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머링맨’과 ‘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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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프랑크푸르트의 중심가에 자리한 ‘메세 프랑크푸르트’(Messe Frankfurt)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조형물이 있다. 미국 출신 조각가 조나단 브롭스키의 ‘해머링맨’(Hammering man)이다. 매년 수백 여개의 회의와 이벤트가 열리는 마이스(MICE)센터 앞에 설치된 21m 높이의 해머링맨은 프랑크푸르트를 방문한 관광객들이라면 꼭 가봐야 할 명소로 꼽힌다.
그도그럴것이 1990년 개최된 ‘프랑크푸르트 박람회’에 맞춰 첫선을 보인 ‘해머링맨’은 노동의 숭고함을 표현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시민들로부터 주목을 받았기 때문이다. 35초에 한번씩 망치질 하는 형상은 역동적인 도시의 일상에 어울리는 최적의 조형물이었던 것이다. 그래서인지 이후 전 세계의 12개도시로부터 러브콜을 받아 공공장소에 주로 설치돼 있다.
지난 2002년 서울 광화문 흥국빌딩에 등장한 ‘해머링맨’은 세계에서 11번째로 제작된 작품이다. 흥국생명은 2000년 당시 24층 사옥을 신축하면서 웅장한 건축물 규모와 직장인들이 많은 주변의 특성을 고려해 조나단 브롭스키에게 조형물 제작을 의뢰했다고 한다. 그로부터 20년이 흐른 지금, 광화문 일대를 지나는 출근길 직장인들은 한순간도 쉬지 않고 ‘일하는’ 조각상을 보며 잠시 노동의 가치와 고단한 삶을 되돌아 보는 시간을 갖는다.
최근 광화문의 ‘해머링맨’을 관리하는 태광그룹 세화예술문화재단은 꽤 이례적인 기념행사를 열었다. 지난 6월 ‘해머링맨’의 설치 20주년을 맞아 흥국생명빌딩 1층과 지하 1층, 빌딩 주변에서 국내외 유명작가의 조형물을 설치하는 이벤트를 개최한 것이다. 이 행사에는 ‘2010 아름다운 강산’(강익중·2000&2010),‘아르파치야’(프랭크 스텔라·2002) 등 17점이 전시돼 시민들에게 독특한 볼거리를 선사했다. 올해 성년을 맞은 ‘해머링맨’이 서울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 하도록, 일종의 브랜딩을 펼친 것이다.
광주에도 ‘해머링맨’ 못지 않는 거장의 조형물이 있다. 2005년 제1회 디자인 비엔날레를 기념해 7억 원의 예산을 들여 광주시청 앞 광장에 설치한 이탈리아 출신 세계적인 작가 알렉산드로 멘디니의 초대형 모빌작 ‘기원’(16m)이다. 그런데 올해 설치 17주년을 맞은 이 조형물의 위상은 ‘해머링맨’과 너무도 다르다.
물론 광주에 첫선을 보인 직후에는 빛의 도시 광주를 형상화한 7개의 모빌식 원형 오브제에 시민 개개인의 염원을 담은 세계적인 예술가의 작품이라는 사실로 미술계로부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하지만 예산부족을 이유로 계절마다 다른 색깔을 입도록 디자인한 예술가의 의도를 무시하고, 도시의 대표 조형물로 알리는 전략도 없어 사실상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지난 6월 당선인 신분으로 당시 이용섭 광주시장과 회동한 만난 강기정 시장이 ‘기원’의 존치여부를 언급한 것은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잘 만든’ 공공조형물은 시민들의 미적 안목과 도시의 이미지를 높이는 자산이다. 그런 점에서 해머링맨의 20주년 행사는 광주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경쟁력 있는 공공조형물을 ‘거리의 미술관’으로 키우려면 지역사회의 지속적인 관심은 필수다. 무릇, 문화도시의 면모는 디테일에 있다. <문화·예향담당국장, 선임기자>
지난 2002년 서울 광화문 흥국빌딩에 등장한 ‘해머링맨’은 세계에서 11번째로 제작된 작품이다. 흥국생명은 2000년 당시 24층 사옥을 신축하면서 웅장한 건축물 규모와 직장인들이 많은 주변의 특성을 고려해 조나단 브롭스키에게 조형물 제작을 의뢰했다고 한다. 그로부터 20년이 흐른 지금, 광화문 일대를 지나는 출근길 직장인들은 한순간도 쉬지 않고 ‘일하는’ 조각상을 보며 잠시 노동의 가치와 고단한 삶을 되돌아 보는 시간을 갖는다.
광주에도 ‘해머링맨’ 못지 않는 거장의 조형물이 있다. 2005년 제1회 디자인 비엔날레를 기념해 7억 원의 예산을 들여 광주시청 앞 광장에 설치한 이탈리아 출신 세계적인 작가 알렉산드로 멘디니의 초대형 모빌작 ‘기원’(16m)이다. 그런데 올해 설치 17주년을 맞은 이 조형물의 위상은 ‘해머링맨’과 너무도 다르다.
물론 광주에 첫선을 보인 직후에는 빛의 도시 광주를 형상화한 7개의 모빌식 원형 오브제에 시민 개개인의 염원을 담은 세계적인 예술가의 작품이라는 사실로 미술계로부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하지만 예산부족을 이유로 계절마다 다른 색깔을 입도록 디자인한 예술가의 의도를 무시하고, 도시의 대표 조형물로 알리는 전략도 없어 사실상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지난 6월 당선인 신분으로 당시 이용섭 광주시장과 회동한 만난 강기정 시장이 ‘기원’의 존치여부를 언급한 것은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잘 만든’ 공공조형물은 시민들의 미적 안목과 도시의 이미지를 높이는 자산이다. 그런 점에서 해머링맨의 20주년 행사는 광주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경쟁력 있는 공공조형물을 ‘거리의 미술관’으로 키우려면 지역사회의 지속적인 관심은 필수다. 무릇, 문화도시의 면모는 디테일에 있다. <문화·예향담당국장,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