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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나라와 빨간 나라 사이에서-임명규 광주청년정책네트워크 대표
2022년 05월 19일(목) 00:45
대선이 한창이던 지난 2월 24일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는 다당제 연합정치로 가기 위한 ‘정치 개혁안’을 발표한다. 이 개혁안에는 연동형·권역별 비례대표제 등 선거제 개혁과 대통령 4년 중임제·대선 결선투표제 도입 등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 더불어민주당은 정치 개혁을 통해 권력 구조의 민주화를 추진하겠다는 포부를 밝히며 이는 선거용이 아니라 지난 정치에 대한 철저한 반성이라고 말했다. 철저한 반성. 그렇다. 적대적 공존을 지리멸렬하게 지속해 온 양당 체제의 한계를 인정하고 정치가 더 복잡하고 다양해진 국민의 요구를 반영할 수 있는 다당제의 문을 열겠다는 의지였다. 얼마 후 이재명 후보는 “제3·4의 선택이 가능한 정치 구조를 만들려는 건 선거에서 도움받기 위한 전략이 아니라 이재명이 평생 가진 꿈이었다”고 밝히며 정치 개혁안에 힘을 싣는다. 모두가 대통령 선거 직전에 벌어진 일이다.

이제 대선은 끝났고 현재 지방선거가 진행 중이다. 정치 개혁안을 발표한 지 불과 3개월이 채 지나지 않은 지금의 상황을 보자. 더불어민주당이 국민에게 약속한 정치 개혁안은 흔적 없이 증발해 버렸다. 맞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위성 정당 때와 마찬가지로 자신이 주장해온 개혁의 정신을 스스로 부정하거나 반박하는 배신의 정치를 이번에도 반복한 것이다. 물론 모든 개혁은 강한 반대에 직면하기 마련이고 긴 호흡의 설득과 조정의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것을 국민이 모를까? 단지 상대 진영의 반대와 시간 부족이 원인이라면 이토록 실망이 크진 않을 것이다. 분명한 것은 더불어민주당은 정치 개혁의 주체가 아니라 개혁해야 할 대상일 뿐이라는 점이다.

지방선거 기간 벌어진 더불어민주당 광주시당의 공천 과정은 그들이 왜 정치 개혁의 대상일 수밖에 없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특히 청년 경쟁 선거구 지정 이후 일어난 일은 상상을 넘어선다. 이미 경선 초기부터 선거인단의 표 하나 가격이 300만 원에 달한다는 폭로가 흘러나왔다. 투표 도중에는 여론조사 업체가 불법적으로 선거인단을 추가 모집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결국 재경선이 결정되었지만, 재경선 세부 일정이 발표되기도 전에 특정 후보 측이 미리 정보를 입수하여 홍보물을 유포하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결국 청년 특구에 출마했던 한 후보자는 불공정과 불법이 난무하는 경선을 수용할 수 없다며 스스로 사퇴해 버렸다. 최근에는 경선에 참여한 더불어민주당 후보자 15명이 불공정, 불법, 불투명한 경선이었다며 경선 관리 담당자를 집단 고소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이렇게 끝난 더불어민주당 광주 경선 결과는 어떤가? 주목할 것은 무투표 당선자의 규모이다. 무투표 당선은 해당 선거구에 등록한 후보자가 유일하기에 6월 1일 지방선거 결과와 상관없이 당선된 경우를 말한다. 광주의 이번 무투표 당선자는 시의원만 해도 총 11명. 2018년 3명, 2014년 1명이었던 무투표 당선자가 이번 지방선거에는 무려 11명으로 쏟아져 나오면서 역대 최다 무투표 당선자를 배출했다. 전체 광주시의원의 절반 가까이 되는 무투표 당선자의 규모는 대구 다음으로 많다. 공천이 곧 당선인 지역에서 일어나는 일이라지만 그 규모가 심각하다. 광주의 일당 독점 구조는 더욱 강화되고 있다. 모두가 1995년 지방선거가 실시된 이후 제대로 견제받거나 교체된 적이 없는 더불어민주당 일당 독점 지배 체제가 만든 결과이다.

경선이 곧 당선인 조건에서는 공천권을 둘러싼 당내 권력 장악이 모든 정치 행위의 목적이 된다. 출마자는 특정인을 앞세운 계파 싸움과 편 나누기, 줄 세우기에 사활을 건다. 무엇보다 일당 독점 지배 체제의 가장 큰 문제는 현안에 대한 합리적 해법, 낡은 관행을 깨는 새로운 선택, 공약으로 경쟁하는 대안 정치 세력의 성장과 같은 ‘새로운 미래의 가능성’조차 소멸시킨다는 점이다. 사실상 광주는 더불어민주당의 깊은 그늘로 인해 새로운 정치의 가능성을 상상하는 능력까지도 상실해 버린 듯하다. 그 반작용일까? 이제 또 다른 독점 정당인 국민의힘의 광주시의회 진출 가능성이 높아졌다. 더불어민주당의 파란색 아니면 국민의힘의 빨간색을 양자택일하며 오고 가는 정치가 남긴 폐해는 결국 고스란히 미래 세대의 짐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