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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VA 예술路’ 이번엔 통할까?
2022년 07월 19일(화) 19:10
최근 대전에 사는 지인 A가 광주에서 가족들과 여름휴가를 보내기로 했다며 안부를 전해왔다. 그러면서 광주 궁동 예술의 거리를 방문하고 싶은데 놓치지 말아야 할 곳이 있으면 추천해달라고 했다. 순간, 오래전 비슷한 부탁을 받고 난감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지난 2006년 4월, 당시 기자는 주한미국대사관에 근무하는 K로 부터 전화를 받았다. 며칠 후 광주를 공식방문하는 알렉산더 버시바우 대사(2005년 10월~2008년 9월 재임)의 동선을 짜는 데 필요하다며 예술의 거리에서 꼭 봐야할 명소와 사람들이 많아 경호상 피해야 할 곳을 알려달라는 것이었다.

2박3일간의 빠듯한 일정에 굳이 예술의 거리를 고집하는 이유를 묻자, 예향 광주의 ‘뿌리’를 보고 싶다는 대사의 ‘희망사항’이라고 했다. K와의 짧은 통화를 마친 후 한동안 막막했다. 사람들로 넘쳐나는 ‘서울의 인사동’ 쯤으로 기대한 버시바우 대사의 ‘환상’을 깨뜨릴지 모른다는 걱정에서였다. K는 ‘선택’해서 알려달라고 했지만 추릴 만한 곳이 거의 없었다. 곰곰히 생각한 끝에 당시 유일하게 전시회를 열고 있던 N갤러리와 한 서예가의 작업실을 소개했다. 며칠 후, 광주에 온 버시바우 대사는 (기자가)추천한 갤러리와 인근의 화방들을 둘러봤다. 하지만 그의 기대와 달리 사람과 ‘예술’이 사라진 거리를 걸으면서 어떤 느낌을 받았을까, 생각하면 지금도 마음이 무겁다.

그로부터 16년이 흘렀다. 과연 예술의 거리는 얼마나 변했을까. 유감스럽지만 아직도 ‘그 시절’과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예술의 거리를 걷다 보면 사람과 예술 대신 주차된 자동차들과 우후죽순 처럼 들어선 커피숍들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예향 1번지’를 자부하는 예술의 거리 현주소다.

물론 광주시는 쇠락해가는 예술의 거리에 온기를 불어넣기 위해 2010년 이후 수십 억 원의 예산을 투입했다. 하지만 대부분이 이벤트 위주의 프로젝트로 끝나면서 ‘밑빠진 독에 물붓기’가 됐다. 여기에는 여러 요인들이 얽혀 있지만 “예술의 거리를 활성화 시키자”고 목소리를 높이면서도 정작 일부 점포들의 경우 평일 저녁 8시면 문을 닫기 바쁘고 휴일에는 아예 철시하는 등 썰렁한 거리를 자초한 ‘내부’의 무성의도 한몫하고 있다.

최근 광주시가 매주 토요일 궁동 예술의 거리를 주 무대로 ‘예술의 거리 축제’(6월11~10월30일)를 진행하고 있다. ‘VIVA 예술로(路), 그대를 위한 7개의 예술 선물’이라는 주제로 찾아가는 비바 예술 공연, 비바 뉴아트, 예술로 소풍 등 다양한 콘셉트의 프로그램으로 거리에 활력을 불어 넣는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그간의 예술의거리 살리기 프로젝트가 통하지 않은 건 근본적인 처방 보단 반짝효과에만 급급한 탓이 크다. 전시와 판매 기능 중심의 현재와 같은 삭막한 환경에선 사람들을 끌어 모으는 데 한계가 있다. 특히 젊은 세대를 불러 모으지 못한다면 머지 않아 예술의 거리는 추억 속에서나 존재할지 모른다.

모름지기, 예술의 거리는 아시아문화전당(ACC)과 인접한 예향 광주의 심장이다. ‘궁동의 부활’은 ACC의 성패와 궤를 같이한다는 점에서 시대의 흐름에 맞는 발상의 전환이 시급하다. 더 이상의 시행착오를 겪을, 마음의 여유가 우리에겐 없다.

<문화·예향 담당국장,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