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스트가 만든 일렁이는 바다…김25 ‘필연적 조우’전
7~16일 예술의 거리 나인갤러리
색·형상·글씨로 바다 묘사 독특한 조형미
9월 ‘키아프’도 참여
색·형상·글씨로 바다 묘사 독특한 조형미
9월 ‘키아프’도 참여
![]() 7일부터 16일까지 나인갤러리에서 열리는 김25작가의 개인전에서는 텍스트가 만들어낸 색다른 조형미의 바다를 만날 수 있다. |
‘반전’을 감추고 있는 작품을 만났을 때 관람객들은 즐거워진다. 그림 감상이 순간의 스침이 아니라, 오래 머물며 작품을 꼼꼼히 살펴보고, 자연스레 자신의 내면의 이야기까지 떠올려볼 수 있어서다.
아마도 7월 한여름, 광주 예술의 거리 나인갤러리에 들어선 이들이라면 다들 먼저 “시원하다. 여름에 어울리는 전시다” 한마디 할 듯하다. 전시장엔 푸른빛, 회색빛, 붉은빛으로 일렁이는 바다와 역동적인 파도가 가득하기 때문이다. 솟구쳤다 부서지는 파도는 확 다가와 안기고, 잔잔한 바다는 생각에 잠기게 한다.
반전은 이제부터다. 작품에 가까이 다가가면 새로운 세상이 펼쳐진다. 그림 속 파도와 물결을 이뤄내는 건 깨알같은 글씨들이다. 하얀 색으로 쓰인 필기체 영문 글씨는 독특한 조형성으로 ‘그림 속 바다’를 탄생시켰다.
김25(KIM25) 작가 초대전 ‘필연적 조우: Meet of each other’가 7일부터 16일까지 나인갤러리에서 열린다.
이번에 나온 전시작들은 지난 2020년 광주에서 선보였던 작품들과는 결이 다르다. 신작들은 지난해 미국 ‘미즈마&킵스 갤러리’ 개인 초대전, 올 두바이 아트페어에서 선보여 호응을 얻었다. 이번 광주전을 앞두고 국회의사당과 서울 금산갤러리 개인전을 통해서도 작품을 선보였다.
김 작가는 금산갤러리 소속으로 오는 9월 서울 코엑스에서 열리는 국내 최대 아트페어 ‘키아프(KIAF)’에 참여한다. 올해부터 세계 3대 아트페어로 불리는 영국 ‘프리즈’가 참여, 화제가 되고 있는 올해 키아프는 국내외 갤러리와 콜렉터들이 운집하는 대규모 행사로 작가들에게는 절호의 기회다.
전시에 나온 신작은 모두 바다 형상과 텍스트를 결합해 새로운 조형성을 만들어낸 작품들이다. 색과 형상으로 바다를 묘사하고, 그 위에 텍스트를 촘촘히 쌓아 전체 그림을 완성했다.
“예전에 한자를 소재로 문자 추상을 했었는데 작업 후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문득 하늘를 보면 구름에 점점이 글자의 잔상이 박혀 있는 듯했어요. 그 때 하늘의 모습이 언제부턴가 바다로 이어지더군요. 바다는 하늘의 거울이고, 너와 나의 모습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고, 바다를 소재로 작업해보자 싶었습니다.”
그의 작품은 하늘과 바다가 만나고 공감하는 풍경이다. 그에게는 하늘과 바다 모두 과거의 것이 휩쓸려나가고, 새로운 것이 다가오는 모습으로 보였다.
작품 속에 가득 담긴 문장들은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 허먼 멜빌의 ‘모비딕’, 아르투르 랭보의 시 ‘영원’, 메리 올리버의 시 ‘파도’에 등장하는 것들이다. 바다와 하늘의 이미지를 생각하면 중첩되는 문학작품들이 떠올랐고, 그 느낌을 담아냈다.
라벤더빛 하늘과 보랏빛 다양한 변주의 바다가 담긴 그림엔 ‘모비딕’의 구절이 담겼다. 죽음이라는 파국으로 마무리된 인간의 광기와 욕망의 덧없음이 느껴지는 풍경이다. 청새치와 사투를 벌이다 빈손으로 돌아오는 노인의 쓸쓸한 모습이 담긴 작품도 있다. 물론, 굳이 텍스트의 내용을 알지 못하더라도 작품 자체가 만들어내는 조형성과 일렁이는 리듬감에 마음을 맡기고 자유롭게 해석해도 흥미롭다. 얼핏 노을과 일출이 연상되는 ‘붉은 바다’ 역시 그 경계를 넘어 ‘색의 바다’와 함께하는 자기만의 감성을 길어올릴 수 있다.
구상이 강세인 지역화단에서 30년 가까이 추상에 몰두하며 ‘색면추상’ 작업을 해온 그가 풀어낸 색의 향연은 이번 전시작들에서 돋보인다. 특히 익숙하지 않은 낯선 ‘색의 배합’은 묘한 긴장감을 자아내며 신선함을 준다. 그는 색을 쌓는 과정도 중요시 여겼지만 무엇보다 ‘글자 자체만으로’ 물결과 파도의 이미지와 의미를 만들어내는 데 중점을 뒀다.
“질감을 두텁게 하고 사실적 묘사를 통해 바다와 파도를 표현한다면 ‘텍스트’를 접목한 제 작업의 의미가 없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색은 ‘판타지’예요. 우리가 그냥 눈으로 보는 바다 대신, 그리다보면 바다의 또 다른 모습이 보이죠. 새로운 색의 조합에 관심이 많고, 거기서 쾌감을 느낍니다.”
최근작인 ‘Wave Sorry’ 시리즈는 환경 문제에 대한 성찰이 주제로 다른 작품에 비해 파도가 격정적인 모습으로 표현됐다.
김허경 미술평론가는 전시도록에 “김25는 선과 색이 중요한 회화 요소임을 강조함으로써 곡선이 만들어낸 텍스트를 통해 선의 자율성과 색채의 해방을 시도했다”며 “그의 캔버스엔 지적욕구와 탐구정신, 나약함을 담은 절제된 문자들이 일렁이는 파도와 함께 율동한다”고 말한다.
김 작가는 홍익대 서양화과와 동 대학원 석사를 졸업했으며 아트 마이애미 등 다양한 전시에 참여했다.
/글·사진=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
아마도 7월 한여름, 광주 예술의 거리 나인갤러리에 들어선 이들이라면 다들 먼저 “시원하다. 여름에 어울리는 전시다” 한마디 할 듯하다. 전시장엔 푸른빛, 회색빛, 붉은빛으로 일렁이는 바다와 역동적인 파도가 가득하기 때문이다. 솟구쳤다 부서지는 파도는 확 다가와 안기고, 잔잔한 바다는 생각에 잠기게 한다.
김25(KIM25) 작가 초대전 ‘필연적 조우: Meet of each other’가 7일부터 16일까지 나인갤러리에서 열린다.
이번에 나온 전시작들은 지난 2020년 광주에서 선보였던 작품들과는 결이 다르다. 신작들은 지난해 미국 ‘미즈마&킵스 갤러리’ 개인 초대전, 올 두바이 아트페어에서 선보여 호응을 얻었다. 이번 광주전을 앞두고 국회의사당과 서울 금산갤러리 개인전을 통해서도 작품을 선보였다.
전시에 나온 신작은 모두 바다 형상과 텍스트를 결합해 새로운 조형성을 만들어낸 작품들이다. 색과 형상으로 바다를 묘사하고, 그 위에 텍스트를 촘촘히 쌓아 전체 그림을 완성했다.
![]() KIM25 작 ‘Wave Sorry’ |
그의 작품은 하늘과 바다가 만나고 공감하는 풍경이다. 그에게는 하늘과 바다 모두 과거의 것이 휩쓸려나가고, 새로운 것이 다가오는 모습으로 보였다.
작품 속에 가득 담긴 문장들은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 허먼 멜빌의 ‘모비딕’, 아르투르 랭보의 시 ‘영원’, 메리 올리버의 시 ‘파도’에 등장하는 것들이다. 바다와 하늘의 이미지를 생각하면 중첩되는 문학작품들이 떠올랐고, 그 느낌을 담아냈다.
![]() 김25작 I will have no man in my boat who is not afraid of a whale-Mobydick |
![]() 김25 작 Meet of each other |
“질감을 두텁게 하고 사실적 묘사를 통해 바다와 파도를 표현한다면 ‘텍스트’를 접목한 제 작업의 의미가 없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색은 ‘판타지’예요. 우리가 그냥 눈으로 보는 바다 대신, 그리다보면 바다의 또 다른 모습이 보이죠. 새로운 색의 조합에 관심이 많고, 거기서 쾌감을 느낍니다.”
최근작인 ‘Wave Sorry’ 시리즈는 환경 문제에 대한 성찰이 주제로 다른 작품에 비해 파도가 격정적인 모습으로 표현됐다.
![]() 김25 작가 |
김 작가는 홍익대 서양화과와 동 대학원 석사를 졸업했으며 아트 마이애미 등 다양한 전시에 참여했다.
/글·사진=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