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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밤이 시작되는 곳 - 고요한 지음
2022년 05월 21일(토) 10:00
취업을 못 하고 아르바이트로 근근이 생계를 이어가던 재호는 아르바이트 자리마저 잃고 만다. 그가 다시 하게 된 일은 장례식장 빈소 도우미. 그는 장례식장 일이 끝나고 나면 오토바이를 타고 도시를 질주한다. 오토바이를 타는 이유는 죄책감과 알바의 답답한 시간을 벗어나기 위해서다. 그에게는 어린 시절 잊을 수 없는 트라우마가 있다. 목조리기 게임을 하다 자신이 누나를 죽였다는 생각에 사로잡힌다.

올해의 세계문학상 수상작 고요한 작가의 ‘우리의 밤이 시작되는 곳’은 장례식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20대 남녀를 주인공으로 하는 작품이다. 작가는 지난 2016년 ‘문학사상’과 ‘작가세계’ 신인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세계 권위의 번역문학 전문저널 ‘애심토트’에 단편 ‘종이비행기’가 소개될 만큼 역량을 인정받았다.

이번 소설은 청춘의 방황과 성장, 죽음의 의미를 깊고도 무겁지 않게 그렸다. 주인공 재호는 어느 날 새벽 같은 장례식장에서 일하는 마리가 맥도날드에 있는 것을 본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다 번번이 낙방을 한 마리는 장례식장 아르바이트를 한다. 집이 먼 까닭에 차비를 아끼려고 맥도날드에서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한 것이다. 이들은 밤거리를 나와 도심 곳곳을 누비며 다양한 새벽의 모습을 본다.

소설은 장례식장이라는 공간과 가족의 죽음이라는 상처를 매개로 삶을 들여다보는 데 초점을 맞춘다. 한편 권지예 소설가는 “죽음이 이토록 깊고 푸른 밤의 여행 같다면 우리는 삶을 얼마든지 설레며 견딜 수 있다. 아름다운 애도와 성장의 서사가 청춘뿐 아니라 모든 세대에게 위안을 선물하리라 생각된다”고 평했다. <나무옆의자·1만30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