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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마지막 퇴근-강대석 시인
2022년 05월 18일(수) 01:30
지난 9일 오후 6시, 문재인 전 대통령이 5년간의 임기를 마치고 청와대를 걸어 나와 마지막 퇴근을 했다. 그의 말대로 처음이자 마지막 퇴근이었다. 청와대 앞에는 그 모습을 보기 위해 수많은 인근 주민들과 지지자들이 모여들어 아쉬운 듯 “문재인”을 연호하며 뜨거운 환송을 했다. 임기 마지막까지 40%가 넘는 높은 지지율 속에 레임덕을 겪지 않고 임기를 마친 대통령답게 밝고 홀가분한 모습이었다. 역대 대통령들이 임기 말 친인척 비리 등으로 침울한 분위기에서 퇴임한 것과 비교하면 잡음 없이 마친 것만으로도 성공한 대통령임엔 틀림없었다.

그러나 호남인의 한 사람으로서 이를 지켜보는 마음은 결코 가볍지만 않았다. 그것은 추운 겨울 촛불로 세운 정부가 단 5년으로 막을 내렸다는 아쉬움과 다시 정치적 섬이 된 호남의 미래를 생각할 때 만감이 교차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의 지난 5년을 되돌아보면 역대 어느 정부보다 많은 업적을 남겼다. 그중에서도 괄목할 만한 일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였다. 북한의 도발 위험이 극에 달한 2018년 1월 극적으로 남북 대화를 이끌어 평창 동계올림픽을 성공리에 치르고 북미 대화 중재 등 한반도의 평화와 국제 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한 것은 무엇보다도 잘한 일이었다. 야권에선 쇼라고 비판도 많았지만 우크라니아가 서방 편향 외교로 러시아와 갈등 끝에 전쟁을 겪는 것을 보면 문재인 정부의 균형 외교와 대북 정책은 평화 그 자체만으로도 박수를 받아 마땅하다.

또한 코로나19의 모범적 극복과 경제, 외교, 안보, 문화 각 분야에서 위기를 기회로 바꾸며 선진국 진입을 넘어 선도 국가로 자리매김한 것도 큰 업적이었다. 아쉬운 점도 있었다. 특히 부동산 대책과 일자리, 인사 문제 등에서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것은 가장 뼈아픈 부문이었다.

흔히들 지난 대선 결과를 놓고 부동산이 정권을 바꾸었다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이면을 보면 높은 인기에 취해 초심을 잃어버린 오만한 인사가 또 한 축이었다. 임기 5년 동안 야당의 동의 없이 무려 34명에 이르는 장관의 임명을 강행함으로써 오만하고 공정과 상식을 저버렸다는 비판을 자초했다. 노무현 정부 세 명, 이명박 정부 열일곱 명, 박근혜 정부 열 명과 비교해도 너무 차이가 났다. 야당이 막무가내로 발목 잡기를 해서 어쩔 수 없었다는 해명도 이해는 한다. 하지만 국민 통합을 고려하여 정파 간 탕평 인사를 했다면 그렇게 반대가 크지는 않았을 것이다.

문재인 정부 인사 실패의 분수령은 윤석열 검찰총장과 조국 법부부 장관 임명이었다. 윤석열 검찰총장 임명은 규정까지 개정하면서 서울중앙지검장을 거쳐 검찰총장까지 무려 13단계(홍준표 의원 주장)나 건너뛴 유례없는 인사였고,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도 민정수석에서 법무부 장관으로 직행한 특유의 인사로 둘 다 언론과 야당의 반대를 누르고 강행되었다. 이 인사가 결과적으로 오늘의 윤석열 정부를 만든 불씨였고 촛불 정부가 5년 만에 막을 내린 도화선이었으니 문 전 대통령으로서는 두고두고 회한이 클 것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인사 정책에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은 “능력이 있는 자에겐 직책을 주고, 공이 있는 자에겐 상을 주는 것”이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그것을 지키지 않았다. 능력과 공을 구분하지 않고 인사 검증을 소홀히 한 결과가 인사 실패의 주원인이었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일주일이 지났다. 언론은 윤석열 정부의 장·차관과 비서관 인선을 두고 ‘서오남’ 인사라고 비판하고 있다. 서울대와 오십대 남성 중심의 인사란 것이다. 지역과 세대를 떠나 능력 위주로 인선했다는 설명이지만 인물들의 면면을 보면 국민의 눈높이와 상식에 벗어난 인물들이 눈에 많이 띈다. 인사는 만사라 했다. 후보 시절 주장대로 공정과 상식에 맞는, 국민 통합을 위한 탕평 인사를 했으면 한다. 그래야 5년 후 마지막 퇴근길이 성공한 대통령으로 박수를 받을 것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