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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수화에서 춘화도까지…오천년 ‘K-민화’의 모든 것, 알고 보면 반할 민화
박성천 기자가 추천하는 책
윤열수 지음
2022년 06월 18일(토) 12:00
대문에는 호랑이, 신혼집에는 포도, 회갑연에는 굽은 새우, 수험생 방에는 물고기가 용으로 변하는 그림….

위의 내용을 포괄하는 것은 민화다. 우리 생활과 밀착돼 있었던 그림이다. 좀 더 부연하자면 “우리네 집 안에서 사용하던 대로, 필요한 자리에 두고 자연스런 생태에서 눈에 보이는 그림”이다.

근래 들어 ‘우리 것’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문화에 대한 발굴과 보호라는 움직임과 맞물려 민화에 대한 애정도 늘고 있다. 무명화가들이 그린 그림은 “우리의 진솔한 삶의 표현”으로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윤열수 가회민화박물관 관장(한국박물관협회 회장)은 “민화를 흔히 낙관이 없는 그림, 제작 연대나 작가를 모르는 그림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조선 시대에는 잡화·별화·속화라고 불리며 사대부 계층에서는 천시되어 오던 그림이다. 그러나 우리 민화만큼 민중의 생활 속에서 감정과 호흡을 같이 한 그림도 없다”고 말한다.

이번에 윤 관장이 펴낸 ‘알고 보면 반할 민화’는 산수화(山水畵)에서 춘화도(春畵圖)까지를 아우르는 ‘민화 교과서’다. 30여 년 전 엮은 책에 다양한 자료를 첨부해 새롭게 펴냈다. 민화란 무엇인가부터 출발해 역사는 물론 종류, 구성 등 각각의 의미까지 담았다. 140컷의 생생한 도판은 현장에서 민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줄 만큼 생생하면서도 역동적이다.

서가도, 책가도, 문방도 등으로 부르는 책거리는 학문과 학덕을 상징하는 그림으로 사랑방이나 서당에서 주로 사용되었다. <태학사 제공>
민화 전문가답게 저자는 한국민화학회 회장(2008~2011년) 등으로 활동했으며 2014년에는 한국 민화 해외 전시 관련 공로가 인정돼 대통령 표창을 수상했다. 지금 관장으로 있는 가회민화박물관은, 지난 2002년 수집한 민화를 일반인과 공유하기 위해 개관했다. 이곳에는 무려 민화 2700여 점을 비롯해 전적류 등을 포함해 모두 3500여 점의 자료가 소장 전시돼 있다.

저자는 민화를 이해하는 다섯 가지 키워드를 제시한다.

먼저 장식적 필요를 들 수 있다. 대부분 병풍 형태로 사용되는데 그 안의 민화는 장소나 행사에 따라 선택됐다.

윤 관장은 “사랑방에는 책가도나 문자도가 펼쳐졌고 주인이 호방한 성품이라면 수렵도나 호랑이 그림이 펼쳐졌다”며 “방금 혼례를 올린 부부의 신방에는 부귀와 영화를 상징하는 모란도 병풍이나 탐스러운 복숭아가 주렁주렁 열린 화조도 병풍이 제격이었다”고 설명한다.

민화에는 토속신앙과 세계관이 반영돼 있다. 예술성보다 실용성, 상징성과 관련된 부분이다. 저자는 물고기의 생물학적 특징을 예로 든다.

어해도(魚蟹圖)는 다산이, 유유히 떠다니는 잉어는 출세와 부귀가, 폭포를 거슬러 넘는 잉어 그림인 약리도(躍鯉圖)는 과거 급제라는 입신양명을 상징한다.

주술적 신앙이 투영된 점도 민화의 특징이다. 주술적 힘이 재앙을 막아준다는 생각을 반영하는 것으로 한국인의 의식에 자리 잡은 벽사구복과 맥이 닿아 있다.

민화는 또한 감수성을 공유하기 위한 수단이기도 했다. “공감과 공동 소유에서 올 수 있는 쾌감을 바탕으로 그리고 감상하고 즐겼던” 문화의 방편이기도 했다.

아울러 민화는 ‘뽄’그림이라는 특징을 갖고 있다. 문인화나 화공들 그림을 모방하는 한편 담아내는 내용이나 기법은 달랐다는 것을 보여준다.

저자는 민화의 이해와 감상을 위해 산수화, 장생도, 화훼도, 소과도, 화조도, 축수도, 초충도, 인물화, 풍속화 등을 다채롭게 풀어낸다.

특히 민화의 주요 소재는 나무, 돌, 산, 물, 꽃 등인데 그 가운데 장수와 관련된 물상들이 그림으로 표현됐다. 오래살기의 염원이 담긴 장생도(長生圖)의 대표 그림으로는 십장생도를 꼽을 수 있다.

남녀간의 성애를 묘사한 춘화도는 유교적 엄숙성 영향으로 은근하며 간접적이다. 우뚝 솟은 바위는 남성, 폭포수는 여성을 상징하기도 했다.

<태학사·2만20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