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오월 시민 일기장-송기동 예향부장
2022년 05월 17일(화) 02:00
“5월 19일(월). 도청에서 난리가 났다고 한다. 그래서 난 교정소에도 못가고 벌벌 떨었다. 젊은 언니 오빠들을 잡아서 때린다는 말을 듣고 공수부대 아저씨들이 잔인한 것 같았다….”(광주 동산초등학교 6학년 김현경)

“5월 20일(화). 여기저기서 걸려오는 전화도 불안한 마음과 걱정하는 마음, 그리고 공수부대가 감히 학생이나 시민을 무차별 살해한다는 무서운 소식들이었다. 한결같이 도민의 입장에서 분개하고 있었다….”(목포시 거주 조한금)

“다만 밖의 시위 군중들이 불빛이 보인다는 트집, 데모에 합세하지 않는다는 트집 등으로 유리창을 박살낸다는 협박에 못 이겨 불을 끄게 하고 작업을 대강 마무리짓게 하고 나는 컴컴한 전신 숙직실에 오한에 덜덜 떨고 오직 주의 기도문으로 잠을 청했다….”(광주우체국 통신과장 조한유)

광주시 동구 금남로 5·18민주화운동기록관 2층 상설 전시실에는 1980년 5월 당시 초등학생이나 여고생, 주부, 성직자, 체신 공무원 등이 쓴 일기장 여러 권이 전시돼 있다. 3층 영상실에서는 시민 열 명의 ‘오월 일기’ 낭독 영상물을 볼 수 있다. 당시 일기를 썼던 시민이 담담하게 읽어 내려가는 42년 전 일기는 그날의 기억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이 사태를 직접 보지 않은 사람은 이 사태를 이야기할 수 없다. 계엄군의 잔악성을 보았는가? 쓰러져가는 많은 시민들을 보았는가? 시민군대(시민군)에게 호응하는 모든 광주시민들을 보았는가? 그 많은 수가 먹을 것에 구애받지 않을 만큼 시민들의 호응이 컸다는 것을 아는가?….”(주소연)

마흔 두 번째 맞는 오월이다. ‘80년 5월’을 직접 겪은 시민들은 일기장에 그날 목격한 상황과 느낀 생각을 생생하게 기록했다. 초등학교 6학년이었던 김현경 양의 5월 18일 일기 제목은 ‘무서움’, 19일 제목은 ‘공포’였다.

평범한 시민들이 남긴 사적인 일기는 역사적 기록이다. 5·18민주화운동 42주년을 맞지만 아직도 보수 극우 인사들은 5·18을 왜곡하고 폄훼하는 발언을 멈추지 않고 있다. 그렇지만 시민들이 써 내려간 일기장 속에 ‘80년 5월’의 진실이 오롯이 담겨 있다.

/song@kwangju.co.kr