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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10명 중 7명 “자치경찰 몰라요”
광주·전남 ‘자치경찰제’시행 1년 <상> 달라진 게 없다
광주, 어린이 안전·도시철도 공사구간 불편 최소화 교통대책
전남, 노인·섬 등 지역 특성에 맞춘 치안 정책 성과로 꼽지만
제복 그대로…이중 보고에 이행 속도 느려 시민 체감도 낮아
2022년 07월 01일(금) 09:00
30일 오후 광주시 서구 치평동 한국은행 사거리에서 광주경찰청 교통순찰대 송창주 경장이 퇴근 시간 원활한 차량 흐름을 위해 교통 지도를 하고 있다. 광주경찰청은 광주시 자치경찰위원회 지휘를 받아 올봄부터 도시철도 2호선 공사 구간을 중심으로 출퇴근 혼잡 시간 교통 지도에 나서고 있다. /김진수 기자 jeans@kkwangju.co.kr
지방분권과 경찰권 분산이라는 취지 아래 도입된 자치경찰제도가 7월 1일 시행 1년을 맞이한다. 광주시 자치경찰위원회와 전남도 자치경찰위원회는 그동안 지역 실정에 맞는 정책을 수립, 시행하면서 맞춤형 자치경찰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일정 부분 성과를 거뒀다고 자평한다. 하지만 치안 현장에선 자치경찰제도가 시행 중인 사실을 모르거나, 알더라도 일상에서 체감되는 변화가 없다는 시민 반응이 다수를 이룬다. 일선 경찰 역시 제도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개선해야 할 부분이 적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시행 1년이 된 자치경찰제의 성과와 과제에 대해 두 차례에 걸쳐 분석한다. <편집자 주>

◇광주시·전남도 자치경찰제 1년 성과는=30일 광주시·전남도에 따르면 자치경찰제도는 지방분권 이념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에 자치경찰 사무 관련 경찰권을 부여하고, 주민 의사와 지역 특성을 반영해 치안정책을 펼치는 제도다. 문재인정부 국정과제로 채택돼 지난해 7월 1일 전면 시행됐다.

자치경찰 사무는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의 조직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서 정하고 있다. 크게 ▲지역 주민의 생활안전 활동에 관한 사무 ▲지역 내 교통활동에 관한 사무 ▲지역 내 다중운집 행사 관련 혼잡 교통 및 안전 관리 ▲학교폭력·가정폭력·아동학대 범죄·교통 범죄 등 수사 사무다.

시행 1년 주요 성과로 광주시 자치경찰위원회는 ▲어린이 교통안전 대책 수립·시행 ▲도시철도 2호선 공사 구간 시민 불편 최소화 ▲주민주도 치안서비스 강화 등을 꼽았다. 특히 13세 미만 어린이 인구 비율이 총인구 대비 11.3%로 7개 특·광역시 중 2위라는 점에 주목, 1호 시책으로 ‘어린이 보호구역(스쿨존) 내 교통안전 종합대책’을 수립하고 시행했다. 스쿨존 시·종점 노면색 표시, 스쿨존 보호구역 범위 조정, 스쿨존 법규 위반 중점 단속에 주력했다.

자치경찰제 시행 전과 후 약 1년을 비교하면 스쿨존 교통사고는 시행 전 14건(사망 1명, 부상 15명)이었는데, 시행 후 17건의 교통사고가 발생해 18명이 부상했으나 사망자는 없었다.

이 기간 광주시 자치경찰위는 자치경찰 관련 광주시 조례 제정 등 토대 구축에도 힘을 쏟았다.

같은 기간 전남도 자치경찰위원회는 노인과 섬에 방점을 두고 치안 시책을 펼쳤다.

65세 이상 고령자가 전체 인구의 24.6%에 이르는 지역 특성과 도내 유인도서가 271곳이나 되지만, 경찰력이 배치된 곳은 59곳에 그친다는 점을 주목했다. 고령자 교통사고 예방을 위해 노인보호구역(스쿨존과 유사)을 확대하고, 2만1653명에 이르는 독거노인 세대를 전수조사해 지구대·파출소와의 비상연락체계를 구축했다.

또한 범죄 예방 효과가 큰 선착장 CCTV 설치 사업도 경찰관이 상주하지 않는 섬부터 시행해 나갈 계획이며 드론을 통한 섬지역 범죄 예방 효과도 높이기로 했다.

◇시민 10명 중 7명 “자치경찰 몰라요”=제도 시행 1년을 맞았지만, 자치경찰제도가 지역에 뿌리를 내리는 길은 험난해 보인다. 단적인 예가 자치경찰제도가 시행 중이라는 사실을 지역 주민 대다수가 모른다는 사실이다.

이는 광주시 자치경찰위원회가 지난해 8월 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전화 면접 방식으로 진행한 ‘광주 자치경찰 인식도 및 정책 수요 여론조사’에서 확인된다. 당시 조사에서 시민 10명 중 7명(70.3%)은 자치경찰제가 시행 중이라는 사실에 대해 “모른다”고 답했다. 자치경찰제의 의미나 역할은 물론 시행 사실 자체를 모른다는 시민이 절대 다수라는 의미다.

경찰 내부에서는 제도 도입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자치경찰제도가 제대로 뿌리 내리지 못하고 겉돌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일선 경찰관들은 “시행 1년이 지났지만 달라진 게 없다. 이전처럼 교통 지도와 단속을 하고, 여성·청소년 범죄 예방 등 업무를 하는 것은 그대로다”며 “되레 자치경찰위원회가 생기면서 보고를 두 군데로 하는 문제가 있거나 자치경찰위와의 협의 등을 이유로 의사 결정이 늦어지는 등 일부 부작용도 있는 것 같다”고 말한다.

김태봉 광주시 자치경찰위원회 위원장은 ‘시민 체감도가 낮다’는 지적에는 “시행 초기인 데다 국가경찰 조직이 유지된 채로 자치경찰 사무만 이양돼 시민들 체감도가 낮은 것은 사실”이라며 “정부와 국회를 상대로 제도 개선을 건의하고, 시민을 상대로는 소통과 홍보를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시민들 목소리를 듣고 올 봄부터 도시철도 2호선 공사 구간 주요 교차로에 교통경찰을 배치하는 등 현장 밀착형 치안 정책을 펼 수 있었던 것은 자치경찰제 시행 덕분”이라며 “교통 분야 등이 자치경찰 사무로 분리되지 않고 국가경찰 사무로 남겨졌다면 쉽지만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규 호남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자치경찰제가 기형적으로 설계돼 자치경찰위 활동에 여러 제약이 있겠지만, 제도 개선 전까지 시민들 목소리를 토대로 위원회가 펼수 있는 지역 맞춤형 치안정책 시행에 힘을 모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형호 기자 khh@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