. 거기서 더욱 숙성이 진행되면 갈색으로 변한다.

후숙이 진행될수록 전분이 당으로 변하면서 단맛이 올라갈 뿐만 아니라 소화가 잘 된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후숙이 지나치게 되면 단맛은 올라가지만 비타민이나 미네랄의 농도는 낮아지기 때문에 너무 지나치게 숙성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바나나는 후숙 과정에서 에틸렌 가스를 배출해 다른 과일이나 채소와 함께 보관하면 신선도를 떨어뜨리니 주의해야 한다. 보관 시에는 꼭지를 랩으로 감싸고 실온에 보관하는 것이 좋지만 지나치게 후숙되는 것을 막으려면 냉장 보관해야 한다.

제주산 바나나.
지나치게 후숙된 바나나는 껍질을 벗기고 4~5등분 해 냉동실에 얼려 보관하다가 다른 요리에 사용하는 것이 좋다.

수확 직후 후숙이 되지 않은 초록색 바나나는 시장에서 쉽게 찾아보기는 어렵지만 최근 초록색 바나나가 암 예방에 좋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건강식품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초록색 바나나는 저항성 전분이 당으로 변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잘 익은 노란색 바나나보다 전분 함량이 20배나 높다.

이 저항성 전분은 바나나의 탄수화물이 포도당으로 전환돼 혈액으로 흡수되는 속도를 늦춰주기 때문에 혈당을 안정시킬 뿐만 아니라 프리바이오틱스로 작용해 대장 내 유익균의 먹이가 된다.

이로 인해 설사와 변비 등의 증상을 개선하고 대장암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이다.

오충규 김녕농협 조합장
◇오충규 김녕농협 조합장 “안전하고 맛있는 바나나 생산 총력”

농가와 손잡고 제주산 바나나 재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오충규 김녕농협 조합장은 “소비자들이 안전하고 맛있는 제주산 바나나를 맛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오 조합장은 “온난화와 기후변화로 인해 변하고 있는 제주지역 농업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아열대 작물인 바나나를 도입했고, 그 결과 농가와 소비자 모두에게 긍정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제주가 따뜻한 남쪽지역이기는 하지만 바나나가 아열대 작물이기 때문에 재배가 쉽지 않다. 재배정보가 그리 많지 않아 적지 않은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며 “특히 주기적으로 난방을 해줘야 하는데 올해 유가가 크게 높아지면서 농가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오 조합장은 “앞으로 재배농가와 계약재배를 지속적으로 늘리고 다양한 재배기술을 개발·보급해 바나나를 보다 안정적으로 생산, 가격을 안정화 시키겠다”며 “앞으로도 친환경 바나나 재배를 지속적으로 추진, 소비자들에게 제주산 바나나가 생소한 작물이 아닌 청정한 제주 농산물이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제주일보=김두영 기자 kdy84@jeju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